[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과 지급액을 대폭 확대하고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하기로 했다.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방향이 논의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장을 직접 가서 자영업자들을 만나본 결과 매출 감소, 상가 공실률 등이 생각한 것보다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며 "올 하반기에는 현장이 체감하는 경제 성과를 창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저소득층 사회안정방안, 경제 사회 전반의 규제 혁신 가속화, 하반기 법안 통해 우리 경제 활력 조성, 중소기업 통상 마찰 등 대내외 리스크 통제책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자영업자 임시 취약계층 중점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당에서 꾸준히 이야기한 EITC(근로장려세제) 지원 대상·지원액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소득층 일자리 소득지원 대책을 시작으로 부문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추가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토록 하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가맹법 등 국회의 신속한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 입장을 개진할 뜻도 전했다. 

이날 당정 협의에는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홍 원내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목표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점을 두고 사과말씀을 했다. 당도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소득 성장과 포용적 성장을 통해 경제가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임금 인상만을 요구하거나 마치 소득주도가 실패하는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소득주도 표용적 성장을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일관되게 추진해나가야한다. 정부가 노동계,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당사자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같은 날 오전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와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듯,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심 의원은 "지금 말로는 (최저임금 1만원과 관련) 속도조절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수를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일 그렇다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물 건너가는 수준을 넘어서, 바로 문재인 정부의 제이노믹스가 떠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 의원은 김 부총리의 리더십도 질타했다. 그는 "김동연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기보다, 자신이 컨트롤타워로 있는 혁신성장의 내용과 프로그램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 국제금리 변동과 무역전쟁으로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이 있다"며 "그럴수록 대외경제 의존도가 68%인 대한민국 경제를 과감한 개혁해 내수와 소비여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더욱 가속화하지 못한다면 올해 하반기 경제 리스크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김동연 경제팀의 무능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역시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국민 갈등 양상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총리는 "저임금 노동자는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고, 소상공인은 노동자로서 보호받지도 못하는 또 다른 약자"라며 "약자가 약자와 다툰다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없도록 상가임대차 보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보호, 카드수수료 인하,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국회도 관련 입법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일찌기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을 완화하지 못했음을 정치권이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이 총리는 "노동자의 저임금과 과로, 소상공인의 취약한 처지를 오래 전부터 완화해 왔더라면 지금의 고통도 완화됐을 것이지만 사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안도현의 시 '연탄재' 중 한 구절인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인용해 언급했다.

이 총리는 "어젯밤 뒤척이며 이 시구를 떠올렸다"며 "저를 포함한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한 번씩 물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 온 김 부총리를 향해 뼈 있는 말도 전했다. 그는 "장관은 부처의 장이지만, 동시에 국무위원다. 부처기획의 장은 부처 업무를 총괄하고 책임지지만, 국무위원은 국정 전반을 보고 함께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며 "부처의 업무를 대할 때도 국정 전체의 틀 안에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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