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소상공인과 경영계가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최저임금 둘러싼 갈등 심화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3년 내 만 원 실현이란 공약을 폐기한 것이라며 내년도 최저임금 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형상 두 자릿수 인상이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 효과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그 수준도 역대 최악이 될 것이란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참여연대와 정의당도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되려면 15.2% 오른 시급 8670원 가량 됐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고 사실상 불복종을 선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가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상승하는 물가와 노동여건을 생각할 때 최저임금 인상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현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소상공인의 어려운 여건이 고용악화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29일 알바몬이 최근 고용주 6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전체의 54.1%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 아르바이트생 5명에서 2명 정리한 편의점주..."줄일 수 있는 건 인건비 뿐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대학가에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도 최근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 5명 중 2명을 정리했다. 일평균 150만 원가량 나오던 매출이 100만 원 정도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올 해 5월까지는 매출이 매년 상승했다. 그래서 올 해 인건비 상승에도 버틸만했는데 6월에 인근에 편의점이 한 곳 더 생겼다. 학생들 방학기간이라 그 영향도 받은 데다 인근 지하철 프리미엄으로 월세가 상승하면서 감당 못하고 빠져나간 주민들이 많아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7월 들어서면서 자신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운영방법을 선회했다. 고정비용을 빼고 A씨가 조절 가능한 것은 인건비뿐이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평일 14시간 근무에 주말 7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그는 내년부터는 일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책정된 최저시급이 노동가치에 비해 높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로써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인건비뿐인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소상공인연합회소속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이번 인상에 반대하며 전국 7만개 편의점의 동시휴업을 예고했지만 A씨는 이에 동참할 편의점도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가 소속된 본사 가맹점협회에 소속된 편의점주도 10%에 훨씬 못 미친다. 편의점 업계는 이미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 점주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내가 파업에 동참한다 해도 인근 편의점들도 함께 동참할 것이란 믿음은 없다”고 말했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A씨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간 유통업계의 편의점 문어발식 확장으로 점차 파이가 줄어든 편의점주들의 현실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A씨는 “경총이나 민주노총 말고, 자영업자 대표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만나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면 훨씬 더 현실에 부합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당사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씨는 서로 양보 없이 물고 뜯고 싸울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편의점주 A씨를 진짜 힘들게 하는 이유 

A씨의 수입 구조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봤다. 

A씨는 대출까지 받아 자본금 6천 500만원(가맹비 770만원 포함)을 들여 편의점을 시작했다. 편의점가맹점 계약을 5년 미만(2년 또는 4년)으로 할 경우 임대차계약을 본사가 직접 하고 가맹점주의 이익배당을 낮추는 조건에 계약을 하기도 한다. 

A씨는 임대차계약을 직접 해 5년을 보장받는 조건에 계약을 했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본사와 가맹점 점주는 판매수익을 3대7로 나눠 가진다.

A씨의 일평균 매출은 지난 5월까지 일평균 150만 원 정도였다. 이경우 월평균 매출은 4500만 원 정도가 된다. 여기서 상품공급처에 지불하는 원가 30.4%를 제한 금액에서 본사에 30%가량의 판매수익을 나줘내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60%가량을 제한 나머지 금액에서 임대료(월150만원),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월평균 40-50만원), 전기요금(40-50만원), 인건비(350만 원)등을 제하면, A씨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월평균 30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월 매출이 100만 원 정도로 떨어졌다. A씨는 7,8월에 자신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최저시급에도 못 미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정리했지만 인건비로 줄어든 금액은 70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사가 가져가는 이익배당금을 20%로만 줄여도 A씨는 최소 월 200-300만 원 가량을 더 챙길 수 있다. 

A씨는 “편의점을 악재 없이 10년 이상 운영할 경우, 본사가 가맹점주의 이익 배당률을 85%까지도 높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재 없이 오래 편의점을 운영해 이익 배당률을 높이더라도 걱정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장사 잘 되는 자리로 소문이 나면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5년 후, 건물주가 월세를 턱없이 높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본사가 한  발 양보해 가맹점 이익배당률을 일률적으로 높여주고 현행 5년까지인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까지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A씨의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세금을 줄여주는 방법도 있다. A씨는 “담배의 경우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 그런데 4천 500원 짜리를 팔아봤자 마진이 10%밖에 안 된다. 10%를 본사와 7:3으로 나눈다. 실제로 내가 가져가는 돈은 280원밖에 안 되는 셈이다. 그런데 종합소득세는 매출을 기준으로 낸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쓰레기봉투도 20만원어치 팔면 마진이 300원 수준이다. 이것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부가세도 가맹점주가 다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최저임금과 관련한 각종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한 청원인은 14일 “5인 이하 사업장, 연매출 일정액 이하 사업장에 대하여 부가가치세율을 인하해 줄 것을 청원한다”는 내요의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인은 “부가가치세 10% 내는 나라 거의 없다”며 “소상공인 부가가치세 2~3%만 국가가 포기하면 충분히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세수 조금만 줄이면 효과적으로 소상공인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인가? 국회에 묶인 법안인가? 

각종 주장을 다시 종합해보면, 한쪽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실업률을 높이고 소상공인만을 힘들게 한다며 핏대를 세운다. 또 한쪽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발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 상황을 두고, 이미 잘 알려진 보완책마련을 뒤로하고 을 대 을의 싸움 즉,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싸움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상가임대차보호법은 24건이 발의됐지만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금지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50여 건 발의됐지만 이 역시 언제쯤 국회를 통과할지 기약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시행됐어야 할 보완책이 국회 문턱을 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진셈이다. 

동시휴업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전국편의점주단체협의회도 14일 성명을 통해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 간 을과 을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편의점협의회는 "정부가 카드수수료 조정 등과 같은 영세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 가맹사업본부의 근접 출점, 상가임대료, 불공정 가맹계약 등을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편의점협의회는 16일 오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향 등을 결정한 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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