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13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관련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 판단 재감리 요청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금감원은 "증선위에서 이처럼 감리를 재요청한 것이 이례적인 일이어서 아직 절차나 시기, 방법 등을 구체화하지 못했다"며 "투자주식 임의평가와 관련한 증선위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금융위와 협의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다시 공을 돌린 증선위의 초강수에 금감원이 마뜩치 않다는 반응을 내비치면서 금감원이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이것(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한 것)은 명령이다"라며 "현행 법령상 권한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거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어 "증선위는 원안을 가지고는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며 "감독원이 이미 감리를 한 내용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 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원안 고수 입장을 재차 밝혔다.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변경한 것은 회사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적 행위로 보고 있다. 

지배력 판단에 대한 심의가 다시 진행될 경우, 조치 수준도 변경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은 "공시 누락 부분과 지배권 부분을 함께 논의했을 때와 따로 논의했을 때 조치 수준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는 두 번째 안건을 심의할 때 가중하거나 경감하는 방법으로 조정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폐지 여부다. 만약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가 된다면 이는 제약/바이오 섹터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은 탓이다. 

증권가에선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결국 상장 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진흥국 연구원은 “삼성바이오 감리에 대한 차후 스케줄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어 삼성바이오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며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기준 변경에 대해서는 회계기준 위반으로 최종 결론 날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 등도 분식회계에 연루됐지만 상장폐지는 되지 않았다. 

진 연구원은 “상장적격성 심사 시 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설사 회계부정으로 판결되더라도 무조건 상장폐지로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증선위의 반쪽짜리 결정에 금융위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증선위가 추가감리 결정을 내린 것은 회계질서를 세우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확립해야 하는 본연의 일을 해태한 것”이라며 “금감원이 이를 다시 감리할 것이 아니라 직접 검찰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 의원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공시누락’을 고의적 분식회계로 의결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이 콜옵션 부채를 반영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는 크게 축소되고, 그 결과 1:0.35라는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정당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 고의적 공시누락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은폐하기 위한 사전적인 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 판단 부당변경’ 문제는 제일모직의 가치평가의 적정성과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후적인 행위인 셈이 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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