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반복되는 의료기관 폭력사건에 근본대책 시급해”

의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현장 모습 (사진=대한의사협회)
의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현장 모습 (사진=대한의사협회)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사건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진료실 내에서 환자가 의사를 망치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에 대한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강원 강릉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씨가 조현병으로 진료 받아오던 환자 B씨(남성, 49세)에게 주먹으로 목, 머리, 어깨 등을 구타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아오던 가해자 B씨는 장애등급 진단과 관련 전문의 A씨의 진단서 발급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이 B씨에 대한 장애등급을 3등급으로 판정해 장애수당이 감소하자 이에 불만을 품어왔으며 그 보호자들은 A씨에게 수시로 병원에 전화해 욕설을 하면서 ‘자신의 아들(가해자)이 망치나 칼을 들고 가서 의사를 죽일 것’이라고 협박해왔다.

가해자가 이전의 살인전과로 현재 보호관찰 중임을 인지하고 있던 병원에서는 동 사실을 보호관찰소에 통고했으나 살해 협박과 욕설은 지속되었다. 결국 지난 6일 오후 2시경 B씨는 다른 환자를 진료 중이던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와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서 의사를 죽이겠다고 마구 휘둘렀다.

난동을 부리던 과정에서 망치가 부러지자 B씨는 A씨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폭력을 행사했으며 이를 제지하는 다른 의료진을 공격하다 이후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현재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절차를 진행 중이며 10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의협은 “의료인은 환자인 이상 주취 여부, 정신병력, 전과기록 등에 관계없이 최선의 진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진료하고 있어 항상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라며 “특히 의료법 제15조는 환자에 대한 의료인의 진료거부를 금지하고 있어 환자의 진료권은 강력히 보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사법기관의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에 대한 경미한 처벌을 재차 지적했다. 의료계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의료법 및 응급의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을 강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사법기관의 온정적 접근방식으로 인한 경미한 처벌과 국민들의 의료인 역할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의 감정적 폭력행위가 아니라 진료의사에 대한 살인미수로 봐야 하며 가해자가 휘두르던 망치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발생했을 참혹한 결과를 예상하면 더욱 명백하다”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조사 및 강력한 처벌은 물론, 반복되는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의 마련 및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의 피해 의사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며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해 관련법 개정 및 대국민 홍보활동, 피해 회원 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 외치는 범의료계 규탄 집회 열려

한편 지난 8일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는 의사들이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열고 최근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응급실 의사 폭행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및 “진료실 내 상해 폭력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범의료계의 뜻을 전달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등 보건의료단체가 참석해 연대했다.

의협은 “진료실 내 보건의료인 폭행은 다수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반인륜적 행위”라며 “국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수 협회장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됐느냐”고 개탄하며 사법당국의 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김철수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2011년 경기도 오산에서 환자가 진료 중인 치과의사를 살해한 사건 ▲2016년 광주시에서 우울증 증세를 보인 환자가 진료 중인 여성 치과의사를 흉기로 수 차례 찌른 사건 ▲올해 2월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환자가 흉기난동을 부려 치과의사가 큰 상해를 입고 생명이 경각에 달렸던 사건 등 과거 치과계에서 발생한 폭력 상해 사건을 지적했다.

김철수 회장은 “일부 환자들의 의료인에 대한 폭언과 폭력은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환자 진료 기능을 제한시켜 환자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사법기관이 범의료계의 단호한 입장을 받아들여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통해 다시는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김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사법기관과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의료기관 내 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길 절실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