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방사선 물질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는 가운데 아시아권 여행지에서 산 라텍스 일부 제품에서도 라돈이 검출돼 이를 둘러싼 책임 소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라텍스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지역 패키지 여행 상품의 대표적인 쇼핑 품목 중 하나다. 일부 중국산 라텍스 제품에서도 허용치의 최대 4배 이상의 라돈이 측정되면서 해외 라텍스 제품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또, 지난 5일 원자력위원회에 따르면 태국산 라텍스 샘플을 분석한 결과 안전기준치의 7배가 넘는 연간 7밀리시버트의 방사선 피폭량이 확인됐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행사에는 중국과 태국 등으로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고객들이 현지 쇼핑 센터에서 구매한 라텍스 제품의 환불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한 달간 1000여건에 이른다. 전체 여행객수가 많은 일부 대형 업체의 경우 한 업체에서만도 200~300건에 이르기도 한다.
 
◇ 여행사가 데리고 간 쇼핑몰에서 구입한 라텍스...환불 안돼?

중국•태국 여행 라텍스 환불 요구는 앞서 지난 5월 30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시중에 판매되는 중국산 게르마늄 라텍스 침대의 라돈 검출 결과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이 사건 이후 여행사에 환불 문의가 한 달 넘게 빗발치고 있다. 
 
# 지난 4월 중국으로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김 모씨는 현지에서 구매한 라텍스를 환불받고 싶어도 어디에하소연해야 좋을지 몰라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패키지 여행 중 여행사 현지 가이드와 랜드사가 데리고 간 쇼핑 센터에서 라텍스 베개를 구입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라돈 사태가 터지고 난 뒤 불안한 마음에 여행사를 통해 베개를 환불 요청했지만 여행사에서는 일제히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여행사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라돈 검출 여부와 관계없이 여행사가 데려간 쇼핑 센터에서 산 제품이다. 찜찜한데도 계속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 면서 "여행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패키지 여행으로 중국 또는 태국 등으로 여행을 갈 경우, 일부 일정에는 쇼핑 센터 방문이 포함되어 있다. 쇼핑센터에서는 라텍스, 특산품 등을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여행사가 데리고 간 쇼핑센터 제품의 문제가 있으므로 여행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제조사들 검사 중...여행사 확정은 '시기상조'

현재 네이버 커뮤니티 ‘라돈 방출 라텍스 사용자 모임’ 등에서는 여행 시 구입한 라텍스에 대한 활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각 여행사에 문의한 내용 및 실제 구입처에 문의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 한 국내 대형 여행사는 "문제가 되는 음이온 발생 라텍스 등은 최소 3년 전 모델이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라텍스 상품은 라돈 성분과 관련이 없는 천연 라텍스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여행사는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듯 설명하면서도 태국과 중국에서 라텍스를 취급하는 현지 쇼핑몰 및 제조사에 고객 불만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내 소비자기관에는 제품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여행사 관계자는 "해당 국가 검증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금 당장은 문제를 대처할 대응 매뉴얼 없이 문의만 접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결과를 통해 문제가 확인됐을 때 향후 보상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여행사는 현지 쇼핑몰을 중개하는 역할일 뿐 여행사가 상품의 제조, 판매에 관여하지 않는 만큼 일정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라텍스 환불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 편"이라며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대부분 패키지 여행상품에 쇼핑센터 방문이 포함되어 있어서 향후 문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들 대부분이 환불요구를 하고 있다"며 "문의가 많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본사에서 내려온 방침이 없는 상태라 난감할 때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국내 여행사인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레드캡투어, 온라인투어, 한진관광, 인터파크투어, 자유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라텍스와 관련해 제품 검사를 검증기관을 통해 받도록 했다.
 
여행사들은 저마다 '라돈 검출' 결과 전달을 어떻게 할 지와 추후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보내온 인증서를 믿을 수 없다. 실제로 소비자가 사온 제품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측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현재 검토 중에 있고 다음주 초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부차원의 패키지 여행 옵션 자제 권고 이뤄지나

패키지 쇼핑 옵션에 대한 제고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측은 “라돈 검출 등의 이슈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여행사별로 아예 라텍스 쇼핑을 빼는 것도 검토하는 곳이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위기를 기회로 전복시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며 “쇼핑 옵션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 차라리 정상적인 지상비를 회복하고 상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등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라텍스 쇼핑 자제 권고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사회적으로 안전과 관련한 그물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경시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한편 한국소비자원과 여행불편처리센터는 일단 사태를 개별 접수건에 따라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여행 형태나 계약 조건, 일정 표시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괄적인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고 답했다. 여행불편처리센터 관계자는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인증서를 내놓아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불편처리센터 관계자는 “여행사와 쇼핑센터에서 검사서를 제시하고 있고, 이의 제기 건에 대해 추가 조사 등 방법을 취하고 있다”며 “애초에 해당이 없는 제품인데 소비자가 ‘찜찜하다’는 이유로 환불 조치를 해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소비자별로 상황마다 환불 가능 여부가 다르고 판단 기준도 애매해 한동안 해외여행 시 구입한 라텍스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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