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장의사들 우후죽순 활개...개인정보 삭제부터 악덕업체 평판관리까지 도맡아

해외 의류 편집샵 '그녀 희제' 홈페이지 (출처=그녀 희제 홈페이지 갈무리)
해외 의류 편집샵 홈페이지 (출처=해당업체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배송 지연과 반품, 환불 시 전화 연결이 안 돼 소비자 불만이 폭주한 해외구매대행 업체가 문제 해결의 적극적 의지는 보이지 않고 업체 이미지 세탁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 피해다발 등록 해외구매대행 업체...무슨 일이? 

모 여성 의류 쇼핑몰 업체는 한 달 이상의 배송지연으로 인한 물품취소와 반품에 반품비를 청구하는 등의 행태로 2017년 <소비자경제> 소비자 고발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최다 고발 업체였다. 

<소비자경제>를 통해 접수된 사례를 살펴보면 배송이 기본 4주를 넘기는 것은 기본이었다. 소비자 A씨는 지난해 5월께에 의류를 구매했다 계절이 바뀌도록 제품을 받지 못하는데도 배송 진행 과정을 확인할 길이 없어 분통을 터뜨렸다. 

주문한 의류 재고가 없다며 다른 색상을 고르거나 45일을 기다리라고 해 반품을 요청하자 반품비 1만 원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한 달이 걸려 겨우 제품을 받았는데 제품이 반만 배송돼 웹사이트를 통해 질문하자 답변은 않고 해당 게시물을 본인조차 열 수 없도록 닫아버렸다며 황당해 했다. 

그럼에도 해당업체 측은  "배송 시간의 과도한 지연은 수입의류 편집 업체라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지만 주먹구구식 소비자 응대와 배짱 영업에 소비자 불만은 극에 달했다. 배송지연 시 업체가 소비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등의 기본적인 배려조차 없었던 탓이다. 

이 업체는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2년 연속(2016년, 2017년) 피해다발 업체로 등록, 고시돼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는 소비자피해 예방 차원에서 소비자 제보가 10건이 넘는 업체에 대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 소비자 피해 그대로인데 평판관리업체 통해 과거 자료 지우겠다?

최근 해외구매대행 쇼핑몰 업체는 평판관리업체인 ‘인터넷장의사’를 통해 <소비자경제>의 지난 소비자 피해제보로 이뤄진 4건의 보도 기사에 대해 '잊혀질 권리'를 요구하며 삭제를 요청해 왔다. 

해당업체가 고용한 인터넷 장의사측은 피해 소비자들과 합의해 문제가 해결됐고, 해당 보도기사로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였다.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해당 업체가 제보자들의 불만과 피해에 대해 개선했느냐고 묻자, 인터넷 장의사 측은 “(업체 대표가) 피해자들과 완만히 해결하고 사과까지 했다. 배송 과정이나 소비자 응대 과정에서 벌어진 직원 실수를 바로잡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차 피해자들에게 완만하게 해결됐는지도 직접 알아본 것인지를 묻자, “그건 피해자 기록이 없어 하지 않았다”며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는 이 업체가 2년 연속 피해다발 업체로 등록될 정도로 <소비자경제> 소비자고발 게시판과 한국소비자원에도 동일한 피해 제보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서 <소비자경제> 소비자고발 게시판에 제보한 피해 소비자들이 그녀희제 측과 합의하고 문제가 해결됐는지 다시 확인해 보니 소비자 K씨는 "해당업체에서 반품을 거절당한 의류 3벌을 여전히 박스째 보관 중"이라고 했다. 

K씨는 “제품은 한 달 넘어 겨우 받았지만 모두 15만 원 정도하는 고가의 옷이 시장에서 산 옷 마냥 질이 많이 떨어져 입지도 못하고 박스째 보관 중”이라며 의류를 보관 중인 박스를 보여 주었다.  

그는 이어 “당시 소비자보호원에도 신고하고 카드지연신청도 했지만 업체가 연락을 모두 받지 않아 해결이 안 됐다”고 재차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 K씨는 해외구매대행 쇼핑몰 '그녀희제'에서 구입한 의류를 입지도 않고 박스째 보관 중이다.
소비자 K씨는 한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에서 구입한 의류를 입지도 않고 박스 째 보관 중이다.

<소비자경제> 취재진은 해당업체의 반론을 직접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몇 분째 안내 멘트 반복될 뿐 연결은 되지 않았다. 카카오톡 상담 창구를 통해서도 연결을 시도해 봤지만 먹통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 소비자 피해는 외면하면서 인터넷장의사 고용하는 얄팍한 상술도 문제

사회적으로 ‘잊혀질권리’에 대한 주장이 대두되면서 인터넷 악성 댓글이나 동영상 등을 삭제해주고 기업평판을 관리해주는 이른바 ‘인터넷 장의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장의사, 디지털세탁소, 온라인평판관리사로도 불리는 이들은 국내 웹하드, 해외 SNS 사이트(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불법 공유되고 있는 유출 동영상과 사진 삭제 외에도 카페, 블로그, 지식인, 웹문서 등 포털사이트 모든 영역에 존재하는 악성 게시물과 댓글 삭제를 해준다. 

또 사생활 침해, 오보 기사 정정 및 중재 청구, 회사 평판관리 등도 진행한다.

최근 한 디지털 장의사는 유명 유투버의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사진을 유포한 음란 사이트 운영 조직과 결탁해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주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인터넷장의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반면, 그 폐해도 커 엄격한 기준마련이 필요해진 셈이다. 

또 다른 인터넷장의사 업체를 통해 의뢰 비용을 문의해보니 “사실에 관계된 내용이라면 보도물은 삭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해볼 수는 있다“며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한마디로 밑져야 본전식으로 삭제요청부터 시도해 본다는 식이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은 "권리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원장은 “알권리는 소비자의 기본 권리 8가지 중 하나다. 소비자가 사업자와 대등하지 못한 관계에서 최소한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알 권리”라면서 “소비자의 알 권리가 훼손 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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