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료진 폭행 가중처벌법 유명무실…법 집행 엄정해야”

 

환자에 폭행 당한 B응급의학과장 (사진=대한의사협회)
환자에 폭행 당한 B응급의학과장 (사진=대한의사협회)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최근 전라북도 익산의 한 병원에서 일어난 응급실 주폭사건을 두고 그동안 의료인 폭행사건에 대한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술에 취해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다리를 발로 수 차례 폭행하며 난동을 부린 A씨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일 불구속 입건 및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폭행 피해자인 B응급의학과장은 뇌진탕을 비롯해 목뼈 염좌, 코뼈 골절 및 치아 골절 등의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는 중으로 가해자를 상해죄, 폭행죄, 협박죄, 모욕죄 등으로 고소하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와 제60조에 따른 형사처벌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1월 28일 개정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 및 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부과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2016년 5월 29일 개정 의료법에 따라 의료행위를 행하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2015년 응급실 폭력과 폭행대응의 이해 및 변화조사 결과 서울∙경기∙인천지역 수련 병원 30곳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중 폭력을 경험한 빈도가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의료기관 폭행에 관한 법률이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3일 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개선으로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여전히 의료인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의료기관 폭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 경찰이 사건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가해자가 환자라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공권력의 부적절한 대응은 의료기관 폭행 재발의 원인이 되며 일부 의료진들은 공권력이 응급실 폭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치료를 위해 대기하는 환자 및 가족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의료 현장이 공권력 사각지대로 방치된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피해자가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며 관계 기관의 각성을 요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호소문을 내고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 의료인 폭행이 있을 때마다 강력한 처벌 여론이 형성돼 왔고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처벌이 강화됐으나 진료 중 의사에 대한 병원 내 폭력은 반복되고 있다”라며 “아무리 엄격한 법이 있어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환자와 의사의 진료권은 의사의 노력으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공권력, 즉 경찰권이나 법원에 큰 책임이 있다”라며 “정부는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 형성에 앞장서야 하고 법원은 의사에 대한 무차별 폭행 현행범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했다.

 

전주 익산 병원 응급실 진료의사 폭행 당시 CCTV 화면 캡처 (출처=유튜브)
전주 익산 병원 응급실 진료의사 폭행 당시 CCTV 화면 캡처 (출처=유튜브)

 

◇ 의협 “의료인 폭행 처벌 조항에 대한 법률 개정 추진”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법의 실효성 상실이 원인”이라며 “법 개정으로 의료인 폭행 시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 시에는 일반 폭행과 같이 경미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의협은 4일 이번 응급의학과 의사 폭행에 따른 중상해 사태에 대한 입장을 거듭 발표하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한 형사적 처벌을 요구했다.

의협은 “3일 익산경찰서를 방문해 해당 폭행범, 살해 협박범에 대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으며 경찰 측으로부터 관련법에 따른 신속하고 공정한 엄중 수사의지를 천명했다”고 밝혔다.

또 이달 3주 이내에 전국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 약 2000여곳의 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진료실 등에서 ‘의료인 폭행 시 의료법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대한 내용을 명시한 대형 포스터형 스티커를 게시하도록 하는 등 향후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이 절대 용인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각인시킬 것임을 전했다.

특히 의협은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의료법의 의료인 폭행 관련 처벌 조항에 대해 벌금형 삭제, 반의사 불벌죄 조항 삭제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법 개정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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