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보험소비자에게 고지의무 위반으로 거절한 사례는 작년 한 해에만 1424건에 달했다. (사진=소비자경제DB)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보험소비자에게 고지의무 위반으로 거절한 사례는 2016년 한 해에만 1424건에 달했다. (사진=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국민은 약 73%에 달한다. 이중 제2의 제2의 국민의료보험으로 알려진 실손 의료보험은 국민의 약 62%인 3200만 명이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위험 보험료 기준 약 3조5,000억 원이다. 하지만 질병 또는 상해가 발생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미비하고 모호한 약관 규정 때문에 보험소비자들과 보험사간에 보험료 지급 여부 분쟁은 매우 빈번히 발생해 왔다.  

실손의료보험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일어왔다. 면책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약 5년 전 실손 보험에 가입한 A씨는 2017년 유방암 수술을 하고 일 년간 치료를 받았다. 최근 보험사에 재건 수술비를 청구했지만 입원 후 일 년이 지나 보상 제외기간(면책기간) 3개월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A씨는 해당 보험사에 강력 항의한 결과, 어렵게 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재건치료가 급한 것이 아니어서 미리 면책기간을 인지했더라면 충분히 치료를 미룰 수 있었던 사안이었던 만큼 해당 보험사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던 점을 인정해 A씨에게 입원비의 90%에 해당하는 실손 보험금을 지급했다. 

A씨는 “잘 알려주기만 했어도 날짜를 미뤘을 것이다. 다행히 보험금을 지급받았지만 그간 시간을 뺏겨가며 에너지를 써야 했다”면서 “보험이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인데 면책기간을 둔다는 것 자체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애초부터 면책기간에 관해 보험사가 제대로 알려주기라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는 암보험이 아니고 실손보험만 들었던 것이라 금액이 크지 않다. 그래서 쉽게 해결이 된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이처럼 실비보험에 면책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잦다. 

실손보험의 면책기간은 하나의 질병으로 여러 번 입원했을 경우 1년 까지는 보상을 해주지만 1년이 지난 시점부터 90일 동안은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면책기간은 2009년 10월 1일 이전에는 180일이 적용됐다가 2009년 10월 이후 3개월(90일)로 축소됐다. 다만 이때 의료실비는 표준화약관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사마다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실손보험 면책기간 내용이 약관에 기재되어 있더라도 용어 자체가 난해해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설계사가 상세히 설명해 주는 경우도 드물다. 

(자료=M보험사 약관 내용)
(자료=M보험사 약관 내용)

면책기간에 걸려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또 다른 실손보험 가입자 K씨는“내가 가입한 보험 약관이 무려 362페이지나 된다. 이 내용을 어떻게 다 알 수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팀장은 “면책기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런 문제에 제대로 된 기준을 세우지 않는 금융당국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이어 “모호하고 추상적인 약관 규정을 하루 빨리 손봐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 여부와 관련해서는 보험사에 말하는 약관에 무조건 따르지 말고 보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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