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의사와 환자간 관계 해치는 사업”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약국의 자살예방시범사업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공동성명을 통해 즉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의사와 약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28일 공동성명을 통해 “누구나 자살위험자를 치료기관으로 인도하는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어야 하지만 부적절한 개입은 치료를 방해할 수도 있다”라며 “대한약사회와 보건복지부가 7월부터 진행에는 자살예방 시범사업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성명을 통해 “누구라도 자살위험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치료기관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수면제로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환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약사회가 직접 게이트키퍼 교육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부적절한 개입은 반대로 올바른 치료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현재 보건복지부가 채택한 대한약사회의 사업계획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약사회가 자살예방에 동참하려 한다면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약사회가 자살이라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수익모델로 이용하려 한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이번 약국자살예방사업을 블루오션이라고 표현하고 이에 대한 수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라며 “사업에 참여하는 약국들에 상담료를 10회까지 지급하며 약 1억3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는 약사회가 자살이라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진정성 없이 수익모델로만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살예방에 비전문가이자 비의료인인 약사들이 상담료 수가 책정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 55만 게이트키퍼에 대한 모독”이라며 “근무시간에 교육을 받는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자살고위험군을 즉시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치료기관으로 연계하지 않고 10회까지 상담한다는 계획 역시 심각한 문제로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업을 대한약사회의 무분별한 영역 확장으로 보고 보건복지부에 의사와 환자관계를 훼손할 수도 있는 잘못된 시범사업을 철회하고 근거기반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약국을 방문한 환자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자살위험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고지하고 동의를 받아 상담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환자 인권 침해와 효과적인 치료 저해의 우려가 있다”라며 “약물 처방에 대한 의사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근거 없는 자살위험을 고지한다는 것은 의사와 환자관계를 해치고 환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환자를 위해 전문의가 최선의 선택으로 처방한 우울증 치료제인 항우울제마저 자살위험약물로 낙인 찍어 환자에게 고지하고 정부에 상담료를 청구하겠다는 약사회의 시범사업이 이대로 진행되면 의사와 약사간 협력 또한 방해하게 될 것”이라며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그 효과와 사회적 기여가 검증된 근거기반의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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