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계획하에 일관된 방향 추진 중요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한국사회의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이 오늘(22일) 드러난다. 

일각에서는 보유세 인상이 부동산 시장 악화와 민간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고려했을 때 부동산 시장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기성세대 사이에서도 확산하면서 여론 지형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다만 속도 조절과 그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재정특위의 보유세 개편 방향을 참여연대 활동에서 참고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20일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달팽이유니온이 공동 주최한 ‘서민증세인가?공평과세인가? 부동산보유세, 시민이 말하다“ 토론회에서는 보유세 인상을 둘러싼 구체적 방안과 의견이 오갔다. 
◇ 보유세 강화 필요성은? 

보유세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말한다. 

재산세 과세표준은 취득세 시가표준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이다. 한국의 경우 아파트의 70%를 공시가격으로 산정한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7억으로 산정된다. 이 경우 재산세는 공시가격 7억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곱한 4억이 2천이 되는 셈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다주택자인 경우 6억을 초과한 금액에, 1인1주택자의 경우  9억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만 종합부동산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7억이면 6억을 초과하는 1억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종합부동산세다.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80%이다. 

매년 4월경 정부가 발표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개인별, 사안별로 합산한 금액에 6억 또는 9억을 뺀 다음, 공정세율가입비율을 곱하면 과세기준이 산출되고 여기에 세율을 곱하면 각 세액이 산출된다. 

20일 참여연대가 주최한 ‘서민증세인가?공평과세인가? 부동산보유세, 시민이 말하다“ 토론회에서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부소장은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보유세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원장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아파트 수익률은 59.5%로 은행 정기예금(41.0%)과 무려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최근 4-5년 사이의 부동산 수익률을 보면 80%이상이다. 연간 20%가까이 상승했다”면서 투자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는 계속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1936만 가구인데 무주택자는 862만 명(45.5%)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억제하면서 부유층이 부동산 투자로 낼 수 있는 세후 수익률을 낮춰야 하는데 이는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 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부세 강화 방안이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됐던 건,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다. 종부세 대상자는 전체의 1%가 채 안되는데도 많은 국민이 이와 관련, 논쟁을 벌였다.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종부세는 결국 좌절됐다. 

김태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금융부동산팀 팀장)은 부과 대상이 아닌데도 부화뇌동하기 좋은 것이 부동산 문제라면서 보유세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따르면 실제 종부세는 전체 부동산 소유자의 2.5%만 낸다. 우리나라 보유세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2007년도였는데 이때도 종부세를 내는 사람 중 98%가 공시가격의 1%미만을 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경제학자도 동의하는 입장이고 헌법재판소도 보유세 세율인상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대안도 이미 마련돼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1세대 1주택에 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2008년도에 종합부동산법에 연령별 60세 이상, 보유기간이 5년이 넘으면 세액공제를 10-40%가량 해주게 됐다. 그러므로 일부 보수 언론이 들어 나오는 조세 폭탄은 과장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부 공동명의의 아파트의 경우 종부세를 매기기 위해서는 시가 17억이 넘는 아파트여야 한다. 종부세를 산정하는 기준은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6억을 초과하면 종부세를 낸다더라, 아니면 1세대 2주택자는 9억을 초과하면 종부세를 낸다더라는 식으로만 알고 있다”면서 “제대로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 현행 보유세 문제점 및 개선 방안은? 

현행 보유세와 관련,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쟁점으로 제시돼 왔다. 

첫째, 공시가격은 아파트는 시가의 70%, 주택은 시가의 60%로 산정한다. 이 같은 공시가격 산정이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1년 내에서도 가격 변동이 생길 수 있을 만큼 공시가격을 시가보다 조금 낮게 책정하는 것을 관례로 두더라도 항상 70-60%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애초부터 보유세 경감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계속 일어왔다. 

이에 공시가격 현실화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부동산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적정가격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데 법에서 명시한 평가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 

둘째, 재산세는 턱없이 낮은 기준의 공시지가에 공정시장가액비율(할인율)을 또 곱해서 두 번 할인해 주는 셈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점진적으로라도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셋째, 부동산 세율 문제다. 2005년 말 참여 정부 시절 세율은 한 번 올렸다 2008년에 원상 복구됐다. 

연구자마차 차이가 있지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승문 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효세율은 0.16% 정도다. 
캐나다는 0.87%/ 영국은 0.78% 프랑스 0.57%, 일본 0.54%, 호주 0.31%, 네덜란드 0.29%, 핀란드 0.26%, 스웨덴 0.24%이다. 자료가 존재하는 13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0.33%인 것에 비추어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와 비교해서도 부동산 세율은 낮은 수준이다. 2000cc의 소나타 자동차는 연 52만원을 내도록 되어 있다. 자동차의 시가를 3천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세율이 1.73%정도 된다. 

이와 비교해 4억 원짜리 아파트가 재산세만 55만원 시가대비 실효세율을 계산하면 0.14%수준이다. 시가 15억 짜리 아파트는 종부세의 대상이므로 약 272만원을 내는데 시가대비 실효세율은 0.1%밖에 안 된다. 

자동차가 부동산보다 높은 세율로 매겨진 건, 주택이 인간 삶의 기본을 이루는 주거의 수단이라는 것과 달리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주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만큼 현행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게 된다. 

참여연대는 최소 종합부동산세의 실효세율이 시가의 1%가 되는 방향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토지+소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지역별로 세 부담이 불공정한 문제를 짚었다. 예를 들어 1가구 1주택자가 시가 15억짜리 아파트를 세종시에 보유한 경우 재산세와 보유세를 합산해 246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반면 15억 원짜리 단독 주택을 울산시에 보유한 경우는 116만원을 낸다. 무려 119만 3천600원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실거래가 반영률은 공동주택은 71.5%, 단독주택은 59.2%, 토지는 61.1%이지만 위치나 지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 인프라에 따라 달라지는 토지가격이 건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남기업 소장은 “부동산의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행위, 즉 지배추구행위 근절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중요한 과제라는 측면에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보유세를 한 번에 강화하기는 힘들다. 로드맵을 정해 장기적, 계획적으로 꾸준히 방향성을 가지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중 현 시점에서 가장 빠르게 개정 가능한 것이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지가 조정이다. 이는  대통령령으로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세입자 부담 가중 등 우려 잠재울 보안책도 마련해야 

일각에서는 보유세 인상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와 함께 신중론도 거론되고 있다. 보유세가 인상되는 만큼 집 주인들이 세입자에게서 부담을 돌려 민간 소비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전경련회관에서 '주택시장 동향 및 보유세 개편방안' 세미나를 열고 보유세 인상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이후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돼 가고 있지만, 강남 등 서울 및 수도권의 선호지역과 경남 창원 등 지방과의 지역별 양극화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조금씩 인상하면서 거래세를 인하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안주면서 조세형평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19일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1세대 1주택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표준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폐지하고 공시지가를 과세표준금액과 일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서 12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과세표준 공제금액은 현행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김남희 간사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과세표준 올리는 것도 안 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많은 부유층이 1가구 1주택을 만드는 경우는 조세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다”면서 “정부가 주는 시그널이 분명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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