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제품 쓰고도 사회적 책임 지지 않았다" 비난여론 쇄도

올뉴K7동호회에 올라온 차량 내부에 백색가루가 묻어 있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국내 자동차시장의 83%이상을 점유하는 현대·기아차가 에어컨 작동 시 토출되는 정체불명의 에바가루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확산하는데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뒤늦게 조사에 나섰음에도 명확한 기준을 빨리 내리지 않는 국토부에 대한 비난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현대기아차의 일부 차종에서 에어컨 작동 시 송풍구에서 백색가루, 즉 에바가루가 나오는 현상이 계속돼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은 채 차량을 운행한다는 운전자들의 제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한 건 올해부터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쏘렌토 백색가루의 유해 여부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에는 약 9000명이 참여했다.

국토교통부는 에바가루 문제가 청와대 사이트의 국민청원에 올라오면서 추천인원만 1만 명이 육박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5월 22일 뒤늦게 공식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의문의 에바가루가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는 성분결과를 보도하면서 소비자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수산화알루미늄에 과다노출되며 노인성 치매, 비결절성 폐섬유증, 기흉, 뇌변병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계속하여 흡입하면 치매, 빈혈, 신장 질환의 발생 우려가 있다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도 수산화알루미늄은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가진 알루미늄 화합물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간 “먼지일 뿐이다”내지는 “산화알루미늄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해 온 기아차도 태도를 바꿔 전국 사업소 및 정비소에 지침을 내려 무상 수리 또는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 매우 소극적이어서 비난 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 백색가루가 발생하는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만이라는 식의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백색가루가 발견된 차종은 기아차 쏘렌토, K7 뿐 아니라 현대차 그랜저IG, 올뉴투싼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차종 외 동일한 에바포레이터가 장착된 타 차종에서도 에바가루가 발견될 소지는 다분하다며 전 차종을 대상으로 철저히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의 차량을 리콜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백색가루가 추후 유해물질로 판명되더라도 정부 차원의 리콜이 이뤼질지도 미지수다.

현행법상 리콜 사유가 자동차의 제작결함 사례에 한정돼 있고 에바가루에 대한 대처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현대기아차 또한 관심조차 두지 않다가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들어가자 자체 검사에 나서는 등 현재까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아차가 국토교통부의 조사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관련 차량들을 전면 자체 리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시장의 83%이상을 점유하는 현대기아차는 에어콘을 작동하면 송풍구를 통하여 인체에 치명적인 백색 미세가루인 에바가루가 시트에 쌓이기 시작한다는 사진 공개와 제보가 계속됨에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려한 채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고 이를 방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소비자주권시민모임은 “긴급하게 즉각 이를 실시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포함해 본격적인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소비자권리를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처음에 얘기가 나올 때부터 에바포레이터를 불량을 쓴 것이다. 하루빨리 전량 회수해서 제대로 된 제품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이미 유해한 가루를 마신 다음에 추적 검사를 하는 나라도 아니지 않나.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징벌적보상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이런 무책임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