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타당한 판결" vs 의협 "의료행위 위축"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내시경 검사 중 의료진의 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에 대해 법원이 100% 의료진 과실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의료진 과실을 100% 인정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동안 의료행위 책임제한 법리에 따라 과실 책임을 크게 묻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는 의료진 과실로 피해를 입은 A씨(66)가 경기도 소재 병원 의사 2명 및 서울 소재 종합병원 의사 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4년 동네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던 중 의료진 과실로 대장에 5센티미터 구멍이 생겨 고통을 호소했으나 담당의사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종합병원에서 A씨를 담당한 의사가 대장 천공을 발견해 접합을 시도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중간 처치 과정에서 산소가 뇌에 공급되지 않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A씨는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재판부는 의료진 세 명에 대해 A씨가 사망할 때까지 3억8000만 원 일시금 배상 및 매달 400만 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손해의 공평분담이라는 의료사안에 대한 이해가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15일 성명을 통해 “최근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1심 실형선고 사건 및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대량 구속사태 등과 더불어 벌어진 작금의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며 “이번 판결은 환자와 국민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앞으로 의료행위 과정에서 상황을 예견하기 어려운 경우 위축된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 동안 의료분쟁 소송에서도 공평한 책임의 분배라는 원칙에 따라 의료진의 책임을 분배해 왔다”면서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의료행위의 책임제한 법리를 독자적으로 배척한 것으로 협회는 상급심에서 이번 판결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평소 A씨가 대장질환이나 지병이 없었는데 의료진 과실로 천공이 발생했고 최종적으로 뇌 손상을 입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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