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수사 적극 협조"...정치권 "특검하고 특별재판소 설치"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 쓰인 자유, 평등, 정의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시 박근혜 정부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 아래에서 자행된 역대 최악의 사법농단 처리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듯 사법부는 검찰수사를 거부하고 얼버무리듯 재판거래 의혹을 덮혀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가 역력해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5일 담화문을 통해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접한 후 국민 여러분께서 느꼈을 충격과 분노에 사법부를 대표해 사과한다”면서도 “사법행정권자의 뜻과 다른 소신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 법관들이 다른 법관들에 의해 뒷조사의 대상이 된 것은 법관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특검 조사 요구가 거세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은 “드러난 모든 행위가 사법부 스스로에 의해 일어난 현실에서 사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했다”면서 “이에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한 법관 13명을 징계절차에 회부,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영구 보존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자료의 영구보존은 사법부 스스로가 지난 잘못을 잊지 않고, 그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는 다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이루어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법원노조가 11일부터 법원 정문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왔다.(사진=소비자경제)

 ◇ 천막 단식 농성 중인 법원노조, "재판거래 가담자 처벌해야"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법원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법원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김 대법원장이 판사들의 의견만 수렴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며 법원 정문 앞에서는 닷새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2년간 법원주사로 일해 온 우재선 씨는 “검찰에 수사를 하라고 고발장이 들어가 있는데 수사를 하면 되지 대법원장 입장 표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당사자들이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법치주의를 망가뜨려 놓고도 지금도 법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우 씨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에서 거래의 대상이 됐던 상고법원 설립에 있어, 당시 잘 모르고 일을 추진했던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적극 가담한 인물들은 마땅히 처벌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간부들은 지난 14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 재판거래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부 차원의 고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 법원노조, "아쉽지만 수사 진행에 장애물은 거두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담화문 발표에 법원 노조도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이 강제수사가 진행되면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협조하겠다고 한 데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 촉구 및 사법농단 피해자 피해구제 방안 적극 마련, 사법농단 재발 방지를 위한 관료법관제도 폐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등을 촉구했다.

조석제 법원노조 본부장은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형사고발 수준에까지 미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데 장애물은 제거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검찰이 수사를 못했던 이유는 대법원장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관련 입장을 밝혔다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라는 것.

조 본부장은 “앞으로 제대로 수사가 될 지를 두고 노동, 시민 사회가 지켜봐야 한다”면서 수사 진행 후에는 대법원 판결에 관여했던 문제의 대법관들은 탄핵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대법관들로 구성된 가운데 대법원 판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권 "특검 및 특별재판소 설치" 

이런 이유로 국민여론은 특검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한 청원인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야합하여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KTX 직원 사건 등을 박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대법원판결을 팔아먹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면서 “이 사건을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낱낱이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사법농단의 당사자들에게 판사봉을 맡길 수는 없기에 특별재판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소의 설치는 국회의 법률 제정 및 개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현행 헌법은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별도 관할을 갖는 특허법원이나 행정법원이 설치된 바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 설치가 3권 분립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검보다는 특별재판소 설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검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여야의 합의로 검찰 구성을 해야 하는데 야당의 시간 끌기 내지는 취지에 맞지 않는 인물이 섞일 여지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는 쟁점만 될 뿐 본질을 흐린 채 큰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박 의원은 “판단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다시 판단의 공을 사법부로 돌릴 것이 아니라 특별재판소를 설치하는 것이 맞다고본다”고 제시했다.

한편 법원노조는 18일 오후7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20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토론회를 여는 등, 사법 개혁을 위한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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