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지주사 출범 이후 금융권 M&A 태풍불까?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우리은행은 지금 내년 초 출범 이후 예정인 지주사 전환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의결한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금융당국 승인을 위한 인가신청을 거쳐야 한다. 

예비인가 절차는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법 상 지주사 설립과 자회사 편입 등 중요한 경영문제에 대해서는 예비인가 없이 바로 본인가로 갈 수 있다. 

우리은행은 1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고 곧바로 금융위원회에 지주사 설립 인가 신청에 낼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연말 주주총회를 거쳐 지주사 설립등기가 마무리되고 재상장도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도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에 긍정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우리은행에 대한 정부의 보유지분 매각은 지주사 전환 이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고려할 것은 매각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안인 가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위가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 보장과 경쟁력 강화, 정부가 보유한 잔여지분 매각 가치 향상 등을 위해 지주사 전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인가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필요성은?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은행 체제로는 성장하는데 한계를 느끼는 까닭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시중은행 중 유일한 비(非)금융지주 체제 금융기관이다. 

2001년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 체제를 갖췄음에도 증권사, 보험사, 지방은행 등 계열사를 매각하고 현재는 자회사로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이 남아 있다. 

은행은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넘겨 출자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자기자본 20조 원 중 출자 한도는 4조원 수준인 셈이다. 여기서 자회사 출자액을 빼면 신규 출자 여력은 7000억 원에 그친다. 

하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자회사 출자한도는 금융당국의 이중 레버리지비율(레버리지 비율은 기업이 어느 정도 타인자본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측정하기 위한 비율이며 일명 부채성비율이라고도 한다) 권고치인 130%까지 확대된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로 전환할 경우 M&A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데다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자산운용 등 다양한 업권의 자회사를 소유하고 계열사끼리 정보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비 은행 부문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고객 맞춤형 원스톱(One-stop)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제공, 통합 고객관리, 계열사 연계서비스 및 다양한 복합 비즈니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 지주사 체제 출범 6개월 앞둔 청사진은?...“교보증권 인수설 사실무근”

11일, 업계에서 우리은행의 교보증권 인수설이 흘러나왔지만 우리은행은 ‘그런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증권가에서는 교보증권 인수 추진설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교보증권의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8212억 원으로 국내 증권사 15위권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4%로 우수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12억 원으로 2015년(973억 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작지만 내실이 튼실한 증권사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을 뿐, 교보증권은 물론 타 증권사도 인수를 공식적으로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 서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덩치가 작은 자산운용사, 캐피탈, 부동산 신탁회사의 우선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지주사 전환 후 KB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 농협금융그룹과 자본시장에서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만큼 보험사나 증권사 인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보험사의 경우 IFRS17 도입에 따른 부담이 크다. 현재 타 증권사 인수를 서두르는 것도 우리은행엔 유리할 것이 없다. 

상대 증권사가 우리은행에 증권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해 몸값을 세게 부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디든 인수를 섣불리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우리종금 증권사 전환 유력

우선적으로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 신청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종금이 지난 10년간 인가 없이 외환·장외파생 관련 업무를 한 것을 두고 금감원이 제제 수위를 고민 중이다. 

이러한 상황이 증권사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금감원의 제재 수위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고의성이 없었던 데다 우리 종금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일 경우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당국도 비난도 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융당국도 빠른 지주사 전환을 위해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종금이 규모가 작다”면서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듯 말하면서도 “우리종금은 증권 라이센스도 가지고 있다. 검토해보는 시나리오는 맞다”고 말했다. 

우리종금의 시가총액은 52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기존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이 업계 1~2위를 다툰 점을 감안하면 성장성에 비해 현격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 사이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우리종금의 종금 라이센스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종금사에서 증권사로 전환 시, 원리금 보장상품 등 일부 상품 판매에 제약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종금사 라이센스를 유지한 채 증권사 라이센스도 요구하고 싶을 테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종금을 흡수할 당시 종금업 라이센스를 10년간 유지한 후 반납하는 조건으로 추진했던 만큼 메리츠증권의 선례에 따를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2020년 메리츠종금증권의 종금라이센스가 만료되면 종금사 면허를 가진 곳은 우리 종금이 유일해진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우리종금이란 사업유형 자체를 없앨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이 또한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 금융권 M&A 태풍 불까?

우리은행의 타 증권사 인수, 합병은 지주사 출범 이후 여유를 갖고 옥석을 가려가며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산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영업권을 부여한다. 자산이 최소 3조원은 돼야 수신 업무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이 우리종금 지주사 전환 안을 택할 경우, 총자산이 1조 7천억 원에 불과한 우리종금의 자산규모를 종금라이센스가 만료되기 전에 덩치를 키워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이자 수순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증권사 전환 추진 후 자산규모를 늘리기 위해 중·소규모의 증권사를 인수하는 M&A 바람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증권사 개수를 줄이고 대형 증권사를 키우는 현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비추어볼 때도 향후 금융권에 불어 닥칠 M&A 바람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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