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착한기업③] 케미포비아 우려 씻어낸 유기농 생리대 '해피문데이’
[연중기획 #착한기업③] 케미포비아 우려 씻어낸 유기농 생리대 '해피문데이’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8.06.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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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진 대표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것을 믿는다"
유기농 생리대 업체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를 <소비자경제>가 만났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지난 2016년 여성 생필품인 ‘깔창생리대’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저소득층 소녀들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수건으로 대체하거나 심지어 신발 깔창으로 대신한다는 이른바 ‘깔창생리대’ 논란은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여성에겐 꼭 필요한 생필품에 속하지만 터부시됐던 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확산한 것도 이 때부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 날’ 또는 ‘빨간 날’ 등으로 칭하며 입에 올리기에도 부끄러워했던 ‘생리’란 단어가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28세)도 저소득층 소녀들이 깔창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한 후 용감히 유기농 생리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그 날’이 모든 여성에게 ‘행복한 월경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좋은 생리대를 기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정기배송까지 하고 있다.

◇ 좋은 생리대 기부하고픈 마음, 창업의 길 열다

“깔창 생리대 뉴스를 접한 후 자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아프리카도 아닌데 생리대를 사지 못해서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소녀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그 아이들에게 좋은 생리대를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파다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행복한 월경 날’이란 뜻이 담긴 유기농 생리대 업체 ‘해피문데이’를 창업한 김도진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소녀들에게 좋은 생리대를 기부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혼자 생리대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보고 공장을 찾아다니면서 생리대의 원재료에 따라 특성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에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필름기반도 있고 인조재생섬유로 만든 것도 있고 순면으로 만든 것도 있는데 유기농 목화로 만든 제품도 부직포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에 따라 보플이 일어나는 정도가 달라지고 생리대를 파고 들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제품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제품이 모든 여성을 다 커버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그런데 생리대의 거친 사용 감을 줄여주기 위해 첨가하는 유연제가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화장품은 전 성분을 다 표기하는데 생리대는 왜 그런 것들이 전혀 되어있지 않는 걸까? 점점 의문이 들더라고요.”

김 대표의 생각은 무해하다고 증명된 원료를 사용하고 화학성분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데까지 이르렀다. 어떤 성분이 들어갔고 어떤 프로세스로 만들어졌는지, 고객친화적인 언어로 투명하게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것.

2016년 11월 연구개발 수준의 개인사업자로 시작한 해피문데이는 2017년 7월, 설립멤버를 갖추고 법인사업자로 제대로 닻을 올렸다. 김 대표는 안전하고 여성친화적인 생리대 생산을 위해 ‘해피문데이’의 제품을 검사해보고 싶었다. 식약처가 인증한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검사를 의뢰했지만 그때마다 거절당했다. 생리대는 안전 기준이 없어서 검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포기할 김 대표가 아니었다. 우연히 기저귀를 가지고 테스트를 했던 사례를 발견했다. 그 길로 한 연구기관에 달려가 끈질기게 요청했다. 때마침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일주일 안에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자료=해피문데이)

 ◇ 소비자 눈높이 맞추는 유기농 생리대 생산에 매진

지난해 발생한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으로 소비자들은 생리대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논란이 됐던 생리대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판매처에서 순면·유기농 생리대는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유기농 생리대를 찾는 소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을 하면서 ‘해피문데이’역시 아직은 광고나 홍보의 필요성도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 대기업이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생리대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끈기를 가지고 가다보면 진심이 통할 것’이란 마음이었다. 그런데 창업하자마자 정신없이 주문량을 맞추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고객이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소비자 반응이 좋을수록 유기농 생리대를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 초심을 되새기는 일에 집중한다.

◇ 월 6,400원에 정기배송...악플에도 감사를 전하는 마음

논산에 위치한 공장을 통해 생리대를 주문, 생산하고 있는 ‘해피문데이’의 생리대 생산량은 두 세 달에 50만 장 정도다. 생리대 한 장의 소비자 가격은 400원 정도.

원재료 값이 일반 생리대의 두 배 가량 높지만 그렇다고 생리대 가격을 높이고 싶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유통마진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맞는 타입의 생리대를 월 6,400원(중형기준)에 직접 배달해주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정기배송으로 하는데 다른데 납품하는 가격과 비슷한 값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유기농 생리대 시장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왜 경쟁력이 없었을까를 생각해 볼 때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가격이 올라가는 데는 원가가 높은 것도 있지만 유통 수수료가 크잖아요. 고객에게 다이렉트로 수수료 나갈 것을 줄여서 배달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서비스를 높이면서 가격대도 낮추려는 고민과 행동에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건 어쩜 당연하다.

이처럼 품질과 가격면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해피문데이’를 찾는 신규 고객의 60%는 생리대를 먼저 사용해 본 사람들의 소개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입에서 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입소문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엔 여러 곳에서 입점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이다. 그럴수록 욕심을 덜고 내실을 다지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나란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생산라인을 빨리 안정시키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의 질을 더욱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해피문데이’는 고객들의 후기를 대강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것이 안 좋은 글일수록 더욱 정성들여 댓글을 달고 개선점을 찾으려 애쓴다. 김 대표의 말이다. 

'해피문데이'는 고객 후기란을 고객과의 소통창구라 여기며 꼼꼼히 챙기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고객들 의견에 직원 7명이 돌아가면서 댓글을 달아줍니다. 그곳이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상담 창구라고 생각해요. 좋은 글만 올라오는 건 아니에요. 거기서도 개선점을 주시는데 저도 물건을 산 후 후기를 남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거든요. 그 정도 남겨 주시는 분들은 엄청난 애정이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르니까 다른 니즈가 있는 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슬로건처럼 내세운 ‘꼼꼼하게 챙겨 만든 유기농 생리대’는 그저 구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어리다고 소비자 향한 마음도 작은 건 아니다

워낙 어른스럽고 재치 있는 김 대표지만 한국사회에서 사업을 하는데 있어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이라는 데서 오는 마음의 부침이 있으리란 건, 불보듯 뻔했다. 

어려움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성이 사용하는 유기농 생리대 업체에 젊은 여성이라는 점은 더 강점이지 단점은 아니란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덧붙여 김 대표는 “꼭 거래처 미팅을 나가면 나이를 물어보고 몇 년생인지 까지 확인한 후 점점 반말을 섞어가면서 가르치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그 분은 파트너로서 내게서 점수를 깎아 먹는 것이니까 화가 나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만큼 나는 제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 보인다.

김 대표는 생리대에 대한 자부심만큼 직원들에 대한 자부심도 넘친다. 해피문데이의 직원은 김도진 대표를 포함해 총 7명이다. 모두 김 대표가 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다. 전혀 앞날을 알 수 없었던 김 대표의 손을 잡아준 고마운 사람들인 셈이다.

특히 ‘해피문데이’직원들만의 문화가 있는데 누군가에게 불만이나 문제제기를 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당사자에게 찾아가 직접 정중히 말하자는 것이다. 쉬울 것 같지만 사람 사이에서 쉽지 않은 이 어려운 일을 젊은 기업의 젊은 직원들은 실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믿을 수 있고 역량이나 성품이 좋은 분들만 모여 있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면서 직원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젊고 생기 넘치는 직원들 사이에서 대표란 직함은 그저 역할에 따른 이름에 불과하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이름’에 ‘님’자를 붙이는데 김 대표는 회사에서 ‘도진님’ 또는 영어이름 약자를 따서 ‘DJ’로 불린다. 김 대표는 “가끔 ‘대표님’소리를 들을 때가 있어요. 어려운 일을 해야 하거나 곤란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대표님이 하시죠’라면서 제게 몰아주는 분위기랄까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젊은 여성의 생각이 어쩜 이처럼 성숙하고 곧을까를 생각하다 그의 성장기가 궁금해졌다. 김도진 대표는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김 대표가 읽은 책은 무조건 부모님 중 한 명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런 습관과 경험 덕에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며 가치를 올바르게 정립할 수 있었다. 

이런 김 대표의 어릴 적 꿈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줄곧 사업가였다. 여성 사업가 조안 리의 책을 읽으며 막연한 동경을 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동경이 멋진 삶에 대한 허세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의 말 속에서 다시 짐작 할 수 있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났으면 가진 달란트를 기반으로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보탬이 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을 펼치기에 좋은 것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경영학과에 들어갔지만 만족하지 못한 김 대표는 21살부터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오늘의 ‘해피문데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 김 대표를 지켜보며 스타트업을 해보겠다며 상담을 해오는 친구들도 많다.

김 대표는 “그럴때마다 일단 말리고 봅니다. 쉬운 길이 아니기에 말려도 하겠다는 고집 정도는 있어야 어려움의 시간들을 견딜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라면서도 “이익만 챙기려 애쓰기보다는 사회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쉽지 않은 길에 동참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해피문데이는 설립 취지를 잊지 않고 저소득청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지원을 하고 있다. 기부하는 생리대가 배달 나가는 모습.(자료=해피문데이)

 

최근 생리대 지원 프로젝트'사랑의 날개'를 진행 중인 '예하운선교단체'를 만나 협약을 맺고 생리대 지원을 더 효과적으로 해나가기로 약속했다. 왼쪽 김디모데 선교회 대표, 오른쪽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자료=예하운선교회)

◇ 좋은 마음이 모이면 세상은 나아진다

창업을 할 때 마음먹었듯, 해피문데이는 꾸준히 소외계층 소녀들에게 생리대를 후원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굳이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할 마음은 크게 없다고 한다.

그 형태가 무엇이든, 소비자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사랑하면 보이고 결국 만나지듯, 최근엔 비슷한 생각으로 생리대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한 선교단체와 만나게 됐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유기농생리대를 후원하고 싶은 마음에 생리대 업체를 찾아 헤매던 김 대표처럼 업체를 찾아 헤매던 이가 또 있다는 것만으로도 김 대표는 힘이 난다.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예하운선교회는 후원금을 모아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사랑의 날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누간가 '사랑의 날개'프로젝트에 동참해 기부금을 내면 '해피문데이'의 유기농 생리대가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를 통해 배달되는 방식이다.

어떤 기업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김 대표에게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어려운 세상인 것 같아요. 세상은 어린 시절에 느끼던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죠. 그것을 알아버린 것이 서글프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여전히 희망, 혹은 선의에 대한 마음,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 그런 것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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