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는 만성질환…심각성 인지하고 꾸준한 치료 필요해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지난 3년간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5년 5390명에서 2016년 5920명, 2017년 5986명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분노조절장애는 각종 사회적 사건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질환이다. 특히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된 한진그룹 이명희씨 또한 영장심사 과정에서 분노조절장애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 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더 높아졌다. <소비자경제>는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전문의와 인터뷰를 통해 분노조절장애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 분노조절장애가 의학적인 진단명인가.

‘Impulse control disorder’로 알려진 분노조절장애는 정신과에서 널리 사용되는 진단 분류 체계인 DSM의 5번째 개정판(DSM-5)의 대분류 항목 아래 ‘간헐성 폭발성 장애’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DSM-5의 이전 버전인 DSM-IV-R에서는 다른 대분류 아래에서 같은 진단명으로 존재했었다. 흔하게 사용되는 분노조절장애는 대분류 차원의 진단명에 해당된다.

- 최근 분노조절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나.

실제로 ‘나도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는 상담문의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한 성격문제라고 생각해 넘겼던 부분도 점차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하려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분노조절장애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나.

화를 참지 못해 분출하며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로 인한 각종 폭력과 중독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거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증상을 겪는 본인은 물론 주변 가족과 지인까지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 다른 질환처럼 초기, 중기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상이 심해지거나 달라지나.

간헐성 폭발성 장애에서 보이는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행동들은 대개 청소년기에 시작되지만 간혹 40대 후반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원인은 무엇인가.

스트레스, 알코올 중독, 성격장애, 전두엽 치매, 유아기 양육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했거나 감정제어가 힘든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었을 경우, 성격문제로 지속적인 비난을 받았을 경우 분노조절 어려움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면담 및 심리학적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이 이뤄지고 약물 및 상담 치료가 진행된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만성적이라는 질환의 특성상 치료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분노조절 어려움을 단순한 성격문제로 여기지 말고 증상이 의심될 경우에는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전문의와 정확한 상담 및 검사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조속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 화를 잘 내는 사람의 경우 분노조절 어려움을 의심해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화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은 다른 정신과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권한다.
 
- 분노조절 어려움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분노조절, 즉 감정조절 어려움이 호전된다.
 
-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없나.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에는 심리적, 병리적 이유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극히 일부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화를 내는 정도가 누그러질 수는 있지만 치료가 필요한 원인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 평소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은.

어린 시절 신체적,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경우 간헐적 폭발성 장애의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경험한 외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 또한 타인의 감정에 대해 살펴보려는 의식적인 노력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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