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69)씨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고용 지시 등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11일 이씨를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서울출입국청 청사에 도착한 이 씨는 ‘가사도우미 고용을 비서실에 지시했느냐’, ‘가사도우미들에게 출국을 지시하거나 입막음을 시도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했다”,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성실히 조사 받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 조사실로 향했다.

이 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인 것처럼 꾸며 입국시키고 평창동 자택에서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조사를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본인의 이촌동 자택에서 고용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초청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국당국은 한진그룹 일가가 최근 10여 년 동안 필리핀 가사도우미 약 20명을 불법 고용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앞선 조사 과정에서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모집, 연수생 비자를 받아 입국시키는 데 대한항공 마닐라지점과 인사 전략실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임 정황도 파악했다.

국내법상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 비자)나 결혼이민자(F-6) 등으로 제한된다. 공소시효 5년을 고려하면 법적 처벌이 가능한 불법고용 규모는 10여명이다.

현재 이 씨와 조 전 부사장 외 대한항공 직원 6~7명을 입건한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날까지 조사를 토대로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이 누구 지시로 이뤄졌는지 확인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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