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홈페이지에 고소 절차 안내하고 수사 중...소비자 불신 극에 달해

 

투명 교정 시술을 내세워 치아 교정을 해온 강남 압구정의 A치과에 대한 고소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본관 건물 4층(왼쪽)과 별관 건물 3층(오른쪽)애서 진료를 하고 있지만 평균 5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등, 정상 진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투명 교정’ 시술을 내세워 치아 교정을 해 온 강남 압구정의 A치과에 대한 소비자 피해 숫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A치과는 SNS에서 맞춤형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다. 수만 명의 환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 초부터 부실진료를 주장하며 환불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게다가 대한치과교정학회와 마찰을 빚고 의료진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현재 투명교정을 한 피해자 뿐 아니라 보철 또는 클리피씨라는 자가보철 교정을 한 경우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측은 8일부터 정상진료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본관 4층과 별관 3층에서 진료는 이뤄졌지만 제대로 된 의료진도 없었고 환자들은 대여섯 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피해자들은 "병원이 폐업해야만 소비자들이 결재한 카드사에  신용카드 할부항변권을 신청할 수 있다"며 "병원 측이 정상진료를 할 것처럼 시간끌기를 하면서 도망갈 구멍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 뉴스보고 놀라 찾아온 환자들... 5시간 이상씩 대기 ‘황당’

“오늘 정기진료 날이라서 왔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사전에 말도 없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8일 정기진료가 예약되어 있어 동탄에서부터 왔다는 A씨는 아수라장이 된 병원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는 “예약 시간보다 일찍 왔지만 병원 데스크에서 5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전해 듣고 무작정 대기 하고 있는 중”이라며 “아무리 뉴스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병원이 이런 상황인데도 연락 한 번 없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등포에서부터 온다는 H씨는 “무작정 5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일을 접고 여기에만 매달려 있을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진료가 정산이 되어야 하는데 7월 가서 오라는 식으로 계속 시간끌기만 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이빨은 계속 더 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보철 치료를 받고 있다는 K씨는 “나는 돈만 내주고 아들이 혼자 다녔으니까 진료가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됐는지 사실 잘 알 수가 없다”면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한 후 일을 하다 말고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k원장이 피해자 1차 간담회 때 정상 진료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한 8일,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헐레벌떡 병원을 찾은 사람들로 병원 내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여기저기서 병원이 문을 닫아 끝까지 치료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거나 자신의 치료 과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몰라 불안하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지만 고객 응대를 제대로 해 줄만한 병원 직원은 병원 내부에 없었다.

의료진이건, 접수창구 직원이건 <소비자경제>취재진이 “향후 방안 마련”을 묻는 질문에 “나는 아르바이트로 또는 임시로 나온 사람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로 일관할 뿐이었다.

병원 원장의 개인 휴대폰 연락처를 입수해 수차례 연락을 취해봤지만 연결음만 반복해 울릴 뿐, 전화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뉴스를 접하고 병원으로 몰려든 교정치료 환자 또는 보호자들이 병원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병원에는 매일같이 뉴스를 보고 놀란 교정치료 환자들이 찾아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줄 직원이나 의료진은 없는 상태다.

◇ 투명치과 사건 전말은?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치아 투명교정*이 광고내용이나 사전설명과 달리 효과가 없거나 단계별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교정치료를 중단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선납한 고액의 진료비를 돌려받지 못해 이중피해를 겪고 있다는 소비자불만이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2년 3개월간(2016.1.1.~2018.3.20.)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투명교정 관련 불만은 총 332건으로 집계됐다.

올 1분기에만 86건이 접수돼 전년 동기간(30건) 대비 186.7% 증가하는 등, 해마다 급증했다.

투명교정 치료중단 사유는 의료기관의 ‘부실진료’가 180건(54.2%)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부작용 발생’이 60건(18.1%)로 뒤를 이었다.

부실진료의 세부 내용으로는 ‘효과없음’이 50건(27.8%)으로 가장 많았고, ‘진료 및 관리소홀’ 34건(18.9%), ‘교정 장치 제공지연’ 27건(15.0%), ‘교정 장치 이상’ 19건(10.6%) 등 의료기관의 진료 및 사후관리 전반에 대한 불만이었다. 

A 치과는 이처럼  “92년생 투명교정 할인, 99만 원 할인’ 과 같은 방식의 맞춤형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한 후 무분별하고 불성실한 진료를 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투명치과에서 교정 치료 중인 L씨는 “SNS에서 이벤트를 한다는 말에 지난해 9월부터 교정을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650만원을 부르더니 교정 전, 후 사진을 찍는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310만 원에 교정 치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L씨는 반값 이상을 할인해주는 대신 비용을 반드시 완납해야만 소비자를 믿고 진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병원측의 말에 치료 비용을 완납한 상태다.

그는 “항상 예약시간에 맞춰 내원해도 1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었다”라고 전했다. 평소 무분별하게 늘린 교정치료 환자를 병원측이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었다는 것.

그는 이어 “(처음 교정을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랫니 중앙 이빨과 왼쪽 니가 맞물리고 틀어져 버렸지만 제대로 의료진조차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병원을 상대로 고소한 상태다.

이처럼 투명교정 관련 분쟁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대한치과교정학회는 교정 진료비 환불 권고안에 투명교정 장치를 포함(2017.12. 개정)시켰다.

‘이벤트성 치과에서 일을 계속하는 경우 학회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는 공지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협회 차원의 압박에 병원을 그만둔 의사들이 발생하면서 의료진 공백은 병원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경기도 이천에서부터 교정치료를 위해 내원했다는 한 소비자는 “담당 의료진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면서 “일전에 강남의 한 치과에서 발생했던 먹튀 사건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됐다. 하지만 이렇게 고객을 많이 유치한 병원에서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싶어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 피해자 단체 카톡방에서 정보공유..2차 오프라인 모임 후 단체 행동 나설 것

피해자들은 현재 ‘투명치과 피해자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마련하고 카톡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카톡방에는 현재 피해자 200여 명이 모여 있다.

임시 대책위원장을 맡은 황성광 씨는 “나도 앞니로 아이스크림 하나 먹지 못할 만큼 이 새가 벌어져버린 피해자다”라면서 “이메일로 신분증과 진료기록 확인서 또는 영수증, 예약문자 등, 피해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받아서 순수 피해자만 모인 카톡방을 통해 정확한 정보 전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황 씨에 따르면 지난 1차 오프라인 모임 당시 강 원장이 참석해 8일부터 정상 진료를 약속했다.

그는 “교정 장치가 떨어진 사람이나 철사에 입 안을 계속 찔리는 사람만 응급처치 해주다 오늘(8일)부터 정상 진료를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본관 4층도 오픈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의료진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들의 의견도 개인 상황에 따라 갈린다.

치료가 얼마 안남은 사람들은 계속 병원이 문을 열고 진료를 마지막까지 해주기를 바라고 치료가 많이 남은 사람들은 환불과 진료 기록을 받아 타 병원에서 추가 비용 없이 남은 치료를 하기를 원한다. 또 일부는 악덕병원이니 법 처벌을 달게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씨는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쉽지 않지만 2차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임원진을 구성하고 집회를 갖는 등의 단체 행동을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160;압구정&#160;A치과의&#160;진료&#160;과정에서&#160;사기&#160;혐의가&#160;있다는&#160;내용의&#160;고소장을&#160;접수해&#160;사건을&#160;수사&#160;중이다. 고소가&#160;이어지자&#160;강남서 홈페이지에&#160;고소장과&#160;진술서&#160;양식을&#160;첨부해&#160;고소&#160;절차를&#160;안내하고&#160;있다.

 ◇ 강남 경찰서 홈페이지에서 고소 절차 안내

경찰은 압구정 A치과의 진료 과정에서 사기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사건을 수사 중이다.

현재 피해자 500여 명이 투명치과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고소했다.

고소가 이어지자 경찰은 홈페이지에 고소장과 진술서 양식을 첨부해 고소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31일부터 서울 강남경찰서는 "치과 사건 상담과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관계로 개개인에게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해드리지 못하는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고소장과 진술서를 작성한 후 서명 날인하고 신분증 사본과 결제 내역을 첨부해 전자메일로 제출하면 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경찰이 홈페이지에 별도 공지까지 게시하고 고소 절차를 안내하는가 하면 해당 치과 원의 출국금지를 신청하는 등 액션을 취하고 있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병원 측이 경찰에 손을 써 시간끌기하면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불안이 확산하면서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과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피해자들이 이처럼 불신이 큰 이유는 해당 병원 원장이 이미 먹튀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2001년 라미네이트와 치아미백을 내세우며 ‘W’ 치과를 열었다. 이후 병원 규모가 점점 커지자 양악수술 전문 병원으로 유명세를 타며 환자 수를 늘려갔지만 2012년 6월, 수십억 원을 탈세하고 결국 폐업했다.

임시 대책위원장을 맡은 황성광 씨는 “당시 피해자 중에는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빨에서 고름이 나와 고생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면서 “피해자들은 그 누구도 믿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에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찰도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보인다.

<소비자경제>가 강남 경찰서 쪽에 수사 진행 상황을 문의했지만 강남경찰서측은 “피해자 문의를 받아야 한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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