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서울 가락농산물시장의 일부 도매법인이 농민들로부터 받는 위탁 수수료를 수년간 담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농산물을 위탁판매하는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대아청과 등 5개 도매법인이 농민 등 출하자로부터 받는 수수료와 판매장려금에 대해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중 4개 법인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지난 10일 결정했다.

대아청과는 이중 처분 시효가 지나 제외됐다. 대아청과는 2004년부터 위탁수수료를 달리 정하며 담합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았다.

연체별 과징금 규모는 한국청과 38억9100만원, 중앙청과 32억2400만원, 동화청과 23억5700만원, 서울청과 21억4100만원 등이다.

도매법인은 농민 등 출하자로부터 농산물을 위탁받아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중간도매인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은 농산물을 대신 판매, 유통해주는 대가로 위탁판매수수료를 도매법인에 지급해왔다.

지난 2000년 1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개정으로 표준하역비 부담주체가 기존 출하자에서 도매법인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규격출하품에 대해 도매법인이 출하자로부터 하역비를 징구할 수 없고 위탁수수료만 부과해야 했다.

농안법이 개정되자 이들 5개 도매법인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2002년 4월8일 도매시장법인협회 회의실에 모여 농민 등 출하자에게 받는 위탁수수료를 종전 거래금액의 4%에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하역비를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한 법안의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위탁수수료에 이를 포함시켜 부담을 다시 농민에게 전가시킨 것.

또 2003년부터는 3년에 한 번씩 품목별 정액 하역비를 일괄적으로 5~7% 인상시키고, 그 인상분을 그대로 위탁수수료에 반영했다.

가락시장의 거래금액 규모는 2003년 1조6000억원에서 2016년 2조8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상황. 위탁수수료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 출하 농민들은 부담이 가중되고 일부 도매법인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도매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중앙청과가 22.04%, 서울청과가 18.05%, 한국청과가 18.07%, 동화청과가 15.82%였다. 그러나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2016년 도․소매업종 평균 영업이익률은 2.81%에 불과했다.

아울러 이들 도매법인은 판매장려금도 담합했다.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등 4개 법인은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거래금액의 0.55%에서 0.6%로 인상하기로 2006년 9월 합의했다. 판매장려금은 도매법인이 농산물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중도매인들에게 지급하는 돈을 뜻한다.

이들 4개법인은 2006년 12월부터 거래금액의 0.6%를 판매장려금으로 중도매인에게 지급했고, 현재까지도 동일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김근성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도매법인 간 위탁수수료 경쟁 등을 촉진해 출하자와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토록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 등 관계부처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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