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 사법농단으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 지속 알리겠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거래’ 등을 시도한 ‘사법농단’에 진상규명 조치를 요구하는 진정이 UN에 처음으로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UN인권이사회의 ‘법관 및 변호사의 독립성에 관한 특별보고관’인 디에고 가이아 샤안에게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사법농단 사태와 이 때문에 비롯된 심각한 인권침해에 특별보고관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주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 5일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90개 파일과 인용되지 않았던 8개 파일 원문을 공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재판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에 상고법원 판사 임명권을 대통령 의중대로 하겠다는 등의 추가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단체들은 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내놓은 조사보고서와 6월 5일 추가 공개된 문건들은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일어난 사법농단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서에는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국민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유린한 사법농단 사태에 관심과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9쪽 분량의 진정서에는 ‘행정처가 법관의 재산 현황 등을 뒷조사하거나 법관들의 연구모임을 와해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판결을 한 하급심 판사에 대한 징계 방안을 모색하는 등 ‘법원이 재판 내용을 거래의 대상,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법원 판결을 협력의 수단으로 삼아 법관의 독립성을 크게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또 유엔 특별보고관이 공식 방문해 인권탄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건설 반대운동과 밀양 송전탑 설치 반대운동, 세월호 참사 등과 관련한 판결도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와의 협력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같이 드러난 상황이 심각함에도 지난 5일 서울고법 부장판사(차관급)들은 판사회의를 열고 대법원장이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를 하는 데 강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조사단의 조사결과 드러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국민들이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훼손했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라며 “법원 판결에 대해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UN특별보고관에게 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한국정부에 요청해달라고 했다”며 “검찰에 의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인원이사회 ‘법관 및 변호사의 독립성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활동은 1994년, 법관과 변호사의 독립성 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인권침해의 심각성 및 빈도가 법관과 변호사에 대한 보호 장치 약화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면서 시작됐다.
디에고 가시아 샤안 특별보고관은 2017년에 임명돼 3년간 특별보고관으로 활동 중이다.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은 심각한 인권침해 발생 시 서한을 통해 해당 정부에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적절한 조치와 인권침해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심각한 인권침해에 적시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공개성명을 발표하거나 정부에 긴급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사례들은 많다.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2018년 5월), 마이나 키아이 유엔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특별보고관(2016년 1월), 배스컷 툰칵 유엔 유해물질 및 폐기물처리 관련 인권 특별보고관(2015년 10월), 마가렛 세카기야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2013년 5월) 등이 한국을 공식 방문해 인권침해 실태를 확인하고 권고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단체들은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이외 국제사회에 이번 사법농단 사태로 초래된 인권침해 상황을 지속해 알려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