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한국산 화장품이 중국을 넘어 유럽까지 확장했다.
천연성분과 고기능성 제품을 앞세운 한국 화장품은 유럽 현지에서 각광을 받으며 유럽 5대 화장품 수입국에 등극하는 성과를 거뒀다.
5일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가 발표한 ‘유럽 K뷰티 붐과 마케팅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이 화장품 수입국으로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유럽에 수출된 한국 화장품은 1억3579만 유로 가량이다. 2010년 1133만 유로에 비하면 12배가 오른 셈이다. 2016년보다 46.8% 증가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1위부터 4위까지는 미국, 중국, 스위스, 캐나다 순으로 차지하고 있다.
화장품 종주국인 유럽에서 한국 화장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에는 자연주의, 우수한 품질 등을 꼽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은 화학성분 대신 인삼, 알로에, 녹차 등 식물성 성분을 사용한 자연주의,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과 제조기술,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 출시 등을 유럽에서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뷰티기업들은 최근 이러한 차별점을 전면에 내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허브 코스메틱 브랜드 ‘빌리프’를 유럽 시장 내 주력 브랜드로 선보이고 있다. 보습력, 발림성 등의 제품력을 내세우며 주요 성분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빌리프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17개국에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화장품 유통채널 ‘세포라’의 유럽 600여개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에 ‘빌리프’를 입점 시켰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의 주요 성분에 관심이 높은 유럽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게 세포라의 셀프-피킹(self-picking)환경을 고려, 빌리프 제품 패키지에 주요 성분 및 효과 등을 효과적으로 표기했다.
투쿨포스쿨은 ‘에그 라인’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워 독일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달걀 속 난황 추출물과 우유 단백질을 함유한 에그라인은 민감성 피부에도 자극적이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그 무스 솝, 에그 센셜 플루이드, 에그 멜로우 크림, 에그 크림 마스크 등이 대표 제품이다.
지난달 투쿨포스쿨은 유럽 세포라와 러시아 레뚜알에 이어 독일을 대표하는 유통채널인 드럭스토어 '데엠(DM)’과 ‘로스만(ROSSMAN)’에 전격 입점했다.
유럽 13개국에 3500여 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데엠’은 독일에서 매출 규모 1위이며, ASW 왓슨스 그룹 소속 계열사인 ‘로스만’은 매출 기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드럭스토어로 독일 내 210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투쿨포스쿨 관계자는 “지난 3월 독일에서 열린 뷰티 컨벤션 글로우(Glow)에서 에그 라인과 다이노플라츠 라인을 최초로 선보인 후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에그 라인의 입점을 시작으로 색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유럽 시장 진출 확대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설화수 브랜드 단독 매장을 오픈하며 유럽 진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유럽 진출은 역사가 깊다. 1988년 저자극성 화장품 브랜드 ‘순(SOON)’을 수출하기 시작하며 프랑스 시장에 진출했다.
순은 아모레퍼시픽이 당시 17개 종합병원의 피부과 전문의와 공동 연구 개발을 통해 만든 저자극성 화장품 브랜드 ‘순정’을 발음하기 쉽게 바꾼 이름으로, 중개상을 통해 프랑스 전역의 약국 경로에 입점됐다. 순은 프랑스 전역의 약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1991년 한 해 동안 13억 원에 이르는 높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순의 활약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은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이 모인 샤르트르에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를 대표해 1990년 8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리리코스 브랜드를 생산하며 프랑스 진출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현지 고객을 고려하지 않은 운영 방식, 유통 판매사 매각으로 인한 판매권 상실 등으로 위기를 맞았고 순과 리리코스 두 브랜드는 철수 수순을 밟았다.
한편, 유럽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화장품 시장 중 유럽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약 25%에 달해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럽 화장품 시장은 온라인 플랫폼 및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K-뷰티와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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