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연 기자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최근 본회의까지 속전속결로 통과하면서 노동계는 그야말로 배신감에 빠졌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식비·숙박비·교통비)를 포함하는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해 왔지만 본회의 재석의원 198명 중 찬성 160표, 반대 24표, 기권 14표로 가결됐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다수의 여당 의원들까지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에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며 전례에 없던 최저임금 인상(16.4%)을 강행했던 패기는 한순간에 꺾이고 말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의 처사에 졸속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당내 진통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30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의 희망을 짓밟고 노동존중 사회를 포기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민주당 노동위원들은 깊은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올 해 전례에 없던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고 일부 언론과 보수 야당은 을대을의 싸움을 부추기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에 한 발 물러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생각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상공인도 노동자도 등을 돌릴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까지 가는 과정이 이렇게까지 험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 인상에 여야가 모두 한목소리로 동의해 불황으로 힘겨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문제와 프렌차이즈 갑질 문제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하며 설득해갔다면 어땠을까.  그 정도로 노동자의 삶을, 을들의 삶을 이해했다면 이번 개정안은 거론조차 안됐을 것이란 생각에서 아쉬움이 크다. 

업체들이 각종 이벤트에서 ‘1만 원의 행복’을 마케팅에 이용할 만큼 선심용으로 여겨지는 만원의 가치를 노동의 대가로 받겠다는 노동자들의 욕심이 지나친 것인지.

“내가 꿈꾸는 태평성대는 백성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하는 세상이다”

1만원 지폐권 초상화의 주인공 세종대왕의 말이다. 이 시대 정치인들이 꿈꾸는 태평성대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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