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호칭 회담 노력 치켜세워가며 회담 취소 재고 요구

[소비자경제=민병태 기자] 북한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데에 “언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갈 용의가 있다”며 갈등 국면을 봉합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 외무성 김계상 제1부상은 25일 담화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한 데에 기존의 날선 발언 대신에 다소 누그러뜨러진 어조로 회담의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언급했다.

김 부상은 “지금 조미사이에는 세계가 비상한 관심 속에 주시하는 역사적인 수뇌상봉이 일정에 올라있으며 그 준비사업도 마감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수십 년에 걸친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조미관계개선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진지한 모색과 적극적인 노력들은 내외의 한결같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런 뒤 “그런 가운데 24일 미합중국 트럼프대통령이 불현듯 이미 기정사실화 돼있던 조미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며 “조미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을 겨냥한 최선희 부상의 강경 발언에 대해 “사실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며 크게 문제 삼을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역사적인 조미수뇌상봉에 대하여 말한다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데 대해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해 왔다”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의지를 치켜세웠다.

김 부상은 이어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뇌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우리는 역사적인 조미수뇌상봉과 회담 그자체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첫걸음으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에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핵 폐기에 대해) ‘트럼프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 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지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상은 거듭 “하지만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놓지 않았다.

그는 담화 말미에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며 미국의 회담 취소를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김 부상의 이날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회담 재개 여지를 최대한 살려가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배경에 대해 강경 발언으로 대치했던 북한의 태도변화를 지적하고 공을 다시 넘긴 만큼, 회담 재개는 이제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거나 공개서한을 띄우는 형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회담 재개라는 상황변화가 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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