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형법상의 낙태 처벌 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하기 위해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이에 낙태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게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역사적 흐름에 퇴행하지 않는 제대로 된 위헌 판결을 내리라"며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각계 여성 시민 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 등은 이날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형법상의 낙태죄 조항은 낙태한 여성이나 이를 도운 의사 등의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이들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공동행동은 이 같은 조항으로 인해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등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많은 여성들은 낙태가 불법인 탓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술을 감행,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부담을 여성이 고스란히 안고 있으며, 낙태에 관련 된 다양한 처벌에도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대립되는 문제인 것처럼 판단했고, 태아의 생명권은 공익이며 여성의 결정권은 차익이므로 생명권을 중심으로 합헌 결정한다고 했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생명권은 태아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해당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의 남편의 심각한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신 중단을 결정했음에도 처벌받은 사건에서, 함께 책임이 있는 남성은 낙태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낙태방조죄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수많은 여성이 자신의 건강을 위협받고 생명을 잃으며 살아온 현실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인권위원회의 신윤경 변호사는 “예외사유를 두지 않는 낙태의 전면 금지로 인해 여성은 불법 수술을 감수해야 하며 의사가 수술한다고 해도 안전성은 담보되지 않는다”며 “임신의 지속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더라도 배우자 동의 없이는 시술할 수 없는 등 낙태의 결정권은 전적으로 남성에게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낙태가 여성의 권리여야 한다는 주장은 태아가 독립적 인간 생명이라는 생물학적인 기본 전제를 무시한다"라며 "모든 인간의 생명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태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지켜질 가치가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헌재는 2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관련 형법 269조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위헌정족수에 해당하는 6명이 "태아의 생명 보호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조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과거와 다른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형법 제 270조 제 1항(동의낙태죄)는 의사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1년 11월 10일 이들 조항과 관련해 공개 변론을 진행했으며 이듬해 8월 헌법재판관 4대4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고 이는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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