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중심 개편안 유력...경제력 집중 해소 방안 마련은?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의 핵심 사업인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과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하면서 논란이 야기됐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 사회 단체들 사이에서도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합병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고 오로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분할 합병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증권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6:4 합병비율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거나 모비스를 AS모듈 부분과 미래차 부품 투자 회사로 먼저 인적 분할 한 뒤 시장 가격에 따라 글로비스와 재합병을 추진, 또는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존속모비스 지분과 대주주 지분을 교환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거의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모비스 중심의 개편안 유력

증권가에선 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B증권은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과 미래 전략 및 주주 환원 정책은 모두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현대차 그룹이 기존의 모비스 및 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모비스와 현대차의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안의 경우 경영 승계 관련 비용이 향후 크게 증가하게 되고 현대 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문제로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결 자문 기관 및 주주들이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했던 핵심 사유가 모비스 분할 비율 및 글로비스와의 합병 비율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모비스 분할 비율을 기존 모비스 주주에게 유리한 구조로 재조정 한 후 합병을 재시도하는 안과 모비스 인적 분할 사업 분야 및 분할 비율 재조정하는 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모두 분할 모비스를 상장한 뒤 시장의 가치 평가 비율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또 다시 합병 비율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 “어떤 안이든 재벌 경제력 집중 해소에는 관심 두지 않을 것” 지적

현대차그룹이 시장의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대책을 내놓기로 한 것을 두고 국내 재벌기업으로서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한 재벌 경제력 집중 해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이 반대 여론에 몰려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주주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모색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주주들을 설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소비자경제>와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경제력 집중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는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재별 개혁 위한 마스터플랜 하루빨리 마련해야

박상인 교수는 재벌개혁을 종합적으로 시행한 이스라엘의 사례를 예로 설명하며 종합적인 시각을 갖춘 마스터플랜이 정부차원에서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2013년 소유·지배구조 개혁과 기업 관계자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적용해 황제경영을 막고 출자 단계를 단순화 시켜서 경제력 집중 문제도 해소했다.

그는 야당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필제도나 차등의결권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습을 쉽게 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도 꼬집었다.

박 교수는 “포이즌필 도입으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엘리엇이 2%도 안 되는 주식을 사서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에 도입과 관련해서도 "우리 현실에선 맞지 않는다. 비상장에서 도입 되는 제도인데다 외국에서는 창업자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는 제도인데 한국은 3,4세까지 세습을 하면서 무슨 차등의결권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참여연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현대차그룹 총수일가는 지주회사 지정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금산분리·교차출자 문제 해소 등 각종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 제2조 및 동법 시행령 제2조에 의하면, 지주회사는 국내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또 그 주된 사업이란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당해 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은 자회사 주식가액에 대한 구체적 산정방법을 적시하지 않고 있어 대부분 기업들은 원가법, 지분법, 공정가치법 중 원가법을 임의로 선택해 지주회사 지정을 회피한다.

원가법 적용 시 분모인 총자산은 실질적으로 증가하나, 분자인 ‘국내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은 고정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개정 또는 관련 지침을 마련해 지분법 또는 공정가치법으로 자회사 주식가액을 평가하게 함으로써 지주회사 규제회피를 막아야 한다는 박 교수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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