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비자 안전, 법제도 제대로 운영 못하고 있다"
[인터뷰] "소비자 안전, 법제도 제대로 운영 못하고 있다"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8.05.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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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 "소비자기본법 취지부터 이해하는 것 중요"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이 <소비자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라돈침대, 생리대 파문 등 소비자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러한 안전 문제 이면에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놓고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은 "소비자관련 분쟁은 인프라가 문제가 아니라 운영과정에서 정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운영 면에서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문제연구원은 서울시에 등록된 한국소비자협회의 산하기관으로 설립된지 3년이 조금 넘었다. 

신생 단체의 2대 원장으로 취임한 정용수 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 원장은 대우자동차에서 6년 근무를 하다 1990년 2월 소비자원에 입사해 기계공학 상품 테스트 분야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0년도에 법학을 전공한 후 소비자원 정책연구실에서 4년간 근무했다.

자동차를 잘 알고 법까지 공부한 정 원장은 박사 논문으로 제조물책임법 자동차 급발진 사고 판례 분석 내용을 썼다. 이 분야에서 보기 드문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4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조물책임법의 실효성 문제도 꼬집었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소비자 분쟁유형이 점차 다행해지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최근 소비자원 상담사례에서 보면 부동산컨설팅 관련 상담이 많아졌다. 경제가 안 좋아지고 은행금리가 낮으니까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 한국은 소비자를 얼마나 잘 보호한다고 생각하나? 점수로 매겨준다면?

법과 제도 면에서 볼 때는 70점 이상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인프라가 아니다. 운영하는 사람들과 과정에 있다고 본다.

안전정책의 경우도 법이 미진해서 발생하는 건은 10%미만이다. 애초부터 제도가 없는 경우는 드물고 운영할 때 제대로 운영이 안 될 만한 구조를 갖고 있다거나 기준이 있는데 시험한 사람들이 대충해서 올려주거나 그런 것들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정보제공을 사전에 제대로 안해주는 것도 문제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소비자 스스로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운영 과정에서 정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을 못한 공무원이나 사업자, 사업자 단체 어떤 경우에는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낙제점밖에 못 주겠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징벌적 손해 배상에 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징벌이라 함은 형벌의 일종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미국은 행정적으로 형사, 민사적 손해배상제도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묶어서 한다.

우리의 경우는 엄격히 구별이 돼있다. 형벌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징금, 과태료, 벌금이 다 국고로 들어가는 것인데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하면 징벌 부분에 들어가는 금액도 피해자가 가지고 가는 것이어서 우리의 손해배상 법 이론과는 체계가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의 법체계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도입한 것이 3배 손해배상이다. 실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상하게 하는 것인데 제조물책임법과 하도급법 등 8가지 정도에 도입돼 있다.

-그렇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입증책임완화를 도입한 제조물책임법이 작년 4월에 개정돼 올해 4월 19일 시행에 들어갔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것인가?

4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조물책임법도 사업자가 3배를 물도록 해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판례에 나왔던 법을 명문화 한 것밖에 없다. 사실상 소비자가 손해 본 사실을 증명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소송에 들아 갔다고 치자. 미국은 재판을 할 때 무기평등의 원칙이라고 해서 무기를 똑 같이 가지고 싸움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으로 재판을 한다. 그래서 정보를 똑 같이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제도가 우리는 없다.

정보를 얻으려면 굳이 판사에게 정보제공 요청을 해야 하는데 받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판사 마음에 달려 있다. 정보 게시제도 자체가 도입이 돼있는 않은 상황에서 무늬만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을 넣어서 많이 강화한 것처럼 했는데 답답하다. 조항에 결함의 추정이나 인과관계 추정이 들어갔지만 그것도 추정을 받기 전단계의 문제가 해결 되야 한다. 역시 정보제공을 요청하고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유리해졌다고 생각하겠지만 기업입장에서는 겁을 낼 필요가 없다. 제조물책임법 개정할 때 나도 위원으로 들어갔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잘 아는데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 다 빠지면서 무늬만 있는 법이 되고 말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제조물 책임법은 미국형과 유럽형을 짬뽕시켜 놓았다는데 있다.

우리는 법에는 결함을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 기타. 4가지를 명시해 놓았는데 앞에 세 가지는 미국형이고 기타는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유럽형을 넣어 놓은 것이다.

일본은 유럽형을 따라가고 있다. 우리도 유럽형을 취하려다가 최종 조율 과정에서 미국법을 가져와서 합쳤다.

과실 부분은 증명을 못 하니까 빼고 결함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제조물책임법의 취지인데 미국에서는 제조물 책임법이 기계적으로 대량생산되는 것들에 대한 결함을 전제로 제조물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 아닌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게 되니까 제조상의 결함에 대해서만 과실을 묻지 않고 표시나 설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의를 했느냐 하면 ‘합리적’이라는 말을 넣었다.

‘합리적인 대체 설계’라는 말이 들어가 있고 표시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표시. 지시, 경고가 없는 경우’라고 되어 있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과실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설계나 표시에 대해서는 제조물 책임을 물을 때 과실 책임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 세 가지를 고스란히 가져와서 법에 넣어 놓았다. 소비자들은 증명이 더 어려워졌다. 제조상의 결함을 밝혀내려면 의도된 설계와 다르게 제작됐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설계도가 없다. 당연히 사업자에게 달라고 해도 줄 리가 없다. 제조상의 결함을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멀쩡한 제품과 결함이 있는 제품을 비교하는 것 밖에는 없다.

설계 결함을 밝히기 위해서도 기존 설계도 알아야 하고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안전한 설계가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표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도 사용설명서나 표시 사항을 보고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부분을 밝히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조물책임법이 시행하면서 사용설명서가 두꺼워지고 표시사항이 많아진 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타에 명시된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 부분도 모호하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누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 일반 소비자 수준인지 전문가 수준인지 이런 부분에 대한 기준치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 법은 전면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되지 않고 있다.

작년에 내가 소비자학회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그 때 얘기한 것이 정보게시제도다. 이런 것이 뒷받침이 안 된다면 기존에 우리 법원에서 하고 있던 것을 명문화 한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셈이고 소비자가 증명해야 하는 과정만 더 복잡해졌다고 봐야 한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는 입증이 매우 어려운 것 같다. 본지 소비자고발 제보란에도 자동차 관련 제보가 무척 많은데 자동차 회사들은 결함 인정을 잘 안한다.

맞다. 특히 자동차는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정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사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결함이 없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제조업자가 제조 시에 발생한 것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제조업자의 손을 떠난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건은 해당이 안 된다. 그런데 정비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인지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다.

- 본지 소비자고발 제보란에 해외공장에서 차를 들여올 때 평택 항에서 관리 소홀로 녹이 슬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 제보가 들어온 적이 있다. 이런 경우도 제조상의 과실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 단순한 부분은 아니다. 녹슬지 않도록 도장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녹슬지 않는 재료를 썼는지 이런 것을 밝혀내기가 어렵다.

-한국은 자동차 리콜도 잘 안 준다. 리콜을 하더라도 회수율이 낮은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사업자의 의지가 낮기 때문이다. 강제 리콜을 하는 경우 소유자에게 다 통지를 보내도록 되어 있는데 자기네만 아는 용어를 써서 보낸다. 이 때문에 통지를 받고도 그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응답률이 떨어질 수 있다. 하자가 있는 부분을 정확히 그림으로 그려 표기해 보내는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자동차는 최초의 소유자 정보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사를 갔다거나 해서 통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5월1일부터 개정소비자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평가는?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제도(CCM)에 불만이 많다. 원래는 기업소비자전문협회(OCAP)가 10년간 해 온 일이다. 기업의 자율적 분쟁해결 기구로 두고 해오던 것을 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유전자변형식품 완전표시제도에 대한 국민청원에 정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어떻게 보았나.

유전자 표시 제도는 당연히 필요하다. 제품의 안전성 문제니까 알아야 할 정보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맞다.

원두표시제도를 가지고 연구한 적이 있다. 생두를 볶기 전 생두의 원산지가 있는데 베트남 생두가 싸다. 베트남 생두를 사서 미국에서 로스팅을 하고 브랜딩을 하면 미국산이 된다. 그러면 생두에 대한 것은 알 수가 없다.

GM0 표시도 마찬가지다. 원료에 대한 표시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러면 GMO를 쓰지 않은 제품은 가격이 비싸질 것이고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관련 사업자와 종사자도 많고 단숨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라마다 기준도 다 다르기 때문에 해외 어디를 쫒아가려 하기 보다는 우리에게 맞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윤리적 소비자가 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간성회복이다. 그것은 바로 도덕 회복이다. 이와 함께 재료 선택 시, 혹은 재배 시 작업자에 대한 배려는 충분히 이뤄졌는가 등을 생각해보는 윤리적 소비 이전에 윤리적 생산도 얘기해야 한다.

- 소비자연구원이 나아갈 방향, 앞으로의 계획을 전해달라.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소비자관련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교재도 하나 만들고 교육도 진행하려 한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 대한 부분을 주력하려고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아까 윤리적 소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 전에 우리 법의 취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소비자 보호이론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 한다. 하나는 주권론 관점이 있고 하나는 소비자 보호론이 있는데 보호론은 어찌됐든 소비자는 약자여서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이론이고 주권론은 소비자는 합리적인 경제인이어서 정보만 충분히 제공해주면 스스로 알아서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우리나라 소비자기본법은 원래 소비자보호법이었다. 96년도에 제정 돼 2007년도에 소비자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됐다. 담당 주무관청도 기획재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바뀌었다.

일본이 우리보다 앞 서 법을 이렇게 바꾸었는데 소비자호보법에서 기본법으로 바꾼 배경을 잘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는 소비자가 더 이상의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 권리를 실현하는 주권을 가지고 시장경제의 주체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기본법으로 바뀌면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는 부분이 강화됐다. 그런데 취지에 맞게 정보를 제공해주느냐.

조항으로는 반영이 됐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 해 본적이 없다. 법이 바뀐 취지조차도 해당 업무 공무원조차도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를 합리적 경제인 모델을 전제로 하고 정책을 세우는 것이 맞느냐는 부분에서 우리가 한 번 더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준만 높여놓고 뒷받침은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소비자도 본인이 정보를 취득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의무가 생겼다.

그래서 거기에 보면 자원절약적인 소비생활을 해야 하고 자연친화적인 소비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들이 이미 다 나와 있다. 바로 윤리적 소비 개념이다.

이미 법에서 다 명시를 하고 있는데도 그럴듯한 말이 생겨나는 것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하나의 트랜트처럼 쓰이다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책무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체단체, 사업자와 사업자 단체가 지원하고 끌어줘야 하고 소비자가 합리적 경제인 모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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