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규제물질에 뒤늦게 포함한 물질이 문제...검사는 제대로 했나?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달걀살충제 사건이 터진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정부 부처와 관련 당국이 여전히 소비자 불안을 잠재울만한 제도적 장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라남도 나주의 산란농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긴급 회수·폐기에 나섰다. 회수·폐기할 계란 110만개 중 80만여 개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를 앞 둔 농가에서 추가로 검출될 수 있어 소비자 불안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살충제 파동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룬 후 발생한 일이어서 관련 당국의 대처 능력이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피프로닐 설폰 검출 추가 농가 발생 우려

 ​​​​지난 22일 전남도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나주시 공산면 한 산란계농가가 생산한 계란에서 ‘피프로닐 대사산물’(피프로닐 설폰)이 0.07mg/kg 검출됐다. 피프로닐 설폰의 기준치인 0.02mg/kg보다 3.5배 초과했다.

해당 농가는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취득하고 산란계 4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하루 평균 계란 2만4000여개가 생산된다.

전남도는 해당 농가의 계란을 출하 중지하고, 규제 검사를 강화했다. 특히 해당 농가가 생산한 계란 45일분 110만개의 유통과정을 추적해 긴급 회수·폐기에 나섰다. 이중 80만여 개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난각코드에 ‘SR8MD’이라고 찍힌 계란을 샀다면 판매처에 반품해야 한다.

농림식품부는 닭진드기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을 앞두고 5월부터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농장 단위 검사 이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통 중인 계란 2200개에 대한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농가 단위 검사도 진행 중이어서 살충제 추가 검출 가능성은 배재할 수 없다.

◇ 검출된 피프로닐 설폰은 어떤 성분? ​​ 

‘피프로닐 설폰’은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가축의 체내에 닿으면 대사과정을 거쳐 생성되는 대사 산물이다.

곤충의 신경계를 교란하고 근육과 신경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죽게 하는 독성물질로 계란에서 피프로닐(설폰)의 잔류 허용 기준은 0.02ppm이다.

문제는 피프로닐 설폰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3~5년간 소멸되지 않고 계사에 잔류하다 닭의 몸에 흡수돼 계란으로 배출된다는 것.

한두 번 닦아서는 해결이 안 되고 20번-30번 가량 닦아내야만 겨우 없앨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미 수년간 ‘피프로닐 설폰’이 함유된 달걀을 먹어왔을 개연성이 크다.

◇ ‘피프로닐 설폰’ 규제 물질에도 늦게 포함하더니 검사는? 

정부는 지난해 8월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독성물질인 ‘피프로닐 설폰’을 국내 규제물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피프로닐 설폰’을 함유한 달걀이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감사원 지적사항으로도 제기됐고 작년 10월 기동민 의원실에서 ‘피프로닐 설폰’성분을 누락하고 검사했다는 국정감사 질의를 냈다.

식약처는 이후 10월 10일 피프로닐 설폰 성분을 부랴부랴 검사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후 식약처는 총 28개 농장에서 ‘피프로닐 설폰’이 검출돼 폐쇄 및 수거조치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기관의 대처능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피프로닐 설폰은 작년에 10월부터 검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모든 농가를 검사하지 못했다. 올 해 12월까지 순차적으로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피프로닐 설폰이 함유된 달걀이 시중이 얼마나 유통됐는지 올 연말이나 돼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농림부가 양계협회 요청으로 살충제 파동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 관리 차원에서 모니터링 희망 농가 98호에서 피프로닐 설폰 제거 작업 전 오염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77%(75호)가 네덜란드의 허용치인 1㎍/10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프로닐 설폰’을 전국 농가에서 다 닦아 없앨 때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여서 관계기관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계농가에 치명적인 닭진드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상황에 맞는 연구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농림부가 올해 한국 화학융합 시험연구원을 연구사업자로 선정했다.

연구 사업은 이제 시작단계여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검사기관마다 결과 제각각... '관리기준' 없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해당 농장에 대해 출하 금지 및 6회 연속 검사 등 강화된 규제 검사를 적용할 계획이다.

농약을 불법 사용하는 등 위반사항이 확인된 농가는 고발하거나 과태료도 부과된다.

내년부터는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와 생산자 고유번호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에게 달걀의 신선도, 생산환경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 유통되는 달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의 일환이라지만 양계농가들은 농가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단 검사기관간에 ‘정도관리(quality management)’가 없다는 농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정도관리’란 검사기관간에 동일한 결과를 내는 것을 뜻한다.

작년 12월 피프로닐 검출로 계란 전류 회수 조치된 영광 보배농장의 김용괄(67세) 대표는 "검사기관을 신뢰할 수 없는데 농가 잘못으로만 몰고 가는 상황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보배농장은 1983년부터 이어오며 친환경인증까지 받았던 양계농가다. 김 대표는 당시 민간기관 2곳과 정부 기관 1곳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민간기관 2곳에서 모두 적합 또는 기준치 이하 판정을 받았지만 정부기관인 동물위생시험소에서는 기준치의 16배가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식약처에 재검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민간기관 두 곳에서 이상이 없었는데 정부기관의 검사 자료만 인정해 문제있는 농장으로 낙인찍어 버리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살충제를 없애는 약품 값만 1300만 원이 들었고 지금까지 손해액이 11억이 넘는다"면서 "이전에 한 번도 관련 교육이나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던 정부기관들이 농가의 잘못으로 떠넘기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분신자살까지도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사용하는 HPLC라는 검사장비는 계란 한 점 검사에 143만 원의 고비용이 드는 데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농축산물원산지안전성연구소 쟁맹수 소장은 "소비자나 유통업체 등이 계란 잔류검사를 의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누구나 쉽게 의뢰할 수 있는 검정기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계협회 양동진 국장은 잔류농약 허용기준치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성분의 약품이라도 농산물에서의 허용기준치와 터무니없이 큰 차이가 난다는 것.

그러면서 "친환경인증제도 역시 너무 종류가 많고 중구난방이라 농가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면서 규제와 관리 감독 이전에 제대로 된 제도 정립을 먼저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