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구제에 후속재발방치 대책까지 발빠른 대처 요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11개 회원단체가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관 앞에서 대진 라돈 침대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보상 가능한 상담창구 마련과 라돈침대 제품에 대한 강제 리콜 및 규제 당국의 이행 여부 감독 등을 요구했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최근 문제가 된 ‘라돈’침대를 신속히 회수해 폐기하고 피폭 검사 조치를 철저히 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11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대처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진침대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고 9.3배가 넘는 위해 수준이며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있는데도 '모나자이트' 관리가 부재한 등 규제 당국의 소비자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허점이 확인됐다"면서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

요구사항은 상담창구를 마련, 문제 제품 강제 리콜 및 규제당국의 이행여부 감독, 소비자에 대한 피폭 검사 방안 마련·제공 및 건강상의 위해 평가 실시, 방사능 발생 우려가 있는 생활용품에 대한 전면 조사 및 대응책 마련, 사업자의 피해 보상 이행을 위한 당국의 역할 수행 등이다.

협의회는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는 상품이 몇 년 간 유통되고 있어도 관리되지 않고 위해성이 파악돼도 제대로 수리 조치가 되지 않고 있다"며 "피해 소비자는 여전히 전문적인 상담과 피해접수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마찬가지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최소 170만~180만원에서 30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 침대를 구매했다"며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피해보상은 물론 1급 발암물질 '라돈'을 내뿜는 침대를 내 집에서 빨리 내보내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라돈침대 문제가 공론화된 지 3주 가까이 됐지만 회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에 행정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즉시 같이 나서서 '라돈침대'를 회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소송제의 필요성도 다시 언급됐다.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마저 정부는 도입만 약속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았다"며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나 원안위 등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건강피해에 관한 상담내용과 소비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2010년부터 문제가 된 침대 제품을 부부가 함께 사용해왔다는 50대 남성 A씨는 "백화점이라는 대형유통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 믿고 구입했지만 이후 부부 모두 건강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이유 없이 답답하고 헛구역질을 비롯해 숙면하지 못하고 잠을 설치는 현상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A씨는 "부인이 갑상선 결절, 본인은 위암 초기 판정을 각각 받았다"며 "언론에 보도되는 대진 '라돈침대' 사태를 접한 뒤 저와 부인의 증상이 이 때문이 아닐까 의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인 대진침대는 연락이 원활하지 않고 회수 조치가 잘 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위해 2012년부터 침대를 구입해 사용했다는 여성 B씨는 "아이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돌발성 두통을 호소해 MRI 검사와 치료를 받았는데 (침대가) 원인이 아닐까 두렵다"며 "신속히 제품 교체나 수거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진침대 라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인터넷 사이트 ‘화난사람들’을 통해 소송 접수 1차 마감을 완료한 상태다. 

◇ 모나자이트 수입업체 대진침대 포함 66곳에 공급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모나자이트 수입업체가 대진침대 매트리스 공급업체를 포함한 66곳에 모나자이트를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업체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이온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나자이트는 우라늄과 토륨을 함유된 방사능 물질이다. 모나자이트에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이 부서지면서 ‘라돈’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지난 2007년 의료용 온열 매트에서 방사선이 나오는 모나자이트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2년에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시행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생활 주변 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도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목걸이, 마스크, 페인트 등이 국제적인 생활방사선 노출기준(연간 1m㏜)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타 가구업체들도 가구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타 가구회사들도 자체 검사를 진행하며 소비자를 안심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에이스침대도 ‘최근 언론에 보도된 특정 유해물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 측정시험 결과 안전한 것으로 판명됐습니다’는 공지와 함께 측정시험 결과표를 게재해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한국시몬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시몬스침대는 ‘라돈’ 성분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이온파우더’를 국내 자체 생산시스템에서 생상되는 그 어떤 매트리스 제품에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자체 수면연구 R&D센터 결과 안전수치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왔고 공신력 있는 외부 시험연구기관에 재검사를 의뢰했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시몬스 홍보팀 관계자는 "외구 시험 결과는 약 1달이 소요돼 6월 중순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소비자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이낙연 총리 원안위 부실 지적.. 관련 법안도 발의돼 

원안위의 검사 발표 번복과 대진침대 측의 늑장대응 등에 소비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국민의 안전 안심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며 원안위의 위기관리 능력을 지적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당장 해야 할 응급조치부터 시간이 다소 걸리는 문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세밀히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부처가 단독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총리실에 알려서 함께 판단하고, 유관부처 공동대응 체제를 갖추도록 해주기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1급 발암물질인 라돈과 같은 방사선방출 위험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자의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은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은 방사선물질 가공제품도 이를 제조 또는 수출입하는 자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안전관리 의무업자로 등록하도록 하고 안전기준 준수여부를 전문기관에서 조사받도록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행 생활방사선법은 원료물질이나 공정부산물을 수출입 또는 판매하는 자 등은 ‘취급자’로 등록케 하고 원안위에 수출입, 유통, 처리, 처분, 재활용 등에 관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방사선물질을 이용한 가공제품의 경우에는 가공제품이 준수해야 할 안전 기준만을 규정하고 있다. 가공제품 제조업자의 등록 등에 관한 관리절차가 없어 헛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장의 피해자 구제와 함께 후속 재발 방지까지 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관계 기관들에 발빠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