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도덕적 해이 수준 넘어 시장경제 질서 근간 흔들어"

[소비자경제=박소희 기자]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매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은영(56)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항소심도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회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12억원을 선고하고 4억9000여만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당시 한진해운은 전 세계적으로 해운 사업을 활발히 하던 굴지의 기업이었다”라며 “이에 수많은 주주나 투자자들은 한진의 경영 정상화 여부에 일희일비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전 회장은 사실상 한진 내부자에 버금가는 지위에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한진이 비상 경영상태에 돌입할 것을 추론할 수 있는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뒤 주식을 처분했다”라며 “처분 방법도 조금씩 은밀하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일반 투자자들을 버리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도망간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며 “단순한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 시장경제 질서 근간을 흔들었다”고 질타했다.

다만 “사건 이후 사회복지재단과 한진해운 등에 125억원을 기부했다”라며 “별다른 전과도 없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 전 회장은 2016년 4월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이 발표되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두 딸과 함께 보유 중이던 27억원 상당의 한진해운 주식 96만7927주를 모두 팔아 주가 하락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결과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회계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의 안경태 전 회장으로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국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됐고, 상황상 조 회장이 손을 들 것 같다”는 내용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받은 뒤 주식을 매각했다.

1심은 “유가증권시장의 공정성 및 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현저히 훼손됐다”라며 최 전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12억원을 선고하고 5억여원을 추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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