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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ㆍ대우해양조선 하도급 갑질 현행법 위반 직권조사해라"하청기업들 "엄연한 상생협약법 위반...중기부가 나서줄 것"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갑질 피해 하청업체 모임(대표 한익길)이 10일 오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수도권평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벤처기업부에 상생협력법 위반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사내하청 부당한 갑질 중단하고 경제민주화 실현하자.”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의 사내하청 부당 갑질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 갑질 때문에 줄도산한 하청업체 대표들(현대중공업 하청업체 9개사,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4개사)이 10일 오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수도권평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벤처기업부에 상생협력법 위반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갑질 피해 하청업체 모임(대표 한익길)을 결성했다. 그간 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 등에 피해구제를 호소했지만 어느 기관에서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하도급 갑질 피해구제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공정위에 경종을 울리고 중기부가 상생협력법에 의해 부여 받은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의 간절한 외침을 들어보았다.

◇ “정해진 기준은 아무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인 ㅅㅇ기업 대표였던 김00 씨는 2015년 11월 30일 눈물을 머금고 사업체 문을 닫고 말았다. 은행 빚 포함 30억 가량의 빚을 떠안고 도산한 후 지난 3년간 김 씨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피폐했다.

직원 400명의 퇴직금과 월급을 주지 못해 11억이 고스란히 빚으로 쌓였다. 3억 4천 정도의 4대 보험금을 내지 못 해 4개월간 징역을 살고 나왔다.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으로 재판을 받고 5월 25일에 나올 마지막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건물청소 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는 직접공사비보다 턱없이 낮은 하도급대금을 지급해 소위 후려치기를 일삼아 온 현대중공업의 갑질의 심각성을 알렸다.

“저희는 배관업을 했었는데 2013년, 14년도에는 공사비의 60%정도를 주다가 2015년에는 40%밖에 안 주더라고요. 어떨 때는 30%밖에 못 받은 적도 있습니다.”

선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대금 계산 기준표도 공개되지 않았다. 산정대금 정산방식은 늘 주먹구구식이었다. 본사에서 구역별로 하청업체에 일감을 나눠주면 먼저 일을 진행 한 후 매 달 언제 얼마나 돈이 들어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기를 계속해야 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인 ㅅㅇ기업 대표였던 송00 씨도 2013년 7월부터 약 3년간 피땀흘려 일구었던 사업체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계속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 쓰다 결국 파산했다. 그는 매 달 피가 말랐던 상황을 회상했다.

“두세 달 지나니까 적자가 3억 발생했어요. 매 달, 적게는 2천만 원, 많게는 5천만 원씩 적자가 났는데 3년간 적가를 면한 달은 석 달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두었다는 송 전 대표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음료수 깡통에 빨대 꽂고 빨아 먹다가 다 빨아 먹고 나면 음료수 깡통 버려지듯 하는 것이 하청업체 대표들의 현실이다”라면서 억울함에 입술을 떨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한편 현대중공업지주는 올 1분기 6조2858억원의 매출과 35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매출은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 10.7% 늘었고 영업이익은 172.3%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2818억 원, 영업이익 796억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수주량 증가·1분기 흑자전환·사장 연임 확정 등 ‘삼박자 호재’를 만나 순항하고 있다. 

 문제인 정부의 하도급 갑질 피해 구제 위한 제도 활용…중기부가 나서줄 것

조선소 하청업체를 운영하다 도산한 업체 중에는 공사비용의 9%정도의 말도 안 되는 하도급 비용을 지급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청업체 대표들이 평균 3년 만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점을 관가해선 안 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근로기본법 위반에 4대 보험을 제 때 납입하지 않아다는 이유로 업무상 횡령죄로 고발당한데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런 까닭에 재기는 꿈도 꿀 수 없는데다 제대로 된 직장에 재취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벤처기업부나 나서 줄 것을 촉구한 조선소 갑질 피해 하청업체 모임은 “공정위가 갑질의 핵심인 단가후려치기로 인한 피해 구제는 전혀 손을 못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위가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 18개사로부터 하도급법 위반 신고를 받고 조사했지만 계약서 미교부, 지연교부라는 가벼운 사유로 과징금 2억 원을 부과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피해업체 발언을 한 대우조선해양 피해 사내협력사 대책위 백이석 간사는 “얼마 전에 소송에 들어가서 1심 재판을 했다. 판사가 하는 말이 협력사가 이기게 되면 대우조선 협력사 전체가 이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건데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말했다”고 호소했다.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할 법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선례가 되기때문이라는 것. 

정상적인 비용처리가 이뤄지지 않는 뿌리 깊은 갑질 관행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법의 잣대마저도 여전히 대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고 대리인인 서청원 변호사는 “하청업체 피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공정위에만 신고가 됐지, 중기부에 신고가 들어간 것은 없었다”며 “중기부에 상생협력법을 근거로 직권조사해 달라고 신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위탁기업은 수탁기업에 물품 등의 제조를 위탁할 때 수탁기업이 책임질 사유가 없는데도 물품 등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납품대금을 깎는 행위, 납품대금을 지급일까지 지급하지 아니하는 행위, 수탁기업이 납품하는 물품등과 같은 종류이거나 유사한 물품 등에 대해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납품대금을 정하는 행위는 모두 위반사항이다.

서 변호사는 “중기부가 2006년부터 상생협력법을 제정해 갑질 행위 조사와 실태 조사 등에 대한 의지를 많이 표현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가진 자료 등을 중기부가 확보하고 전수조사와 실태조사를 해 조선소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하청업체들의 신고서는 11일까지 제출될 예정이다.

◇ “일 할래요. 말래요?” “대가리 나쁜 놈아” 폭언 듣기도.. 진정한 상생협력은?

원청이 협력업체 관리자의 인력 동원을 지시하는 카톡 내용과 현장 인원 체크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갑질 피해 하청업체 모임'은 협력업체는 단순 인력공급업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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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이 본사 직원에게서 받은 모욕적인 메일

 대기업 조선소의 갑질에 맞선 하청업체 대표들은 "도급 계약이지만 사실상 원청이 인력과 지출항목까지 일일이 다 관리하는 인력공급업체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하는 내내  차별과 간섭, 폭언 등으로 힘들었던 마음을 쏟아내기도 했다. 

“당장 40명을 투입하라고 했다가 노동자들에게 통보할 최소한의 여유도 주지 않고 일주일 후에는 40명 빼라고 했다.” “납기일 안 맞출 겁니까? 일 안 할 거예요? 할 거에요?” 

하청업체 대표들이 줄곧 들어온 말이다. 

하청업체이긴 하지만 엄연히 한 사업장의 대표였던 이들은 “본사 직원들에게 늘 통보와 명령조의 말을 들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대리급의 젊은 직원들까지 ‘이리가라 저리가라’ 명령을 하면 간 쓸개 다 빼주고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은 말할 것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본사에서 보내는 계약서에 ‘클릭’ 한 번 하기 위해 새벽 2시까지 대기하는 것도 일상이었으며 작업 현장에서는 본사 직원 3명이 들어가는 컨테이너에 협력사 직원은 20명이 옷을 갈아입고 근무해야 했다. 본사 직원이 협력사 직원의 메일로 “대가리 나쁨 놈아”라는 폭언을 한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 갑질이 단지 오너 일가의 부도덕함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독버섯처럼 퍼져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김동규 사무처장은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갑질을 바꾸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 때에 대한민국의 경제가 선순환,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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