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최근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상법 개정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기업 갑질이 도를 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가운데 정부가 총수 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의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상법 개정에 관심 쏠려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은 최근 재점화한 대한한공 갑질 사건을 대표적인 예로 들며 이러한 갑질을 감사위원 분리선출로 해결 가능하다는 전문을 발표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토록 하는 제도로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감사위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 이사가 되어야 하는데 사회이사 선출권은 최대주주에게만 권한이 있다. 최대주주만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한 셈이다.

따라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이뤄지면 최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도 충분히 표를 모아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해진다.

금소원은 전문에서 “최대주주 일가인 조현민이 전무가 될 때까지 감사위원은 무엇을 했으며 조현민 전무가 물컵 사건을 일으킬 동안 회사에서 감사는 받아왔는지, 각종 불법 의혹과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건이 있었는데 감사위원이 이사회를 긴급소집 했는지"등에 물을표를 던졌다. 

이어 "최대주주의 꼭두각시 노롯만을 하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가는 대한항공 감사위원들은 대주주들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금소원은 “폭행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술집종업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 기소된 김동선 한화그룹 3세, 수행기사를 상습폭행 하고 진술번복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수행기사를 폭행한 정일선 현대BNG 사장 등 만연한 기업 갑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이 주주를 대신해서 경영자를 감독·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일부 국회의원들로 답보 상태”라는 안타까움도 함께 전했다.

재계의 신경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정부가 의지대로 상법 등을 개정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해외 악성 투기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도입된다면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등은 연합하는 외국 기관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다 선임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밖에도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모기업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 소송제, 허수아비 이사회를 막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 등도 포함돼 있다.

2013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상법개정을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재계와 보수언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경영능력과 상관없이 부를 상속하며 절대 권력을 휘둘러온 기업 총수 일가들의 불법과 전횡을 차단하고 투명한 경영을 하자는 의지로 상법개정이 추진 중이지만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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