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소비자 분쟁 사례로 살펴본 상조상품의 문제점

(임찬홍 법무법인 서상 변호사)
[소비자경제=소비자법률칼럼] 갑과 을, 병은 은퇴 후 정기 등산모임으로 교류하면서 노년의 외로움을 함께 달래는 국민학교 동창들이다. 이번 산행 직후에는 상조서비스가 막걸리 안주로 올랐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 가입한 상조서비스에 대해 모두 불만과 불안을 토로했다.
 
갑은 지난 2008년 5월에 A상조업체의 월 3만원, 10년 만기 상조상품에 가입했다. 갑은 퇴직 후 하나뿐인 딸로부터 용돈을 받아 근근이 생활해 왔는데, 작년부터 형편이 어려워진 딸네로부터 용돈을 받기 곤란해지자 상조상품 만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왜냐하면 상조상품 가입 당시, ‘10년 동안 납입을 완료하면 축하금 명목으로 납입금 360만 원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A상조업체가 폐업하였으니 피해보상금으로 갑이 납입한 금액의 50%만을 반환해 주겠다’는 안내문이 공제조합으로부터 날아왔다.
 
그러자 을은 ‘갑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라며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말했다. 을은 B상조업체의 상조상품에 두 구좌를 가입하여 2013년에 완납했는데, 작년 말 지인으로부터 B상조업체가 이미 2014년에 폐업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을은 피해보상이라도 받기 위해 공제조합에 문의했더니, 공제조합에서는 ‘을에게 등기우편도 발송하고 전화통화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피해보상기간이 지나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병은 2016년 5월에 상조상품에 가입하면 김치냉장고를 사은품으로 주는 줄 알고 홈쇼핑을 통해 방송된 C상조업체의 상조상품에 가입했다.
 
매달 39,800원을 자동이체로 납부해 오던 병은 최근 C상조업체에 계약해제를 신청했다. 그러자 C상조업체는 월 불입금 3만9800원 중 3만4250원은 김치냉장고 할부금이며, 나머지 5500원만이 상조상품의 월 납입금이라면서, 상조상품 해제는 가능하지만 김치냉장고 할부에 대해서는 잔여기간(16개월) 할부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병은 사은품이라 무료라고 생각했는데 김치냉장고는 반품도 불가하고, 지금 계약을 해지하면 총 불입한 돈의 약 5%만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위 사례들을 참고하여, 상조상품 가입을 고려할 때와 상조업체 폐업 등 사고 시에 어떤 점들에 유의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적지 않은 상조업체들이 만기 시 축하금 명목으로 상조상품 불입액 전액을 환급해 준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일견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해야만 달성되는 조건이어서 중도에 해지하면 아무런 혜택이 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해당 상조업체가 계약기간 이후까지 장기간 정상적으로 운영돼야만 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A상조업체의 사례와 같이 중도에 폐업해 버리면 실질적으로 납입금 전액을 반환받을 길이 요원하다.
 
상조업체가 폐업하는 경우 해당 업체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실제로 2014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30개 전후의 업체들이 폐업하였다. 등록된 상조업체가 약 200개 정도임을 고려하면 매년 약 15%가까운 업체들이 폐업하고, 약간의 업체들이 신규로 등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할부거래법이 개정됨에 따라 기존에 등록된 모든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상조업체 대부분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이다)는 최소 15억 원 이상(종전 3억 원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갖추어 2019년 1월 25일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다시 등록해야 한다. 
 
따라서 자본금을 확충할 여력이 없는 다수의 상조업체들이 내년 초 잇따라 폐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조업체 폐업 시 해당 상조업체가 가입한 공제조합 또는 상조업체와 약정된 은행이 가입자에게 납입금 50%를 보상해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50% 납입금은 고스란히 가입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위 보상은 상조업체가 폐업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만 받을 수 있으므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상조 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는 자신의 주소 등 개인정보에 변동이 생긴 경우 신속히 가입한 상조업체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한, 상조업체가 소비자의 납입금 중 5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예치할 의무를 고의로 누락하여 예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비자가 폐업 시까지 납입한 금액의 50%가 아니라 실제로 상조업체가 예치한 금액만을 돌려받을 수 있다. 따라서 꼼꼼한 소비자라면 상조업체에 자신의 납입금이 예치되는 공제조합이나 은행이 어디인지 확인하여, 해당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납입금 예치현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한편, 공제조합들인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은 회원업체가 폐업한 경우 다른 회원업체를 통해 폐업한 업체의 기존 상조상품과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안심서비스’와 ‘장례이행보증제’ 등 소비자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공제조합들에 가입한 상조업체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위와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소비자도 발생해 왔다. 그래서 상조업체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내 상조 그대로’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위 공제조합들의 소비자 보호제도를 전체 상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폐업한 상조업체의 소비자가 공제조합 가입여부와 무관하게 추가 비용부담 없이 6개 대형 상조업체를 통해 종전 가입상품과 유사한 내용의 상조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는 앞서 살펴본 납입금 50% 보상과 위 ‘내 상조 그대로’ 서비스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중으로 보호받을 수는 없다.
 
최근에는 상조상품에 안마의자나 김치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소비자의 피해나 불만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사례의 C상조회사 경우처럼 상조상품과 전자제품이 결합된 경우, 초기의 전자제품 할부기간(통상 3년) 동안은 전자제품 할부금이 월 불입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상조상품에 대한 납입금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은 이러한 점을 계약 전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만약 소비자가 유의사항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여 원하지 않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조상품에 대해서는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전자제품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하여 계약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다. 다만 전자제품 중 일부 품목은 청약 철회가 제한될 수 있다.
 
법무법인 서상 임찬홍 변호사(chim@seosang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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