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따지는 2030 고객에 인기.. 중소기업 화장품 시장 성장에도 긍적적

 
[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장기불황으로 저성장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H&B(헬스&뷰티) 스토어 덕에 호황기를 맞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B 스토어는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를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가성비와 최신트랜드를 고려한 20~30대가 주 소비 층을 이르고 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H&B 스토어 이용 연령 중 2030세대가 77%를 차지한다.
2009년 1500억원, 2013년 6320억 원에 불과했던 H&B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2000억 원, 2017년에는 1조7000억원 수준으로 30% 이상 성장했다.
 
성장률로만 보면 연평균 15%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편의점을 뛰어넘는 속도다. 증권가는 H&B 스토어 시장이 올해 2조원을 돌파해 5년 내 3조원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CJ올리브영, 독보적 1위...빠르게 따라잡는 랄라블라-롭스 등
H&B 스토어 시장의 독보적 1위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서울 신사동에 1호점을 낸 지 17년 만인 2016년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올리브영 매장은 1060여 개로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GS리테일 랄라블라(구 왓슨스)가 191개로 2위, 롯데쇼핑 롭스(LOHB'S)가 1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3위를 달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부츠(Boots)’ 브랜드를 통해 11개 매장을 2017년에 대거 선보였다.
 
CJ올리브영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업계 2위인 GS리테일은 올해 2월 왓슨스를 랄라블라(lalavla)로 이름을 바꾸고 공격적 출점을 선언했다. GS리테일은 사업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GS 관계자는 "점포 수를 늘리기 위해 가맹형태로 전환 하는 것을 검토중이다"라며 "랄라블라는 올해 300개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롯데쇼핑의 롭스도 올해 50개 점포 출점으로 매출을 50% 늘리겠다는 목표다. 롭스는 올해 3월 5년 만에 100호점 매장을 열며 올리브영과 랄라블라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비록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업계 2위인 랄라블라에 대한 추격 의지가 강하다. 특히 롭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는 랄라블라 모바일 이용자보다 많다. 이마트는 지난해 ‘부츠’를 선보이며 H&B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대형 백화점, 로드샵들은 울상
H&B 스토어가 성장함에 따라 국내 대표 화장품 업계에도 지긱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H&B 스토어의 장점인 다양한 브랜드를 한 매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과 달리 한가지브랜드만 취급하는 로드숍 매장의 매출은 날이 갈수록 저조하다.
 
화장품 로드숍은 국내에서 2000년대 초반 시작해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보복 등의 사회적 문제와 함께 후폭풍에 따른 이중고를 맞았다.
 
올해부터 점포를 줄이거나 새로 단장하고 브랜드 라인을 다각화하는 등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샤 경영진은 지난해 17년 만에 사모펀드에 회사 지분을 매각하며 업계를 떠났다. 네이처리퍼블릭•잇츠한불•토니모리 등 내로라하는 로드숍 브랜드들도 매장 수를 줄이고 실적 정상화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잇츠한불은 홈플러스 내에 입점한 자사 브랜드 잇츠스킨의 점포 60여 곳 가운데 20여 곳을 정리 중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또한 최근 3년간 적자 매장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있다. 2015년 778개 매장에서 지난해 714개까지 매장 수를 줄였다.
 
스킨푸드는 대표 매장 중 하나인 신촌점이 올 초에 문을 닫았다. 백화점도 성장 정체 들어섰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영업 이익률이 2000년도 초반 10%대 였지만 지금은 3~5%로 반 토막 났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백화점업계 3사의 출점은 전무하다. 백화점업계는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백화점에만 입점했던 고가 브랜드들도 매년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H&B 스토어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백화점의 뷰티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화장품 브랜드 맥•에스티로더•크리니크•비오템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는 어느새 올리브영•롭스•부츠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와 H&B 스토어의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 됐다. 중•저가 화장품이 주를 이뤘던 H&B 스토어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며 이미지 제고와 포트폴리오 확장이 가능했다.
 
◇ 중소화장품, H&B PB 상품에는 기회 열려
백화점의 저성장과 H&B 스토어의 고속성장 중 가장 수혜를 얻은 것은 중소 화장품 브랜드다.
메디힐은 입점 당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지만 마스크팩이 히트를 치며 국내 마스크팩 1위 브랜드로 부상했다. 메디힐의 국내 매출 중 약 80% 이상이 H&B 스토어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급성장하며 올해 국내 유니콘 기업에 꼽히기도 했다.
 
클럽클리오도 지난해 H&B 채널에 대한 매출이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네오팜도 국내 H&B 스토어 성장함에 따라 수혜를 볼 전망이다. 네오팜이 주요 오프라인 채널은 H&B스토어다.  현재 네오팜의 H&B 채널 매출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네오팜이 주력하는 더마 코스메틱은 H&B 스토어 내에서도 30%대의 속도로 성장 중인 카테고리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점이 가장 큰 숙제였다. 하지만 요즘은 H&B 스토어에만 들어가도 된다"라며 "대기업에 비해 브랜드력이 떨어지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는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마케팅"이라고 전했다.
 
H&B 스토어와 동반 성장한 건 중소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대표 기업인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도 함께 성장을 할 예정한다.
 
중저가 신규 브랜드에 대한 신규 수주가 가능하고 H&B 스토어에서 자체 상표(PB) 브랜드를 생산해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H&B시장의 성장은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 성장과 H&B PB상품 브랜드 확대로 이어졌다"라며 "신규로 진출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유통 채널도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ODM, OEM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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