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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비자권리, 국민 기본권으로써 헌법에 명문화 해야"한국YWCA 한영수 회장 “집단소송제ㆍ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소비자 피해 책임 물어야"
지난 16일 명동에 있는 한국YWCA연합회관에서 인터뷰 중인 한국YWCA연합 한영수 회장.(사진=YWCA제공)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현대 한국 사회의 소비문화는 과시소비, 상징소비에서 가심비 높은 상품을 구매하는 ‘플라시보 소비’와 ‘가치 중심의 소비'로 전환하고 있다. 

가성비와 가심비까지 따지는 소비자들은 비도덕적인 기업에는 소비자 불매 운동으로 대응하며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윤리적 소비의 주체로 서고자 노력한다. 분명 소비자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업문화는 소비자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 정책 역시 미흡하단 지적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소비자 상담 기구를 설치해 소비자 운동을 개척, 발전시켜 온 한국 YWCA의 수장, 한영수 회장은 “한국이 소비자를 얼마나 잘 보호하는 나라인 것 같나”라는 질문에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라며 50점을 주었다.

소비자운동뿐 아니라 국민 계몽과 여성인권 향상, 불평등 개선, 자연 회복 등, 지난 96년간 한국 YWCA가 관심 갖고 펼쳐온 활동 영역은 매우 방대하다. 그 방대한 영역은 잘 들여다보면 하나의 가치로 연결되고 모아진다. 바로 ‘생명존중’이다.

‘여성으로 생명의 바람을 일으키자'는 슬로건을 걸고 '탈핵생명운동'과 '성평등운동'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 YWCA의 수장, 한영수 회장을 <소비자경제>가 직접 만나보았다.

한 회장은 “세상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영수 회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한국의 거친 역사 속 한국YWCA‥ 소비자·여성 운동 등에 앞장

- 한국YWCA는 ‘탈핵생명운동’, ‘성평등운동’, ‘평화통일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어떤 단체인지 설명해 달라.

한국 YWCA는 52개의 지역 YWCA연합으로 이루어진 단체로 전국적으로 회원 10만 명이 함께하고 있다. 한국 YWCA는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설립됐다.(조선여자 기독교청년회 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출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 단체로 김활란, 김필례, 유각경 등의 기독교 여성 지식인들이 결성을 주도했다. 창립 초기에는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며 국민 계몽운동과 여성인권 신장 등에 힘썼다. 특히 60-70년대에는 여성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앞장섰다. 현재 초기 정신을 되새기면서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 한국YWCA의 수장이 된 지 2개월이 조금 넘었다. 소감을 말해 달라.

마음은 당연히 무겁다. 한국은 지금 여러 면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정치·사회적 가치와 패러다임까지 바뀌는 중이다. 이러한 중요한 변곡점에서 한국 YWCA 회장을 맡아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

선배들의 섬김과 사랑의 힘으로 이어져 온 한국 YWCA를 잘 이끌어가기 위해 ‘인간 한영수’는 버리고 YWCA 회장으로서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다. 적극 앞장서야 하는데 내가 원래 앞에 나서는 것보다는 뒤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어려움이 있다.(웃음)

- 올 해 계획과 구체적인 행동방안은 무엇인가?

2018년부터 2년간 ‘탈핵생명운동’과 ‘성평등운동’, ‘평화통일운동’, ‘청소년운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탈핵생명운동’과 ‘성평등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동안 YWCA는 핵 발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주력해 왔다. 매주 화요일마다 탈핵 캠페인을 전개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러한 노력이 고리원전 1호기를 2017년 폐쇄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핵 발전을 대신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활동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해 일본 어린이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지 않나.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할 일이다.

또 하나는 '여성폭력 근절', '여성 경제역량 강화', '여성 대표 확대'를 통해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여성노동의 가치도 남성과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매년 전국에서 ‘동일 임금·동일 노동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성평등 정신을 헌법에 조문화하기 위한 ‘성평등 헌법개정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경색됐던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YWCA는 그간 다양한 물품을 북한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에게 지원해 왔다. 올해는 'YWCA 한라에서 백두까지'를 지리산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외 여성들이 참여하는 ‘여성평화걷기’ 행사도 5월에 열린다. 민간교류 활성화와 평화교육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

◆ 세계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 성별도 스펙인가?

-YWCA는 미투 운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여성인권은 얼마나 향상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당시에는 아들이 없으면 씨받이까지도 생각하는 시대였다. 나도 딸만 셋을 낳았다. 당연히 부담이 있었다. 우리 어머니 시대에는 더 심했다. 우리 아버지는 어머니가 빨간색 옷을 입는 것도 싫어하셨다.

나는 시어머니와 13년간 함께 살았다. 한국전쟁 때 시아버지가 행방불명됐다. 그후 시어머니는 평생을 홀로 사시며 시아버지만를 그리워하다 돌아가셨다.

이런 순종과 정절은 당시 여성들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그 시대와 비교하면 지금은 (여성인권에 대한)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는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2차 피해까지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시급한 것은 인식 개선이다. 성폭력은 성차별 문화와 가부장 문화, 위계적인 서열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성폭력은 엄연한 범죄다. 일부 남성의 일탈로 치부해버려서는 안 된다. 개인의 문제로도 볼 수 없다. 뿌리 깊은 성차별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삐뚤어진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구조와 문화를 함께 성찰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강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필히 구축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법률 지원비를 확대하는 등 지원 예산을 안정화하는 것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성폭력 전담수사, 재판 담당자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 그런데 성교육 강사 양성과정도 체계화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모든 학교와 기업에서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하고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에 성폭력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 여성에게 유리천장도 여전히 존재한다. 회장님도 유리천장을 느껴보았나?

그렇다. 나는 25세에 결혼했다.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어느 의과 대학에 취직을 했는데 임신해서 아기를 갖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유리천장이다. 자라는 싹을 잘라버리는 일이었다.

◆ 법과 제도로 보호하고 교육으로 인식 개선해야

- 지방선거를 앞두고 YWCA의 정책의제 개발도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정책 의제들이 있나?

YWCA는 주요 선거 때마다 국민의 선택을 돕고 후보자들의 선거 공약에 주요 정책을 반영할 수 있도록 유권자 운동을 펼친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탈핵과 성평등 정책을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촉구하고 국민이 올바른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유권자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에게 '지역에너지 전환'과 '에너지자립마을 만들기 시범사업', '주민참여형 태양광협동조합확대', '지역성평등정책 비전수립과 행동계획', '각종 위원회 남녀동수조례화', '여성폭력예방조례', '공공어린이집 30%목표' 등의 공약을 요구할 것이다.

교육감 후보에게는 '에너지전환 학교교육의무화', '여성·아동폭력 예방교육 강화' 등을 공약화 할것을 요구하려 한다. 

국회에서 여러 당 대표나 원내대표들을 만나 남녀 동수 조례화를 헌법에 넣어달라고 하면 말로는 다 이해한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꾸 뒷전으로 밀리는 느낌이다. 6.13지방 선거에서도 여성 후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여성 스스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는 것 같다.

- 최근 한국YWCA가 수도권 첫 경제교육센터를 개소했다. 이전부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을 하고 운영하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경제교육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효과가 있나?

그간 학교 밖 청소년, 새터민, 다문화, 지적장애우, 폭력 피해 여성, 경력단절 여성 등을 대상으로 경제문제를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풀어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진행해왔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의 올바른 금융가치관 형성을 위해 씨티은행과 함께 2006년부터 진행해 온 ‘씽크머니’를 통해 12년간 어린이와 청소년 50만 명이 경제교육을 받았다.

사회 불평등 구조 속에서 교육의 기회라도 균등하게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법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교육의 기회부터가 균등하지 않기 때문에 가난을 대물림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금융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경제교육을 받은 청소년과 받지 않은 청소년의 차이는 매우 크다. 경제교육은 소비를 잘 하고 저축하는 습관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기부를 하고 나눔의 과정까지 학습하는 것이다.

금융자본이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공동체 의식과 관념도 깨우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성숙한 소비자 주권시대 열어가야

-소비자들이 점점 똑똑해진다. 기업에 불매운동으로 맞서기도 하고 윤리적 소비를 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소비자보호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가? 점수로 매겨 준다면?

50점을 주겠다. YWCA는 우리나라 최초로 소비자 상담기구를 설치해 소비자 운동을 개척한 단체다. 그 역사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국산품 애용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4년 서울 YWCA에서 소비자 위원회를 만들고 본격적인 소비자 운동을 전개했다. 이밖에도 많은 여성과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1980년에 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고 2006년에는 소비자기본법으로 개정되면서 소비자권리가 확대됐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옥시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보자.  사망자가 73명, 누적 피해자가 6천 명을 넘는다. 아마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보상 문제는 해결이 안 되고 있다.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건,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 달걀 살충제 사건, 여성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과 최근 극장가의 일방적인 영화 관람료 인상까지, 기업의 횡포나 대형 소비자 피해 사건이 줄지를 않는다.

기업과 정부가 좀 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YWCA는 ‘집단 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계속 촉구해 왔다. 피해를 준 기업에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기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 기업안정화, 경제성장논리를 우선으로 내세우면서 소비자의 권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주권시대를 열자는 것이 추세다. 소비자의 이익과 안전을 우선하지 않으면 안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해외에서는 맥을 못 춘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고 일류기업이 되는 시대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그래서 국민 기본권으로서 헌법에 소비자권리를 명문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운동이 적극적 개념으로 발전했지만 본질적 접근이 이뤄지려면 헌법에 소비자 기본권을 명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회장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그때의 꿈은 무엇이었고 지금은 어떤 바람을 갖고 있나?

나는 함경도 출신으로 한국전쟁 시절에 거제도로 피난 갔다 부산을 거쳐 7살 되던 해부터 서울 아현동에서 살았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사건이 있는데 친한 친구 하나가 며칠을 굶다 이웃이 준 고구마를 잘 못 먹고 사망했다. 너무 어렵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리 어렵게 자란 건 아니었지만 정말 순진했다. 자연을 좋아해서 어린 시절의 꿈은 ‘평화로운 자연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존중하려는 마음은 그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YWCA 활동을 하면서 그 마음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내 꿈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권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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