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경쟁 때 공언한 이주 지원...정부 초과이익환수금 눈치보기 속 불투명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현대건설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수주과정에서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제안한 과도한 이주비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포재건축 승자의 저주는 이제 시작?

경우에 따라선 현대건설의 강남 고급 재건축 시장에 대한 욕심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반포주공1단지를 수주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부족한 이주비의 20%를 추가로 직접 대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조합원당 이주비 7000만원 또는 이사비용 5억원을 무이자로 직접 대여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처럼 재건축 사업 수주 경쟁에서 튀어나온 전례 없는 파격적인 제안 때문에 ‘향응제공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단지에 대한 조합원 이주비 대출을 기존 60%에서 LTV 40% 이내로 제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이 정부 부동산 정책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찰 조건을 내세워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이 재건축 단지 조합원에게 공언했던 이주비 대여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과도한 이주비 문제에 제동을 걸고 현대건설에 시정지시를 내렸고, 결국 세대당 이사비용 7천만원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여기에다 추가 이주비 20% 대출도 사실상 지키기 힘들 것으로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금융당국에서는 LTV 40%를 초과하는 금액은 어떠한 경우라도 승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

◇ 올해말까지 재건축 이주비만 2조1000억원 자체 조달해야

금융권 조달이 무산될 경우 현대건설은 추가 이주비 20%인 약 1조1000억원, 세대당 5억원 이주비 대출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경우 최대 2조1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자체 여력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 12월 반포1,2,4주구의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단일 프로젝트에 2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불과 2~3개월 내에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 배경에는 추가 이주비와 무이자 이사비가 최대 2조1500억원으로 2017년말 현대건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3700억원)의 5.8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불편한 진실은 수면 위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일 대출건으로는 금융사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2조원이 넘는 큰 금액을 단일 건설회사가 자체 조달해 3년이 넘도록 묵혀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대건설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에 “사업 진행에 전혀 무리가 없다”며 “은행원 대출이 안 되더라도 충분히 조합원들과 협의를 통해 진행해 나갈 수 있다”고 둘러댔다.

◇ 현대건설 반포재건축 이주비 자체 조달 시 존폐 위기

결국 모회사인 현대차그룹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2100여명과의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운데다 현대차가 현대건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대차는 10조원 이상을 주고 인수한 한전부지 신사옥 착공이 계속 지연되면서 2014년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한미 FTA 개정협상으로 정부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내 환경ㆍ안전기준 완화 및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유지 등의 요구를 수용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부문을 양보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에 악재가 겹친 셈이다. 그래서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제안한 약속들을 무사히 지키고 사업을 진행해 나갈 수 있을지 업계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