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 대리점주의 눈물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현대건설기계가 국내 판매망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주들을 쥐어짜는 횡포와 갑질을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은 저마다 ‘존중’과 ‘정직’ ‘상생’같은 가치들을 기업문화로 내세운다. 현실은 기업들이 외치는 구호와는 다르다. 세상엔 ‘갑질’ 문화에 피눈물 흘린다는 ‘을’들의 하소연이 넘쳐난다. 특히 허술한 법망을 피해 ‘갑질’당하는 대리점주들의 고충이 여전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경제>는 본사 기업 갑질에 눈물 흘리는 대리점주들을 만나보았다. 그 첫 사례로 현대건설 중장비 대리점주들이 당한 사례를 집중 취재했다. 

◆ 현대건설기계 장비업계1,2위 탈환, "상생은 없었다"

지난해부터 두산인프라코아와 볼보건설코리아에게 밀려 만년 3위에 머물렀던 현대건설기계가 1,2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러한 실적은 4년만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신흥시장이 48%, 국내시장 20%, 선진시장 32%다. 국내보다는 해외 의존도가 높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이 36%로 전년도 대비 10% 성장하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2834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하면서 '독자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기업체질을 바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중고유통지원센터 설립해 영업망을 강화하고 국내 대리점 판매망을 광역단위 대형 대리점 형태(광역화서비스)로 대폭 개편했다.

광역화서비스란 그간 장비를 판매만 하던 대리점의 체질을 변화시켜 AS서비스 등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편의를 높이겠다는 것.

취지는 좋다. 하지만 현대건설기계가 광역화서비스를 추진하면서 수억이 들어가는 정비공장에 부담을 느껴 광역화서비스에 동참하지 못한 대리점들은 사실상 정리됐다.

현대건설기계가 실적을 높이며 축포를 터뜨리는 동안 그간 일구어 온 사업체를 접고 뒤에서 피눈물 흘려야 했던 대리점주들이 있었던 것.

현대건설기계는 “3,4년 전부터 대리점들에게 광역화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지난 2017년 본사로부터 AS까지 할 수 있는 정비공장을 지어야 재계약을 해 준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며 "수억이 들어가는 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재계약을 못하는 상황은 분명한 갑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국의 현대건설기계 장비를 판매하는 대리점과 지점은 39곳 중  20여 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소비자경제>가 "광역화서비스에 동참하는 대리점들에게 시설비 지원이라도 있었는지"를 묻자, 현대건설기계 홍보팀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광역화할 경우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일정 수준의 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기계가 언급한 ‘일정 조건’이란 것도 명확하지 않은데다 대리점 계약은 1년 단위로 시행됐다. 본사의 불공정한 요구에도 대리점들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약점으로 작용하는 만큼 ‘갑질’을 당했다는 대리점주들의 하소연에 무게가 실린다.

<소비자경제>가 입수한 정비공장 계약서에는 온통 '을'에게 불리한 조건들만 가득하다.
부품공급 준수서에는 '을'이 지켜야 할 사항이 명시한 후, 이를 지키지 않을 시에는 본사의 어떠한 조치에도 민,형사상 이의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일방적인 요구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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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약 못할까봐 전전긍긍, 부당해도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현대건설기계에서 요구하는 설비를 모두 갖추고도 이달 말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대리점주도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퇴사한 후 대리점을 운영하게 된 A씨는 본사의 대리점 광역화 요구에 울며겨자먹기로 20억을 투자해 정비공장을 지었다. 

그는 "직원 8명과 딸린 식구들을 나앉게 할 수 없단 생각에서 어떻게라도 살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도 이 달 말로 사업체를 접어야 한다. 

현대건설기계가 현재 광주의 한 대리점에만 물품공급을 하고 나머지 대리점들에게 재판매 하는 형식을 취하겠다고 했고 A씨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A씨는 “본사에서 정비공장을 세우면 얼마든지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어느 한 사람을 세우고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대리점과 정비공장을 인수해서 가져가라고 해도 본사에서는 아예 모르쇠로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20억을 들여 정비공장을 지었지만 결국 4월 말까지만 영업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청춘을 불태웠던 A씨는 15년 전 쯤 퇴직할 당시에도 퇴직금조차 받지 못했다. 

장비 판매 후 고객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 1억 2천 만 원을 회사에서 회수해 갔기 때문이다.

퇴직금은 회수당한 후에도 매 달 대리점 수익금의  20%씩, 1년간 총 7천여 만원을 본사에서 꼬박꼬박 떼어갔다. 

 현대건설기계는 물품 대금을 채권회수 방식으로 진행해 대리점들이나 영업사원에게 전가시켜 온 것. 이러한 방식은 A씨가 대리점을 운영하는 중에도 계속 됐다. 

A씨가 공개한 내역이다. 판매 시 부도업체에서 어음을 회수하지 못한 것을 공제한 내역이다. 2014년1년간 7천여만 원을 떼어갔다. 미리 회수한 퇴직금 합산 1억 2천만 원을 개인이 고스란히 물어주었다.

 

A씨가 현대중공업을 퇴사할 당시 사측이 발행한 약속 어음

그는 “부당하다 느꼈지만 그나마 대리점이라도 하지 못하게 될까봐 문제제기를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관리자였던 A씨는 노동조합 가입을 할 수 없는 신분이었으므로  A씨가 퇴직할 당시의 상황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알 길은 없다.

현대건설기계 대리점주들은 지난 11일 박찬대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최영근 시장감시총관과장은 "사례를 면밀히 살펴본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지만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성춘일 변호사는 A씨를 포함해 이 달 말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대리점주 3명과 이미 계약이 해지된 2명의 사례를 정리해 이르면 이 주 안으로 공정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성 변호사는 "이 분들은 현대 중공업 직원이었다. 대리점을 차리게하면서 내보내고 회사의 승계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대리점 계약을 종료하고 있어서 불공정 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한 "영업사원이었던 직원들에게 물품 대급 미수금을 변재하도록 한 것은 이미 법적인 시효가 지났지만 분명 도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품공급을 대리점 한 곳에만 해주면서 나머지 대리점에게 재 판매를 하도록 하는 행위는 부당지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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