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영장 청구... 의료계 “부당한 조치” 강변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3명의 구속이 결정됐다. 이에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4일 중환자실 감염관리를 소홀히 해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수진 교수, 박은애 교수, 수간호사 A씨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6년차 간호사 B씨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이 연이어 구속 결정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그 동안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온 의료진을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이유로 들며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진의 탓으로 때우려는 구속 수사는 여론만 의식한 판단으로 구속 수사를 철회하고 보건복지부 및 범의료계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의대교수협의회는 "정부의 무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대한민국 보험제도의 모순이 신생아 참사를 야기했다"며 "신생아중환자실 인력이 부족한데도 벌이에 급급해 적절한 조치 없이 환자를 치료하도록 강제한 병원장과 재단 이사장이 처벌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제40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인수위원회는 "이번 결정은 중환자를 돌보는 의료인 전체가 구속된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며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고 수사도 종결되는 시점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한다면 보건복지부와 병원장까지 구속해야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선의 진료를 다하고도 불행한 상황이 일어나는 곳이 의료현장"이라며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을 의료인에게 떠넘긴다면 아무도 의료현장을 지킬 수 없다"고 경고하며 의료진에 대한 비합리적 마녀사냥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번 결정으로 극한 직업인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를 할 사람이 없어져 의료체계가 근본부터 허물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초래되는 재난에 대한 책임은 법원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대한신생아학회·대한중환자의학회가 "의료진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 경우 우리는 진료 현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그 동안 입건된 간호사들이 수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증거인멸 시도도 전혀 없었음에도 법원이 수간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향후 입건된 간호사들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는 것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내과 전문의는 <소비자경제>에 "법원이 의료인 3명에 대해 증거 인멸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빠져 있다"며 "구체적인 설명과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감염관리에 대한 총 책임자는 빠지고 현장의 의료진만 처벌하려는 수사 방향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초유의 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만이 똑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며 보건복지부의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구속 수사가 전례 없는 만큼 앞으로의 수사 방향에 귀추가 모아진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