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 "식약처 화장품법과 제조판매 관리자 자격 기준 완화"

최근 몇년 사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글로벌 사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타 업종 기업들이 뷰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최근들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바이오, 제약, 담배 기업 등 뷰티 산업과 동떨어진 기업들이 시장의 틈새를 노리고 뛰어들고 있다.
 
KT&G는 '바르는 홍삼'이라는 컨셉트로 브랜드 '동인비'를 론칭, 국순당도 화장품 제조와 판매 사업을 시작한다.
 
뷰티 업계는 다른 산업군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화장품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는데 도움은 될 수 있지만 이미 포화된 시장에 자칫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 회사로 알려진 국순당 역시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와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마스크팩이 시제품으로 나온 국순당은 내부적으로 5년 전부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순당은 전통주를 양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누룩 등을 통한 발효 화장품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일본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SK-II가 사케 양조장에서 출발한 대표 제품 '피테라에센스'로 성장한 점이 국순당의 화장품 사업 진출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담배와 인삼을 파는 KT&G도 자회사인 KGC인삼공사를 통해 홍삼과 화장품을 접목한 동인비를 지난해 출시하고, 발 빠르게 롯데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KT&G는 동인비를 보유한 KGC라이프앤진에 유상증자로 총 900억원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최근 상하수도 제조업체인 뉴보텍과 레이저커팅장비 기업인 엘아이에스도 화장품 업계에 도전장을 냈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6년 1월에 등록된 화장품 제조 및 판매 업체는 8500개. 그러나 1년 반 만인 2017년 상반기에는 1만1100개를 넘어섰다. 이는 월평균 220여 개의 업체가 새롭게 등록된 것.
 
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낮은 진입 장벽을 이유로 꼽았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급하게 성장된 화장품 시장으로 아직까지 화장품 사업에 대한 자격기준, 제조에 대한 전반적인 기준이 잡혀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을 잘 몰라도 국순당 같이 기본 포뮬라가 있는 기업들은 ODM, OBM, OEM 등을 대신 진행해주는 에이전시 등을 이용해서 제품을 개발 할 수도 있다. 이에 화장품 사업 진입 장벽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화장품을 구성하는 원료와 기술력, 디자인, 온라인 판매 등까지 진행이 가능한 ODM, OBM, OEM 에이전시 업체가 성장하고 있다. 
 
이 업체는 화장품 생산을 원하는 기업이 자본만 있다면 화장품 디자인, 포뮬라, 조달까지 개발 및 출시를 진행해준다.
 
실제로 국순당이 내놓은 마스크팩도 ODM 업체를 통해 만들어졌다.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OEM과 ODM 업체를 통한 제조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화장품법과 제조판매 관리자의 자격 기준을 완화해 기업들이 더 화장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신규 업체들로 인해 화장품 제품 등은 다양해 져 확대 됐지만 성공 확률은 현저히 낮다"라고 전했다. 
 
식약처는 2014년에 화장품 업체의 대표자가 제조판매 관리자를 겸할 수 있게 해 화장품 1인 벤처기업의 창업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에 "급성장한 화장품 시장이지만 쉬운 분야는 아니다. 제품은 브랜드력을 뒷받침 해줘야 하고 브랜드를 높여주려면 그에 따른 기술력이 필요하다. 또 화장품을 담는 용기, 도구 등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이미 포화된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통망이다. 기획과 마케팅, 유통까지 잘 갖춰져 있어도 트랜드가 바뀌면 무용지물인 셈"이라며 "전혀 다른 산업군을 영위했던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을 진행하려면 소비자들의 빠르게 바뀌는 트랜드를 읽는 것은 기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을 다 진행할 수 있는 자본력이 있어도 흑자를 내는 것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어려운 과제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급변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시장이 포화 상태인 것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업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라며 "기존 기업이 화장품 사업으로 신규 확장을 한다면 기존 경영방식과는 차이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