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워크 안전장치 및 수칙, 사전 교육 이행 절차 확인 중

 
(사진설명= 경기 남양주 이마트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근로자 이모씨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처=SBS뉴스 캡쳐)

[소비자경제=권지연 / 최빛나 기자] 경기 남양주시의 한 이마트 매장에서 지난 28일 무빙워크 점검 과정에서 사고로 사망한 20대 노동자와 관련해 노동계는 이번 사고 원인을 이마트 측의 무분별한 외주화 때문이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민중당 청년후보단은 지난 29일 오후 남양주 이마트 도농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의역사고, 제주현장실습생 사망사고 등에 이어 또 다시 21세 청년노동자가 근무 중에 사망했다“며 "반복되는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일터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서 부당한 노동을 감내하다 사고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11년에 이마트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후 안전규정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동부에 “이마트와 외주업체에 대해 특별근로 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2007년-2017년)간 발생한 승강기 사고는 총 1천16건(무빙워크 276건, 에스컬레이터 427건, 엘리베이터 114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1천240명 중 사망자는 102명으로 조사됐다.

한국에 승강기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00년 전후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지만 승강기 사고 관련한 재발방지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 사람 죽었지만 관련 업체들 책임 떠넘기기에 바빠

사고 당시 작업현장에는 노동자 2명이 투입됐다. 숨진 이 씨는 아래쪽 무빙워크 위에 서 있었고 또 다른 노동자가 위쪽에서 점검을 해나갔다.

점검 과정에서 위쪽에 있던 노동자가 기계를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이 씨가 중심을 잃고 가로 1미터, 세로 40센티미터, 깊이 1미터 틈으로 빠졌다.

내부에는 무빙워크의 길 역할을 하는 팔레트가 돌아가는 기기가 있다. 평소에는 덮개가 있지만, 이날은 점검을 위해 제거된 상태였다. 이에 몸이 낀 이씨를 1시간 만에 구출 했지만 사망한 후였다.

김윤섭 이마트 홍보팀장은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면서 "이마트와 승강기 전문 업체 간의 계약관계를 정확히 살펴보고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예우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안전사고가 점포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이런 경우 사업장 자체 조사는 소문을 덮는데 집중되기 마련”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가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11년, 이마트 탄현점에서 터보 냉동고를 점검하던 하청 노동자(20대 청년 포함) 4명이 냉매가스에 질식사했다. 이후 이마트와 트레인코리아가 책임 공방을 벌이느라 장례 일정이 43일이나 지연됐다.

이후 이마트가 "도의적 차원에서 유가족에게 일부 보상 하겠다"고 밝히고 벌금 100만 원을 내는 것으로 종료됐다.

2014년에는 이마트 부천점에서 무빙워크 발판이 빠지면서 고객이 크게 다쳤다. 피해자는 허벅지가 20cm 넘게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이마트는 책임을 회피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승강기 전문 업체 두 곳도 발뺌하기에 급급한 건 마찬가지다.

숨진 이 씨가 소속돼 있던 협력사측은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황급히 끊었고 원청업체인 T사 관계자는 “승강기 회사의 특성상 절반 이상은 협력사에서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단순히 계약만 하고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기술교육과 안전교육,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명서 “계약관계는 재하청개념과는 다른 공동도급”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숨진 이모씨는 이마트 내에서 매월 1회 실시되는 무빙워크 안전점검을 하던 도중 변을 당했다)

◇ 이마트와 승강기 업체 2개사 간의 ‘계약관계가 쟁점’

 이마트 무빙워크 점검 중 사망한 20대 노동자와 관련한 조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29일 현장을 조사하고 기본서류를 확보한데 이어 30일부터 목격자 진술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쟁점은 이마트와 이마트가 안전점검, 수리를 맡긴 T사, 사망한 이 씨가 소속돼 있던 협력사 간의 계약관계를 밝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각자의 입장도 다 들어봐야 한다. 이 사안은 매우 복잡해서 조사에 한 달 가량은 소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강기 안전은 원청업체가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승강기 안전은 전문 분야라 책임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근에 관리감독관이 함께 있어 안전 지침을 따르도록 해야 하고 안전교육도 해야 하는 규정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따져 책임 소지를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어느 업체가 승강기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업체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승강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 규모면으로 볼 때 T사와 이 씨가 소속돼 있던 협력사는 큰 차이가 난다. 이것만 봐도 이번 사고는 명명백백히 하청에 재하청을 주어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마트와 원청업체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승강기 시장 규모는 4조원 정도다. 유지, 관리를 할 수 있는 중소업체는 800개가 넘지만 점유율은 20%를 넘지 못한다. 대기업들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만 맡기면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승강기 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반대해 온 바 있다.

T사와 이 씨가 소속돼 있던 협력사간의 관계가 예측되는 대목이다.

◇ ‘승강기안전관리법 전부개정안’ 어렵게 통과, 여전히 남은 숙제는?

지난 27일, 승강기 안전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한 ‘승강기 시설 안전관리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됐다. 개정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9년 3월 28일 시행에 들어간다.

승강기법은 2017년 12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됐지만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반대하는 바람에 제2차 법안심사 소위원회로 회부 된 후 국회에 계류 중이었다가 어렵사리 통과됐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승강기부품 안전인증에 관한 소관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이관·통합됐다. 승강기부품의 제조업·수입업에 대한 등록제도 도입된다.

행정안전부 승강기안전과 남송희 사무관은“지금까지 산업부에서 관리하던 승강기 부품 14종은 유럽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10년이나 됐다. 앞으로 안전인증대상 품목을 19종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국제 안전인증 표준이 개정됐는데 이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의 하위법령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품질안전인증제가 도입되는 것은 반갑지만 불안을 떨쳐버리기엔 이르다.

이미 한국에 설치된 승강기는 약 62만 대다. 행안부 관계자는“‘와이어로프를 비롯해 앞으로 교체되는 제품은 품질 인정을 받은 제품으로 교체된다. 승강기 부품이 워낙 소모품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 많은 승강기의 부품이 모두 인증품으로 교체되기까지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야 할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새 승강기법에도 승강기 노동자와 관련한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법령 제48조에는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사고 시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사고로판단하고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행정안전부장관, 시·도지사 및 승강기사고조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장관이 사고의 원인 및 경위를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승강기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승강기사고조사위원회로 하여금 사고 조사를 지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이 법안은 이용자 사고 시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산업재해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상업안전보건법의 기준이 명확해야 할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한편 엘리베이터협회 관계자는 “엘리베이터이건 무빙워크이건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안전검전 시 4인 1조의 구성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는 승강기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이번 사건의 책임소지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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