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한양대 병원에 차려진 그의 빈소에 들어서자 앳된 모습의 한 이명수(21세) 군이 영정 사진 속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지난 28일 오후 4시 27분 경. 이마트 도농점에서 무빙워크 기계를 점검하던 이명수(21세) 군이 사고로 숨졌다. 119가 긴급 충동해 무빙워크 사이에 몸이 낀 이 씨를 1시간 20분 만에 빼냈지만 안타까운 젊은 청년의 목숨은 이미 끊긴 상태였다.

◇ “엄마 힘들까봐 투정한 번 안 부렸던 착한 아들”

“저는 엄마 자격이 없죠. 사고 전 날에도 엄마 고생하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고, 엄마 사랑한다고...우리 명수...”

이 군의 어머니 민OO(46세) 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끝내 오열을 터트리다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다 실신할 만큼 지쳐 있는 어머니에게 아들의 부재는 세상을 잃은 것이나 같았다.

남양주시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의 사고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어머니 민 씨의 지인들이 빈소에 찾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지인들의 말은 한결같다. 이 군은 밤 늦은 시각까지 식당 일을 하는 엄마가 힘들까봐 말썽은커녕 사춘기도 모르고 자란 둘도 없이 착하고 건실한 청년 이었다는 것.

지인들은 이제 고2와 초등학교 4학년인 두 여동생에겐 아빠 같은 존재였다고 전했다.

이 군 어머니의 친구, 허은영 씨는 “명수가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찍 사회에 나갔어요. 고 3때 취업해 이제 2년 됐네요.”라며 안타까워 했다.

허 씨의 말은 이 군이 져야 할 삶의 무게를 짐작케 했다.

승강기 업체 중 4대 기업에 속하는 T사의 협력사에서 일했던 이 군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찍 사회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찍 철이 든 이 군은 10살 차이 나는 막내 여동생을 업어 키울 정도로 동생들이라면 끔찍이 위했다. 월급날이면 동생들 먹을거리부터 챙기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던 것.

이 군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박지호(21세) 씨는 “밤 11시 30분 쯤 명수 삼촌에게서 장례식장에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명수 할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명수가 변을 당했을 줄은...”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긴 한 숨을 내쉬더니 부은 눈으로 멍하니 벽을 쳐다봤다.

그는 “명수의 꿈은 자상한 아빠였어요. 미래에 대한 얘기도 정말 많이 나눴는데... 너무 큰 꿈이 되어 버렸네요.”라면서 다시 한 번 긴 한 숨을 내쉬었다.

◇ “고되고 위험천만 한 일... 현장노동자에 대한 이해 필요”

박 군에게서 이 군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며 거의 매일 연락하고 지낼 만큼 가까웠던 박 씨에게 이 군은 힘들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조차 숨겨야 했던 이 군의 속내였다. 친구 박지호 군의 말이다.

“힘들다는 말을 제게는 자주 했었어요.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러 가면 시스템을 꺼놔요.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하잖아요. 1층부터 옥상까지 무거운 장비를 다 들고 올라가야 해요. 명수가 그게 너무 힘들어서 영상통화를 하면서 계단 올라가면서 수리하는 것까지 영상 통화로 보여 준 적이 있었어요.”

영상 통화로 친구가 일하는 장면을 지켜 본 박 군은 충격을 받았다. 누가 봐도 너무나 고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것.

“장비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누가 봐도 너무 위험해 보일 거예요. 안전모와 작업화, 다 착용하더라도 엘리베이터 안이 옥상에서부터 지하까지 빈 공간이잖아요. 잘못해서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

친구 박 군은 "엘리베이터 업계는 인력이 부족해 보였다" 전했다. 이 군은 연차, 월차, 휴가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일만 했는데 늘 시간에 쫓겨 일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것.

그래서 친구들과 매 번 여행 한 번 가자고 약속해 놓고도 지키지 못했다.

군 입대를 한 달 앞두고 난생처럼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약속했는데, 이 군은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고 말았다.

박 군은 “늘 시간에 쫓겨 여유 없이 일하는데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빨리 고치지 않는다고 대놓고 욕설을 하던 주민들 때문에 명수가 더 많이 힘들어했다. 생명을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고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청했다.

이 군 어머니의 친구 장이정 씨는 “이 군이 사망한 후 업체에 이력서 한 장 제대로 보관이 안됐던 건지 집 연락처 하나 몰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 왔었다.”면서 “그 위험한 일을 하는데 직원 비상연락망 하나 보관이 안 돼 있는데 안전장치는 제대로 되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확실히 밝히고 재발방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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