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치매∙루게릭병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 원인 밝혀내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고령화 시대 부양자와 고령자 모두를 가장 위협하는 병으로 꼽히는 치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68만8000명에 이른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2050년에는 치매 환자가 271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치매의 원인과 치료에 대한 해법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영국의 공동 연구팀과 함께 전두엽 치매 및 루게릭병의 인지행동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을 규명하고 퇴행성 뇌질환 동물모델 인지행동 평가기술을 개발했다는 희소식이 발표됐다.

전두엽 치매는 치매의 일종으로 뇌의 전두엽 및 측두엽이 퇴화되고 신경세포가 상실되는 장애를 의미한다. 기억력 감퇴가 큰 알츠하이머 치매에 비해 성격, 행동, 언어 장애, 근육위축 등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파괴돼 근육이 딱딱해지고 결국에는 온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다.

연세대학교 김어수 교수팀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및 런던 킹스 대학 연구팀과 함께 “TDP-43 유전자 돌연변이가 전두엽 치매나 루게릭병과 관련된 뇌행동 기능 이상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TDP-43은 사람에서 TARDBP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되는 단백질로 중추신경계 내 신경세포에서의 mRNA 안전성, 수송 및 국소 번역을 조절한다.

최근 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고령화 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전두엽 치매와 근육 마비가 온몸으로 퍼지는 루게릭병의 주요 원인인 TDP-43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기존 연구에서는 TDP-43 돌연변이가 전두엽 치매와 루게릭병의 원인 및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지행동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단일 염기서열 이상으로 전두엽 치매와 루게릭병이 발병할 수도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유전자 치료를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질환이 극복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연구팀은 전두엽 치매 및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TDP-43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쥐의 뇌에 이식한 후 유전자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TDP-43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 하나의 변화가 유전자 자기조절 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단백질의 과잉발현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기능 이상은 전두엽 치매나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된 다른 유전자들의 발현 이상을 야기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전자 변화가 치매 증상으로 발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 캠브리지 대학이 개발한 터치스크린 인지행동평가시스템을 사용해 TDP-43 유전자 돌연변이를 이식한 쥐의 인지행동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실제 전두엽 치매 환자의 주의 집중력 장애 및 기억력 장애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전두엽에서 뇌활성을 조율하는 파브알부민 신경세포 수가 현저히 감소한 사실을 발견했다. 

파브알부민은 저분자량의 칼슘 결합 알부민 단백질로 파브알부민을 발현하는 뉴런의 기능 변화는 알츠하이머병, 노인성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 있다.

연세대학교 김어수 교수는 <소비자경제>에 “전두엽 치매 및 루게릭병은 퇴행성 뇌질환으로 질병의 원인으로 주목된 TDP-43 단일 염기서열 이상이 정말 질병을 일으키는지 그 기전을 밝히는 것이 향후 치료법 개발을 위한 핵심요소”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TDP-43 과발현과 관련된 병리적 현상들이 실제로 전두엽 의존 인지기능 장애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퇴행성 뇌질환 치료 후보물질의 효능과 효과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게 하고 향후 치료제 개발로도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분야 전문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온라인판 3월19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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