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가 26일, 416연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경제=권지연기자] 오는 31일은 한국인 8명을 포함한 선원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실종 선원들과 구명벌 두 척을 찾지 못한 채, 지난해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에서 수색은 종료됐다.

이후 문재인대통령 취임 1호 민원으로 접수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그간 구명벌 재수색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는가하면 청와대 앞 1인 시위, 외교부 앞 노숙농성까지 마다 않고 치열하게 투쟁해 왔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텔라데이지호의 정확한 침몰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가족들,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

지난 2월 24일, 남대서양 스텔라데이지호 침몰한 곳으로부터 약 300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구명보트 한 척이 발견됐다는 급보가 날아왔다. 안타깝게도 발견된 구명보트는 2016년 12월, 화재로 침몰한 그리스 선박( ANTAIOS호)의 것으로 판명 났다.

기대가 컸던만큼 가족들의 실망감도 컸다. 하지만 당시 발견된 구명보트의 상태를 확인 후 가족들은 희망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족대책위 공동대표인 허경주 씨는 “발견된 구명정은 14개월이나 미닫이문이 모두 열린 채로 바다를 표류했지만 내부에는 마시던 물병조차 유실되지 않은 채 보존되고 있었고 외부에도 특별한 파손 없이 온전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구명벌도 남대서양 어딘가에서 온전한 상태로 표류 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스텔라데이지호는 유조선을 광석선으로 개조해 운항하던 25년 된 노후 선박이다. 쾌청한 날 낮에 갑자기 두 동강이 나 침몰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침몰 당시 해역의 날씨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침몰 원인을 ‘기상악화 때문’으로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편 침몰 당시 선체에 틈이 생겨 많은 양의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배가 침몰했다는 생존한 필리핀 선언의 증언이 있었다. 결국 선박 노후화나 무리한 화물선 개조가 사고 원인일 개연성에 무게가 실린다.

가족들은 “한국에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노후한 개조 광석선이 아직 27척이 더 있고 선원 1천여 명이 생명을 담보로 근무 중이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은 반드시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017년 9월 도쿄에서 개최한 IUMI(국제 해상 보험 연합)에서 영국의 해운기술 전문가인 에드워드 볼라스턴이 발표한 ”2013년-2016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발생한 선박사고 중 50%가 선박개조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경제>가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 가족들, “심해수색장비 투입해 반드시 블랙박스 회수해야”

가족대책위는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분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부터 4차례에 걸쳐 관련 정부부처 주도 하에 ‘심해수색장비 투입 검토 회의’가 진행됐다.

해양수산부 최성용 해사안전관리과장은 “이미 전문가를 초빙해 자문을 받아본 결과 국내 기술로 충분히 심해수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곧 열리게 될 국회공청회를 통해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업체는 입찰방식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단, 해양수산부는 “배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블랙박스 수거를 예단할 수 없는데다 2018년 예산안에서 심해수색에 필요한 예산이 최종 반영이 안 됐다며 현재로썬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노후 선박, 개조에 대한 기준 필요하다.

노후 선박이나 선박 개조에 대한 엄밀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이후 유조선을 광석운반선으로 개조한 선박 28척의 안전성을 점검했다. 그 결과 폴라리스 쉬핑이 선박안전법을 무시한 채 선박에 구멍을 뚫은 사실이 최근 적발돼 해양수산부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특별점검반이 중국 산동성 르자오항에 정박 중인 ‘스텔라이글호’의 22곳에 승인 없이 빌지 웰(화물선 안에 발생하는 수분을 모으는 구조물)’을 설치한 것을 적발한 것.

해수부에 따르면 ‘스텔라이글호’는 25일 중국 조선소에서 원상복구를 마치고 검사기관을 통과해 이미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안전법 위반 시 처벌 기준을 묻자,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해수부 관계자는 “10센티미터 정도 규모의 파이프를 구멍을 뚫어 연결한 것이었는데 개조한 부위가 크지 않아 안전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현재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인데 결과를 보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를 점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 배의 규모가 워낙 커서 타겟팅해서 검사하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선사입장에서도 선박을 수리하는데 평균 1달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출혈을 최소화하는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해양안전사고통계 결과(2016년), 전체 사고 2,142건 중 기관손상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801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어선(1,568건)의 사고율이 가장 높았고 기타(305건), 화물선(110건). 예인선(70건), 유조선(33건)순으로 나타났다.

선령 제한도 따로 없다. 해수부 해사산업기술과 이민중 사무관은 “선박의 경우 스케줄에 따라 부품을 계속 교체하고 수리를 해주기 때문에 노후 선박의 기준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협약에도 선령제한은 없다는 것.

국제협약에도 선령제한은 없다고 하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 선령이 15년이 지나면 폐선처리를 하고 있다.

시민대책위 대표 박승렬 목사는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지 1년이 흘렀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다며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을 맞는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문화제 ‘1년의 기다림’을 열 계획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