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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성건강권 빠진 저출산 대책
곽은영 기자

[소비자경제신문=곽은영 기자] 지난해 처음으로 우리나라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를 추월하며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예고했다.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저출산은 심화되면서 나타난 양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2017년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2005년 1.08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 출생아 수는 35만8000명으로 전년도 대비 11.9% 줄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32년부터는 전체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절벽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걱정이 크다. 이에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꺼리는 근본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그 동안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는 여성건강권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대책은 없이 여성을 출산 도구로만 보는 시각이 다분했다. 심지어 저출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을 임신을 꺼리는 여성에게 돌리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해 여성단체의 비난을 샀다.

지난 14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저출산 현주소와 발전 대책’ 심포지엄에서는 임신을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은 여성들이 임신을 미루게 만들어 난임과 임신합병증, 모성사망률만 부추긴다는 의견들이 오갔다. 임신 주체가 되는 여성이 차별 없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저출산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2일에는 여성가족부가 2015년 발표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여성을 출산이라는 특수한 과정을 겪는 주체가 아닌 인구정책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부분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결혼과 출산 친화사회로의 구조개혁을 목표로 하는 정부 계획이다. 핵심 목표는 2020년 합계출산율 1.5명으로 여성이 당연히 출산을 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가부는 기본계획의 목표 자체가 출산에만 집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을 출산하는 데 필요한 모성건강만 강조하고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재생산 건강권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가부는 여성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중심으로 기본계획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계획 수립 당시 여가부도 함께 참여했는데 이제와 왜 뒷북이냐는 논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변화하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된다.

저출산의 원인을 헛짚은 법안 발의로 뭇매를 맞은 국회의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2월 여성들의 저출산 해결 방법으로 ‘출산 여성 가슴수술 부가세 면제’ 법안을 추진하다 공분을 샀다. 출산과 수유에 따른 몸매 변화를 성형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출산 여성이 선택하는 유방확대 및 축소술은 부가세를 면제해줌으로써 출산장려를 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로 인한 불이익 때문인데 뜬금없이 여성에 대한 외모 잣대를 가져와 오히려 성차별을 부추긴 안일하고 부끄러운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발의는 중단된 상태이지만 여성건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남성중심 시각으로만 출산과 여성에 대해 바라본 결과로 씁쓸함을 자아낸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대상화는 그 동안 국가기관에서도 거름망 없이 표출됐다. 보건복지부는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에 대해 “남편에게 애정을 나눠주는 곳이자 미적 가치를 표현하는 곳”이라고 정의하며 그 모양과 수치를 표기한 모식도를 홈페이지에 올려놨다가 비난여론이 들끓자 관련 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이러한 시선은 정부정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행정안전부가 재작년 전국 가임기 여성 수를 지도에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 또한 같은 선상에 있다. 지역별 평균 출산연령과 가임기 여성 수를 공개하고 그 여성들이 많이 분포한 지역별 순위까지 매긴 출산지도는 바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숫자를 지도에 표기하는 것에서 저출산 대책안을 찾는 데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행정안전부는 결국 출산지도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고 결국 삶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 회사 면접자리에서는 남자친구의 유무, 결혼 계획, 임신 계획에 대한 질문이 아무렇지 않게 던져지고 임신 계획이 있다고 대답하면 그 불이익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돌아온다. 국가는 결혼과 임신을 권장하지만 사회적인 차별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임신한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태도는 결국 여성들의 임신 결정을 미루게 만들고 궁극에는 난임과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그 동안 국내 저출산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치중돼 있었다. 여성의 경력단절, 경제권 약화, 건강권 침해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은 애매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모성사망률이 높은 편임에도 그 위험성에 대한 대안은 없다. 국내 출산지원정책은 출산하는 기간에만 국한돼 있어 출산 전 건강관리와 산후우울증 등 출산 후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현재 난임을 정의하는 기준만 살펴봐도 여성의 나이에 대한 언급만 있어 마치 임신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임신은 여성의 일만이 아니므로 임신 전 남녀 모두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여성이 일을 계속하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지켜가면서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출산 해결의 근본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여성을 출산도구로 보는 관점에서 먼저 벗어나 여성의 인권보장과 건강권 보장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덮어놓고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서 곤란한 국가의 표정만 지으며 임신과 출산만 권한다면 곤란하다.

 

 

곽은영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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