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 “전담조직 설치는 환영...인권침해 소지 여전”

서울 한 대형병원 간호사가 지난 2월 15일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화단에 투신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병원 내 새내기 간호사들에게 자행돼온 인권침해 '태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사진출처=KBS방송화면 캡처)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정부가 병원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새내기 간호사들의 인권침해인 '태움'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의료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일 의료서비스 질 제고와 간호사들이 일하기 좋은 병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해 간호사들의 모임이나 단체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통해 의료기관 내 간호인력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가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중점을 두고 국정과제에 포함해 관련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간호협회는 큰 틀에서 이번 대책의 취지에 동의하고 환영하지만 실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간호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 해소, 환자 안전 및 의료 질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진출처=SBS 방송화면 캡처)

◆ 2022년까지 신규간호사 10만명 확대 계획

의료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간호수요는 증가하는데 여전히 병원 내 간호사 부족문제는 심각하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00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OECD 평균의 53.8% 수준이다. 2017년 기준 전체 면허자 37만5000명 대비 의료기관 활동자는 18만6000명으로 약 49.6%에 불과하다.

간호사들의 의료기관 활동률이 낮은 것은 3교대, 야간근무 등 과중한 업무부담에 비해 낮은 처우수준 등으로 이직과 퇴직률이 높고 근속연수가 짧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간호사 이직사유의 38.9%가 열악한 근무환경 및 노동강도, 26.8%가 낮은 보수였다. 국내 간호사 평균 근무연수는 5.4년이며 신규간호사 1년 내 이직률은 33.9%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된 태움,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 문제도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간호협회 자료에 의하면 간호사들의 40.9%가 폭언과 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18.9%가 성희롱 등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간호사 수 편차도 심각하다. 지역별 인구 1000명 당 간호사 수를 살펴보면, 서울은 4.5명인데 비해 충남은 2.4명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현장 내 간호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통해 경력단절을 막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2년까지 신규간호사 10만 명 확대, 간호사 의료기관 활동률 54.6% 확대, 유휴간호사 재취업 규모 2000명 확대를 목표로 총 5개 분야 25개 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야간근무 보상 강화 및 근무형태 다양화 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인권침해 시 면허정지 등의 처분규정 마련 추진 ▲취약지역 위한 간호인력 확충 및 전문성 강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 및 전문간호사 제도 활성화와 간호조무사 근무환경 개선 ▲간호업무 추진체계 강화 및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법적 근거 정비 등 간호인력과 관련한 전반적인 정책기반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할 경우 2022년까지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를 약 6만2000여명까지 추가 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인구 1000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인력 수가 2016년 3.5명에서 2022년 4.7명까지 확대된다.

◆ 태움 등 인권침해 시 면허정지 의료법 개정 추진

특히 현재 진료행위 중 발생하는 비도덕적 행위에만 제재규정이 존재하는 것에서 나아가 의료인 간 성폭력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면허정지 등 법적인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의료현장 특성 상 의료인 간 인권침해가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발표된 대책들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관련 법률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할 뿐 아니라 합당한 유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대책은 신규 간호사 이직률을 낮추는 것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신규 간호사의 이직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대책 발표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협회에서 요청해왔던 내용이 거의 들어있고 전담조직을 따로 설치함으로써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질 것이라는 면에서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입학정원을 늘리는 부분에 있어서는 신규 강사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없어 오히려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의료기관의 행태를 개선하려면 적극적인 인센티브나 디스인센티브 정책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