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압화명인 오선덕, “우리 땅 독도와 무궁화 압화로 민간외교 나설 것"
[인터뷰] 압화명인 오선덕, “우리 땅 독도와 무궁화 압화로 민간외교 나설 것"
  • 권지연기자
  • 승인 2018.03.2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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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정, 건강한 경제 꿈꾸는 행복한 부부공방
오순덕 압화명인과 그녀의 남편 이승재 씨가 압화로 독도를 표현한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소비자경제=권지연기자] 압화(pressed flower, 누름꽃)는 누름 꽃과 식물의 줄기, 잎 등을 소재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조형예술이다. 압화의 역사는 1521년 이탈리아의 식물학자 키네가 300여 종의 식물표본을 제작하면서 시작됐다.

19세기에는 영국, 프랑스 등에서 성직자와 귀부인들이 야생화를 채집해 성서의 표지를 장식하거나 액자에 넣어 벽면을 장식하곤 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서 1960년대에 건조제가 개발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에 들어왔다.

한국 압화는 역사가 짧지만 전라남도 구례군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궁화를 소재로 독도를 작업한 압화 명인 오선덕 씨의 작품이 ‘2017년 제7회 대한민국무궁화미술대전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중국 진출도 추진 중이다.

명인의 공방에 들어서자 누름꽃의 화려함에 취하고 아로마 향에 두 번 취한다. 아내는 압화 작품을 만들고 남편은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 개발을 해나가며 함께 공방을 꾸려가고 있다. 행복한 일자리 창출까지 꿈꾸는 압화명인 오선덕(50세)씨와 남편 이승재(64세)씨의 향기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Q. 압화경력 20년에 부부가 함께 공방을 운영한 지도 10년이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나?

오선덕 : 나는 보육교사였다.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정주부로 살다가 우연히 압화란 것을 알게 됐다. 배워보고 싶었는데 수강하려던 곳에서 수강생 모집이 안 됐다며 수업이 안 열린다는 거다. 꼭 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혼자라도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선생님을 졸라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자격증을 취득하니까 학교에서 계발활동전문강사로 활동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좋아서 미친 듯이 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승재 : IT계통에서 7년을 일하는 동안 나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다. 마침 아내가 압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서 공예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가 생겼다. 압화를 활용해서 만든 아이디어 상품들은 대부분 특허를 내고 있다.

Q. 오선덕 씨가 지난해 명인으로 선정됐다. 명인 선정 과정도 까다로울 것 같은데?

오 : 한국문화예술에서 요구하는 자격기준이 있다. 경력이 20년 이상이어야 하고 사업이나 장사가 아닌 예술인, 작가로 활동해 온 이력이 있어야 한다. 봉사활동이라든지 여러가지 자격기준도 통과해야 한다. 약 100페이지 가량의 서류를 심사해서 통과하면 실제로 작품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실사를 나온다. 그것을 통과하면 작품 심사를 하고 합격을 하면 인증 전을 연다. 거기서 합격하면 명인이 될 수 있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이 :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나의 외조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웃음)

Q. 명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을 것 같다. 애피소드가 있다면?

오 : 아들 둘이 있는데 꿈속에서 애들이 장난치다가 한 달 동안 공들여 만든 작품을 깼다. 꿈인데 너무 놀라서 아이들을 막 혼냈던 적이 있다. 그 정도로 몰두해 있었다.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가면 4식구가 모두 땅만 보고 다녔다.(웃음)

Q. 정말 미쳐서 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압화라고 해서 액자에 걸려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물건이 매우 다양하다. 소개해달라.

오 : 여성들이 좋아하는 액세서리부터 탁자, 휴지케이스, 컵받침 등의 생활필수품, 와인 보관소, 금고 등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이 : 아내가 압화를 하면, 이것을 상품화 하는 건 내 몫이다. 공예품은 무한 변신이 가능하다. 1차 상품부터 6차 상품까지 단계별로 마련돼 있는데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에 맞추었다.

저 쪽에 있는 테이블은 2006년에 제작했다. 테이블 뒷면을 누르면 액자만 따로 빼 그림을 바꿔가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만약 부부싸움으로 서로 맘이 상했다고 가정하자. 부부가 가장 좋았던 시절의 사진을 액자에 끼워 넣는 것이다. 그리고 토라진 아내, 혹은 남편에게 쪽지 하나 써서 그 위에 둬보자. 안 풀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보통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말 몇 마디로 이혼까지 가기도한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적어도 한 번은 더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저쪽에 있는 것은 부케인데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간 사이 부케를 압화로 구현해 평생 보관할 수 있도록 해주면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

와인저장고는 '쉼'이 주제다. 와인은 다른 술과 달리 계속 숙성이 되는 술이다. 쉼이 필요한 술이다. 그것에 맞춰 제작했고 가벼운 오동나무를 사용했다. 집안의 가구는 여성들이 많이 관리하는데 무거우면 힘들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리고 저 액자를 비롯해서 가구들은 모두 뒤주 모양으로 만들었고 만화를 빌려보듯 압화 작품을 대여하는 시스템이다. 대여하면서 인테리어를 바꿔주면 압화작업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한 셈이다. 이를 통해 공예로 일자리 창출을 해보자는 의도였다.

Q. 일자리 창출까지 고민하다니 의미가 상당히 좋다.

오 : 2003년부터 강사로 활동했다. 교육생들이 배운 것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강사밖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강사는 체질에 안맞아도 만드는 것만 잘하는 분들도 있다.

그 분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어서 동대문과 남대문을 다니면서 일을 따오곤 했다. 그러다 남편과 함께 수공예로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생각을 모았다.

Q. 가장 눈에 띄는 건 뭐니 뭐니해도 독도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독도 작업을 시작한 건 어떤 계기가 있었나?

오 : 꽃 누르미 기술이 일본에서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일본작품이 많은데 2006년에 공방을 시작하면서 독도가 우리 땅인데 일본인이 벚꽃을 사용해 독도를 표현하면 왠지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혹시라도 일본인들이 먼저 선수치면 안되겠다 싶어서 2010년부터 독도, 한글, 무궁화 등을 그림에 담는 작업을 시작했다.

저기 걸려있는 작품은 일주일 꼬박 걸린 작품이다. 섬은 석모초와 나뭇잎을 써서 표현했고 하늘도 수국꽃을 한 올 한 올 올려서 다 표현했다.

Q. 독도를 실제로 다녀왔나? 작업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을 것 같은데

오 : 작년에 독도에 드디어 입성했다. 전에는 사실 제대로 못 보고 작업한 것이었는데 가서 보니 바위의 색이 다 달랐다. 바위 결도 다 달랐다. 도착하자마자 정말 찡하는 감동이 있었다. 앞으로 매년 독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작업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궁화의 아름다움이다.

무궁화는 종류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청단심, 홍단심, 아사달계 3가지를 주로 쓴다. 무궁화 꽃은 예민한 편이어서 매우 소중히 다뤄야 하는데 홍보하고 싶어서 한 송이씩 담아서 선물하기도 한다. 그 작업도 7단계를 거친다. 무궁화 한 송이가 나오려면 채집을 하고 누르미를 하고 누르미를 하고 나면 색이 탁해진다. 색을 다시 살려주기 위해 적화처리를 한다. 무궁화가 무척 얇아서 뒤에는 한지를 받쳐주고 무궁화 모양으로 오려서 꽃을 조립한 후 다시 디자인에 들어간다. 한글은 남편이 직접 썼다.

Q. 보기만 해도 좋다. 중국 진출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들었다.

이 : 중국에 수출을 4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 사드 때문에 주춤했다가 작년부터 다시 얘기가 진전돼 다음 주 쯤 계약을 할 것 같다. 중국 사천성의 수도인 청두에 중국정부가 300평 규모의 건물을 지원해주어서 매장을 오픈하는데 5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Q. 한국 공예품과 문화의 우수성, 독도가 한국 땅이란 사실까지 널리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압화 작업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

오 : 보통 세 시간을 기준으로 수업을 한다. 전문적으로 하려면 1,2년 이상 걸리지만 간단한 책깔피 같은 건 세 시간만에 초보자도 다섯 장씩 만들 수 있다.

우선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관찰력이 생기고 식물을 보면서 엔돌핀이 돌면 자연히 힐링이 된다. 내가 힐링이 되어 기분이 좋아지면 가족에게도 잘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가르쳐보면 산만했던 아이들도 차분해지고 나도 엄청 덜렁꾼이었는데 차분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치유가 되는 것 같다.

자연의 원색을 보면서 색감도 키울 수 있다. 인위적인 색이 아니라서 오래 봐도 눈에 피로감이 없고 자연의 이치를 알게 돼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하니까 서로 상의하면서 부부관계도 좋아졌다. 가족이 함께 뒷산에서 식물을 채집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오히려 꽃과 자연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이 : 이민 간 분들은 압화를 통해 이웃 관계 형성도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연말마다 자선파티를 여는데 그 때도 압화작품을 내 놓으면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는 좋은 수단이 되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오 : 명인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해외 교포들이 무궁화를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앞으로 독도 알리기도 하고싶기 때문에 전시회도 꾸준히 가질 예정이다.

이 : 우리가 행복한 부부 동반인 것처럼 행복한 일자리, 공공적이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 현재 사단법인 식물공예협회를 추진 중인데 이를통해 한류 문화를 개발하고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 회원 180명을 확보해 얼마 전 창립총회도 열었다. 중국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열린 생각에 놀랐다. 그들은 뜻만 맞으면 무조건 나눈다. 그것이 세계 경제를 휘두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것 같다. 어떤 세력을 키우기 위함이 아니라 정말 나누고 더불어 사는 공유경제의 모델을 세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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