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서상 이정환 변호사
[소비자경제=기고] 모태솔로 김갑돌은 건실한 청년이다. 지나치게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되었다. 문득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봄바람에, 그 온기에, 김갑돌은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래, 나에게도 인연이 있을지도 몰라.’
 
인터넷에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치자, ‘결혼할까연’ ‘결혼해쥬오’ 등의 결혼정보회사 리스트가 뜬다. 사업타당성 검토는 깁갑돌이 자주 하는 업무다. 코스트-베네핏 분석과 인터넷 평판 확인까지 거친 후, 6.25 난리통에서도 맞선을 주선해왔다는 70년 전통에 빛나는 ‘주식회사 전쟁 같은 결혼’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일사천리로 입금을 마쳤다.
 
딱 하나 깁갑돌이 신경쓰는 것은 상대방의 직업.
 
제발 선생님만은 피하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 유난히 까불던 김갑돌로서는 학교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기에 절대 학교 선생님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것. 그래서 입회원서 희망 맞선 대상자 란에 큼직하게 ‘학교 선생님이 아닐 것’이라고 써놨다.
 
드디어 맞선 보는 날이 왔다. 담당매니저는 생글거리면서 절대 학교 선생님은 아니니 안심하라고 했다. 두려움을 뚫고 나간 자리에서, 김갑돌은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전에는 불가능했지만, 이 만남 이후에는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게 됐다.
 
김갑돌은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며 마지막으로 확인을 하고자 물어보았다. “혹시 직업이 학교 선생님은 아니시쥬?” 이을녀는 황당한 표정으로 “아닌데요, 저는 초등학교 선생님인데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실로 복잡하게도 이을녀는 부정시험으로 합격해 실제로는 교원임용이 취소된 자였다.
 
이래저래 격분한 김갑돌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처음에 결혼정보회사가 생겼을 때, 이를 이용한다고 하면,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 아닌가 하는 의혹 아닌 의혹을 사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는 것을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상대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결혼정보회사들 역시도 경쟁이 치열하여, 대규모 미팅파티를 주선하는 곳도 있고, 결혼상대 예측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 및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혼정보회사의 평판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회원들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회원이 아니면서 커플매니저의 지인 등이 소위 말하는 ‘선수’로 맞선자리에 나가거나, 회원이 기재한 정보와 실제 직업 등이 다른 경우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결혼정보회사에서 주선한 맞선 자리에서 상대방이 결혼정보회사에서 알려준 직업 정보와 다른 경우, 결혼정보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청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인정되는지 등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결혼중개회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을 사용한다. 하지만 특약사항을 별도로 약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당사자 사이에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그 합의사항이 약관에 우선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제4조제2항을 보면 ‘회원은 가입신청서를 사실에 입각하여 작성하여야 하며, 허위 기재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민, 형사상의 책임은 회원에게 있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만 보면, 허위 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결혼정보회사에는 물을 수 없을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은 허위 기재를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규정이지, 허위 기재로 인하여 피해를 본 사람에게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다.
 
이 경우 피해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은 민법상 일반적인 계약위반, 채무불이행 책임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결혼정보회사의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 손해액이 문제된다. 책임의 근거는 허위 정보의 상대방이 나옴으로써 내가 받은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인데, 결혼정보회사 입장에서도 회원이 기재한 정보를 토대로 관리할 수밖에 없는 점 및 기재한 허위 정보의 내용이 확인이 용이한 내용이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결정하게 된다. 그 정도에 따라 위자료액은 수십만 원에서부터 수백만 원까지로 결정될 것이다. 
 
또한 이미 신뢰를 잃은 소비자는 결혼정보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인 [계약금액 × 80% ×(잔여 소개 횟수/총 계약 횟수)]에 따라 환불받을 수 있다.
 
결론: 깁갑돌은 결혼정보회사의 관리책임을 근거로 결혼정보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별도로 결혼정보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환불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안에서 이을녀가 입회원서에 기재한 내용은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깁갑돌의 조건은 ‘학교 선생님이 아닐 것’이므로, 형식적으로는 김갑돌의 요구조건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나, 실제로는 이 자체가 허위 정보이므로 실질적으로 깁갑돌의 조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또 애매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김갑돌에 대하여 결혼정보회사에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이 결정될 것이다.
 
한편 김갑돌과 결혼정보회사는 허위정보를 기재한 이을녀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김갑돌에게는 이을녀의 허위기재가 큰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그 손해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줄 것이다.

 

법무법인 서상 이정환 변호사(jhlee@seosang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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