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ADHD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성인기로 넘어가

(사진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ADHD로 진단을 받는 성인 수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이하 ADHD)’로 진단 받은 사람은 24.3% 감소했지만 19세 이상 성인 환자수는 56.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ADHD를 ‘고장난 발동기’에 비유한다. 그 만큼 ADHD 환자는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려워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돌아다닌다. 말 그대로 주의력이 결핍돼 과잉행동을 하는 것이다.

보통 아동기 장애로 알려져 있는 ADHD는 오랫동안 아동들에게만 진단이 내려졌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입학 이후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ADHD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다가 엄격한 규칙이 있는 학교에서 증상이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 과잉행동 사라졌다고 ADHD 치료된 건 아니야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ADHD 진단을 받았더라도 성인기에 접어들면 눈에 띄는 산만한 행동이 사라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ADHD가 치료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사회생활 부적응을 호소하는 성인을 살펴보면 주의력 결핍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상당수가 어린 시절 ADHD의 특성을 보인 경우가 많은데 과잉행동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ADHD를 극복한 줄 알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 차분해졌을 뿐 주의력 결핍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 때문에 성인에게도 ADHD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아동 ADHD의 주요 특징은 겉으로 드러나는 과잉행동이다. 산만하게 돌아다니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거나 자주 싸움에 휘말리는 등 문제 행동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성인 ADHD의 경우도 폭력적이고 난폭한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은 주의력 결핍이다.

주의력 결핍은 일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막상 코앞에 일이 닥치면 잘 해내기도 하지만 자주 일에 펑크가 나고 논리적으로 계획 세우기를 어려워한다. 또한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정리정돈 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게으르거나 우울해서 보이는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늘 반복돼왔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게으르거나 무능한 사람으로 오해와 비난을 받기도 해 당사자는 우울한 감정을 느끼거나 계속 참다가 감정을 한 번에 폭발시키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충동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 ADHD는 질병이 아니다? 전문의 “진단 받았다면 치료해야”

일각에서는 ADHD가 과연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현대사회가 규칙과 제도, 조직과 체계를 강조하는 탓에 ADHD가 이상하게 보일 뿐 그 자체는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ADHD 환자가 늘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문제를 겪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7세 때부터 ADHD 치료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고 수영을 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나타내며 재능을 드러내 수영황제가 되었다. 이런 면에서 ADHD로 진단 받은 사람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ADHD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며 일단 진단이 내려진 경우라면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부가적으로 환경을 바꾸는 등의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인 ADHD에서는 일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는 행동 문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보복운전의 경우 반사회적 인격, 분노조절 장애를 원인으로 분류하는데 이러한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의 근저에 ADHD가 있을 수 있다. 청소년기에 ADHD로 보인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그대로 진행돼 성인이 되었을 때 행동 문제로 드러나는 것이다.

임재영 정신과 전문의는 <소비자경제>와 통화에서 “성인 ADHD는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발생한 ADHD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아서 성인기까지 넘어가는 것”이라며 “학창시절 ADHD 증상으로 선생과 부모에게 야단 맞고 친구관계에서도 비난을 받는 등 그 시기부터 쌓이는 문제들을 안고 어른이 되었다는 것만 감안해도 ADHD로 인한 자존감 위축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도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심신이 피곤해도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을 실수한다거나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ADHD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라며 “그러한 증상이 우울증 혹은 수면부족 때문은 아닌지 전문의로부터 정확하게 감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만약 ADHD 진단이 내려졌다면 신경자극제 등 증상에 맞는 약물치료가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심리치료 등이 병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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