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교 교장 한다는 말이 "조리실무사들에게 비키니 입혀야"

3월 7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맞설 것을 다짐하며 학교비정규직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권지연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들의 성범죄 사실이 밝혀지는 가운데 학교비정규직 여성들이 ‘미투’ 운동에 가세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여성학교비정규직의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교비정규직 여성들은 7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고 이중으로 차별받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어내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여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1.2% 성희롱·성폭력 경험

한 비정규직 여성은 자신의 팔, 어깨를 계속 만져서 항의했더니 되돌아온 말이 “아줌마라서 괜찮을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는 것.

이뿐만 아니다. “60대 교장 선생님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빌미로 겪었던 추잡한 일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는 난다. 당시 큰일당하지 않으려고 잔머리 굴리며 피하기만 하고 못 들은 척 못 본 척하며 오히려 침착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말도 나왔다.

심지어 한 학교 교장은 "조리실무사들에게 조리복이 아닌 비키니를 입히면 밥맛이 더 좋아지겠다"며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도 버젓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교육공부직본부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4일까지 전국 교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응답률 99.6% / 504명 응답)결과로 나온 실제 사례들이다.

전체 응답자의 21.2%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했고 31.9%는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불이익이나 주변 시선이 두려워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자는 50%로 반을 차지했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17.5%에 그쳤다.

이중 학교나 교육청 등의 고총상담창구나 노동조합, 여성단체나 고용노동부 등 전문기관이나 단체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총 7.5%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 학교 성희롱상담원, 고충심의원회 58.3% 없거나 들어본 적 없어

학교비정규직의 58.3%는 학교 내 성희롱 고충상담원이나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가 없거나(41.7%), 들어본 적 없다(35.7%)고 답했다.

학교에서 받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형식적이거나 학교비정규직에게 아예 열려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 예방 교육에 불만족(12.9%) 또는 받아본 적 없다(27.6%)는 응답이 40.5%로 높게 나타났다.

전국교육공부직본부는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 만나 “성희롱 예방교육이 종이 한 장을 주고 교육을 이행했다고 한다"며 "학교 사정상 교무실을 지키느라 교직원 연수에 참여하지 못해 성희롱 교육을 받지 못했다” 등의 증언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성희롱 예방 교육에 학교비정규직은 대부분 배제돼 이중차별을 받는 상황"이라며 "여성가족부와 교육부가 비정규직, 여성, 이중 차별의 굴레로 신음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의 목소리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는 또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과 지침에 따라 교육청·학교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제대로, 충분히 신설하고,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비정규직, 학생 등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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