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의식 어디까지 왔나?
[기자수첩] 소비자 의식 어디까지 왔나?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8.02.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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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연 기자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나는 2000년도에 처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였지만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똑 같은 로고가 찍힌 명품 가방 하나쯤은 다들 갖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명품 가방 하나 없는 나는 항상 별종이었다. 딱히 내가 유달리 검소해서는 아니다. 그저 똑 같은 로고가 찍힌 개성 없는 가방을 그 비싼 가격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내 기억으론 지인으로부터“너는 왜 명품 가방이 하나도 없어?”란 질문도 서너 번 쯤 들었던 것 같다. 딱히 할 말이 없어서“저는 제가 명품인데 가방까지 명품을 들어야 할까요?”라고 말했다가 주변 분위기를 쏴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때마다 바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고픈 마음에, 혹은‘네가 갖고 있으니 나도 갖는다’식의 소비 심리가 사회전반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현재 소비심리의 키워드는 가성비 높은 상품을 구매하는‘플라시보 소비’와 ‘가치’ 중심의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는 면도 있겠지만 명품을 사는 것이 내 삶에 큰 의미가 없음을 소비자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져 본 뱁새의 상대적 박탈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SNS 등을 통해 너도나도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것들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소비 패턴 변화의 사회적 배경을 살펴보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분명 소비자는 똑똑해지고 있다. 가성비와 효율을 따진 심리적 만족에 기반 할 뿐 아니라 비도덕적인 기업에는 소비자불매운동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불매운동운동의 첫 사례는 1965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다. 이후 1989년 수입 자몽에서 농약이 검출되면서 수입상품 불매 운동이 일어났고. 1991년에는 두산전자의 대구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OB맥주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두산 사건은 기업에 대한 최초의 불매운동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OB맥주는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하이트와 카스가 양대산맥을 이룬다. 한 번 외면당한 제품이 기사회생하기란 쉽지 않다.

2013년부터 비윤리 경영을 일삼은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인터넷 공간을 통해 꾸준히 전개돼 왔다. 이 달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간 대비 87.7%감소한 51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65억 원으로 82.4% 감소했다.

출생아 수 감소 때문만으로 보기에는 동종업계인 매일유업은 지난해 3분기에만 2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소비자불매운동이 가져온 결과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밖에도 2011년부터 2014년사이 경품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험사 7곳에 팔아 148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홈플러스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펼쳐졌다. 

2015년 불공정한 갑질과 노동착취, 중소상인 시장 파괴 등을 자행한 롯제 제품 불매운동, 2016년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제품 불매운동 등 셀 수 없이 많다.

관련자 솜방망이 처벌로 소비자불매운동을 무기력하게 만든 사례도 적지 않지만 소비자의 힘은 분명 막강하다.

반면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처럼 수많은 불매운동이 이어지는데도 윤리적인 기업을 찾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기업들이 불법 이익을 추구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건 왜일까.

경제권력과 정치권력, 언론권력의 유착관계가 매우 견고해 여전히 한국이 재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의 나라란 말이기도 하다.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듯, 그 부적절한 결탁으로 빚어진 사건이 바로 박근혜_최순실 게이트이다. 재벌개혁을 외치는 이유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깰 수 있는 소비자 윤리 의식이 필요한 이유다. 윤리적인 소비의 최고의 경지는 아마도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소비의식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볼 때, 망원시장을 비롯한 인근 소상공인들의 반대에도 상암동 주민들이 롯데몰 입점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 스타필드 창원점 입점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거센 모습 등은 매우 아쉽다.

재벌 개혁과 공정한 세상을 원하면서도 내 이익과 관련되는 일이면 소비자 의식은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지고 만다.

한번 생각해보자. 주거지역 인근에 쇼핑몰이 입점하면 아파트 가격이 올라 기대하는 것처럼 최소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단계의 삶으로 진출할 수 있을까.

이른바 ‘스타필드효과’란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프리미엄 효과를 내다봤던 경기도 고양과 하남시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주변 아파트 가격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초반 집 값이 요동친 것이 사실이지만 아파트 값은 금 새 하락세로 돌아섰다.

스타필드 고양의 삼송2차 아이파크는 지난해 8월, 쇼핑몰 개관 이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2016년 9월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 인근의 아파트 가격도 제자리걸음이다. 지하철 5호선 검단선역이 연장 개통되면 가격이 뛸 것으로 예측되지만 쇼핑몰만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주변 소상공인들만 죽어난 것은 아닌지.

대형쇼핑몰이 입점해 집값이 오른다 치자. 무엇이든 그것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희소성이다. 하지만 너도나도 집값 상승과 편리를 위해 문어발식 대기업 확장에 동의하는 바람에 어딜 가나 대형쇼핑몰이 자리하고 있다면?

아마 잠시 집값이 오르는 기쁨보다는 독점적 고지를 차지한 대기업들의 횡포를 더 심각하게 느껴야 하는 속도가 빠를 것이다. 모든 소비자는 소비자임과 동시에 노동자로 사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둘째, 넷째 일요일을 대형마트 휴무일로 정하고 영업규제를 시행한 지 올해로 6년째다. 대형쇼핑몰 규제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성과가 미미해 소비자만 불편하게 만드는 제도라고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단순히 하루 이틀, 영업을 규제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규제의 완성은 소비자의 몫이다.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도 중요하지만 어디에서 소비할 지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편리성과 단기적 이익에 앞 서 윤리적 소비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담스미스는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성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토대로 소비행동을 한다고 했다. 아담스미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까지 생각했을 때 어떤 소비의식을 갖는 것이 유리할까. 이기적으로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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