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블랙컨슈머 대응 메뉴얼 강화하고 단속 처벌 수위도 높아져

[소비자경제=최빛나/오아름 기자] 블랙컨슈머란 구매한 상품을 임의로 파손 시키고, 음식물에 다른 물질을 첨가해 이를 문제 삼는 등 해당 기업을 상대로 과도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해를 본 것 처럼 꾸며내 약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문을 내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수법으로 블랙컨슈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골치 앓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형도 다양해 지고 있다.

과거의 점주 혹은 기업들은 알면서 이미지 훼손 등을 고려해 넘어가주기 식으로 간단한 보상을 해주거나 제품을 주고 마무리 했지만 요즘 점점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협박까지 하는 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 범죄 행위까지 퍼질 수 있는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한다.

요즘 대기업, 중견기업의 '갑질'이 문제가 커지고 있으면서 블랙컨슈머들은 더 당당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비자경제>는 블랙컨슈머의 유형들을 분석하고 대처 방법을 살펴봤다.

◇ 벌레, 머리카락, 수세미까지 들어갔다고 우기는 거짓말 유형

# 서울시 강서구에 살고있는 A씨는 본죽에서 죽을 먹고 있던 도중에 반찬으로 나오는 쇠고기 장조림에서 벌레가 나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후 A씨는 본사에 전화해서 따졌다. 본사에서는 소분과정이라고 나눠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본사책임은 아니라며, 가맹점 책임이라고 서로 미루기만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죽을 사먹었던 지점이 반찬도 재탕하고, 죽에 사용되는 팥을 삶아서 길가에 널어두고 식히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했다는 것.

하지만, <소비자경제>가 취재한 결과 A씨는 블랙컨슈머였다. 제조 공정에서부터 벌레나 이물질이 나올 수 없었고, 상품권 1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받기위해 과장을 해 글을 올린 것이었다. 취재 후에 A씨에게 수차례 확인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제품에는 하자가 없었다고 시인했다.

◇ 자존심 챙기는 척 추가 상품 요구하는 유형

# 경기도에 사는 B씨는 아기 분유를 먹이던 중 이물질이 발견돼 업체측에 연락했다. 업체는 이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수거해서 일주일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유해성분이 없다고 판명됐다. 그런데도 분유까지 새로 교체해 줬다. 하지만 B씨는 그 분유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제조 업체측은 처음엔 3통, 6통에 스틱분유를 더 준다고 했다. B씨는 무엇을 바라고 연락을 한 것도 아니였는데, 업체측에서 이렇게 나오니 빈정이 상했던 것.

이후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B씨의 말과 업체 측의 설명은 확연히 달랐다. B씨가 업체 측에 안좋은 소비자피해 제보글을 투고하고 업체측은 피해만 본 상태고, 그 일을 좋게 끝내기 위해 분유를 더 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업체 측의 말을 듣고, B씨에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보상 요구하며 생떼에다 행패 부리는 유형

# A대형마트는 최근 물품보관함에 넣어뒀던 물건이 없어졌다며 항의하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 블랙컨슈머는 보관함에 4개월 전에 넣어 둔 물건이 없어졌다며 직원에게 행패를 부리고 드러 눕는 등의 상식밖의 행동을 했다.

내부 규정에 따라 보관함 내 물품을 처분한 마트는 현금으로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보관함에도 물건을 넣어뒀으니 다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였다.

대형마트 본사 측에 연락 후 언론사에게 제보하겠다 등의 협박을 하는 등 지속적인 업무 방해로 결국 대형마트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 소비자는 대형마트를 상대로 현금을 뜯어내려고 한 전형적인 블랙컨슈머였다.

◇ 소비자 문의 가장 성희롱에 폭언하는 유형

# 여성 속옷과 피임기구를 파는 인터넷 사이트 업체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A씨는 최근 남성 소비자 B씨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용 속옷이나 피임기구와 관련된 문의를 자주 해오는 B씨는 소비자 문의를 가장해 "목소리가 예쁘다", "만나보고싶다", "이거 입고 잠자리를 하면 기분 좋냐" 라는 등의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에 가까운 대화를 자주한다.

상담원 A씨는 "성적인 발언은 하지말아 달라"라고 부탁하고 전화를 끊으면 B씨는 온라인사이트기 때문에 와이프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 텔레마케터한테 전화를해 이것저것 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이라고 발뺌했다. "난 손님이다. 기분 나쁘니 상품권을 달라"고도 했다.

해당 업체측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나 웃는거나 전화 넘어로 얘기하는 게 조롱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엮이고 싶지 않아 상품권을 줬다"라고 했다. 이후 남성 텔레마케터들로 모두 교체했다.

◇ SNS로 거짓 사실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유형

# 대형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된장을 판매하는 업체 사장은 우연히 SNS를 보다가 한 소비자가 자신이 팔고 있는 된장을 끓인 찌개에 수세미가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사진을 확인했다.

이 SNS 해쉬태그에는 #대형한식집 #된장찌개 #수세미나옴 #여기가지 말것 #서비스도 안좋음 등 무차별적으로 악성 댓글 수준의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이중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서 선물을 주겠다는 공지사항까지 올려져 있었던 것.

업체 사장은 블랙컨슈머가 올린 글을 훑어보니 수백개의 공유 피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린 사람에게 사과와 보상을 해주기 위해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 내용에는 언제 먹은 것인지, 몇시에 먹은 것인지, 구매 영수증을 확인 가능하느냐고 물어봤다.

이유는 그날 주방장에게 따져 물을 생각과 직원들의 청결 교육을 이 사례로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이 블랙컨슈머가 보내온 답장에는 영수증을 찍은 사진과 200만원을 보상해달라는 요구였다.

이에 업체 사장은 보상 금액이 부담스럽다며 거부했더니 이 블랙컨슈머는 SNS 유포를 미끼로 더 세게 협박을 해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일단 내부 회의를 한 뒤 다시 연락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자체적으로 영수증에 찍힌 구매일의 CCTV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 블랙컨슈머가 주머니에 있던 수세미 내용물을 넣고 찍은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했고 돈을 뜯어내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 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처럼 블랙컨슈머로 의심은 하지만 증거가 없어서 당하고 있었을 뿐더러, 이를 해당 경찰서 등에 신고해도 기준법이 모호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16년 9월 경찰청을 통해 블랙컨슈머를 잡아내는 100일간 특별단속을 벌인 적이 있다. 그 결과 한 달 동안 1289건을 적발 69명을 구속했다. 이중 남성이 89.6%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여성은 10.4%에 불과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와 40대가 절반을 넘었고, 직업별로 무직자(32.8%), 회사원(18.3%), 자영업자(17%) 순이었다.

◇블랙컨슈머 대응 메뉴얼도 진화...사각지대 놓인 중소기업들

이처럼 블랙컨슈머가 기승을 부리면서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대응 메뉴얼을 강구하는 추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기존 사원보호제도 프로그램인 '이케어'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의 이케어 프로그램이 고객의 폭언과 욕설,성희롱 등 상황이 일어난 후 사후 관리에 집중했다면 '이케어2.0'에선 블랙컨슈머 등의 사전 차단에 주력하기로 한 것.

고객만족센터에 전화를 걸어온 고객 가운데 폭언, 욕설, 성희롱을 지속하는 고객 전화는 곧장 끊을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고객에게 상담 내용이 녹음되고 있음을 사전에 안내한다.

현대홈쇼핑은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블랙컨슈머'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한다. 악성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 이용 제한은 물론 최대 퇴출 조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며 초강경 대응을 실행했다.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현대H몰'에 각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용약관을 시행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영업활동을 반복적으로 방해하거나 콜센터 등 내부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는 블랙컨슈머를 제재할 수 있는 항목을 추가 도입했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도시락 업체 ‘스노우폭스’ 김승호 대표가 매장 앞에 내건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다. 직원의 권리를 공표한 이 안내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강원랜드는 고객이 블랙컨슈머로 판단될 경우 최종적으로 회사 법무팀에서 고소∙고발 조치를 취해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0월 국내 금융사 최초로 악성 민원인을 형사 고발해 주목 받았다.

지난해 롯데는 직원들을 위한 상황대처 매뉴얼 ‘당신 마음 다치지 않게’를 발간했다. 폭언•협박, 대면 폭력, 성희롱 등 고객접점 직원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6가지 상황을 중심으로 적절한 대처법 등을 설명한 책이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 신설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AK플라자는 감정노동자로 분류되는 협력사 직원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 프로그램 ‘서비스 뉴 스타트’를 도입, 직원들에게 VIP고객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와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블랙컨슈머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대기업들은 블랙컨슈머 대응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중소 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허점을 아는 블랙컨슈머들은 중소 기업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놓고 봐도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업체는 83.4%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적극적 대응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업체는 14.3%에 불과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여진다"라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은 정부에서 지원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블랙컨슈머에 대응하는 방법이 최근에는 많이 바뀌는 추세”라며 “기업들도 손해 보는 장사는 그만하자는 분위기다. 어쩔 수없이 회사 이미지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법대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권익 보호 측면에서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불만을 자유롭게 말하고 표출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허위제보, 업무방해, 블랙 컨슈머 등에 대한 법적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은 기업에 불만사항이 있다면 명확한 증거를 남기고, 기업은 블랙컨슈머와 일반 소비자 피해를 엄격히 구분하는 합리적이고 대처방법이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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